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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열심히 가계부를 쓰다
2013-12-04 17:58:51최종 업데이트 : 2013-12-04 17:58:5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올해도 가계부는 참 열심히 써왔다. 큰 소득은 아닐지라도 깜빡이는 건망증 때문이라도 내게는 필요한 작업일 수 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쭉 기록해왔으니 개인적인 면에서는 결혼생활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표현도 틀린 말은 아니리라.

95년도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가계부를 살펴보았더니 13권 째이다. 
일기장을 끄집어 내놓고 살펴보는 재미만큼 가계부에도 당시마다 일어났던 일들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회상을 해볼 수 있는 재미와 함께 남편 급여의 인상분도 함께 살펴볼 수가 있고 생활물가도 비교가 가능한 재미가 있다.

올해도 열심히 가계부를 쓰다_1
지금까지 써 온 가계부를 모아보다.

올해도 열심히 가계부를 쓰다_2
새해 가계부를 얻어 오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년도 가계부를 뒤적여 보았다. 집안의 행사로는 시어머님의 환갑을 맞이해서 가족들과 함께 모여 작은 여행을 떠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조촐하게 보냈던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고 가족들과 함께 맛 조개를 잡으러 갔던 일들도 추억의 가계부를 통해서 다시 만날 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찾아갔던 서해안의 작은 어촌마을의 바닷가에서 맛소금을 이용해 구멍에다 뿌려놓고 맛 조개가 구멍 속에서 올라와 얼굴을 쏘옥 내밀면 잽싸게 구멍에서 뽑아 올리는 맛 조개 잡기의 재미가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생활물가를 살펴보니 그 당시에는 우유 1L짜리의 가격이 1천320원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두 배 가격인 2천600원정도이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치킨 가격도 8천원에서 지금은 두 배 수준이 되어 있었다.
십 년 사이에 생활물가의 변동과 비교 또한 가계부를 통해서 살펴볼 수가 있었다. 

주위에서 스마트폰에 가계부 앱을 깔아놓고 이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물건을 사고 나서 바로 스마트폰 가계부에다 기록을 하면 합계와 결산까지 나와서 편리하다고 한다.
기계치인 내 입장에서는 그 일 또한 만만치가 않다. 주위에서 권해서 한번 이용해봤더니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꾸준히 내 손으로 적고 합계를 내고 여백을 이용해서 그날의 중요한 일들을 메모하는 지금의 가계부가 좋다.
가계부는 연말 잡지책에 부록으로 나와 있는 것을 딱 한 번 이용해봤고 매년 동네에 있는 은행에서 얻어 왔었는데 한 삼 년 전부터는 가계부를 얻어 오는 것도 일이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은행 창구에 쌓아두고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오곤 했었는데 경기가 어려워졌다는 신호일까 몇 해 전부터는 창구에서 가계부가 사라졌고 가계부가 나오는 그날에 맞추어 가야 얻을 수 있는 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내년에도 역시 열심히 가계부에 콩나물 값 두부 값을 하나하나 기록하면서 우리 가정경제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남겨야겠다.
가계부를 쓰다보면 눈으로 보여 지는 효과 때문에 다음번 지출에 신경을 쓰고 조심할 때가 있다. 낭비라고 생각되어지는 부분들이 보여 지기 때문이다.

가끔가다 남편과 트러블이 생길 때 남편의 한마디는 "내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 잘하고 있는 거야?"
그럴 때 '쨘~' 하고 가계부를 내밀면 증거자료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새해 가계부를 얻어 가지고 오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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