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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의 의미를 다시 새길 때
연말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새해 시작을 결정한다
2013-12-04 11:36:17최종 업데이트 : 2013-12-04 11:36:17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매년 12월이 되면 '어느덧', '벌써', '빠르게'라는 말을 덧붙이게 된다. 어쩌면 12월에게 이미 그런 수식어는 마치 오래된 친구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지금까지 살아온 12월들을 모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한 해를 마감한다는 생각으로 못 만난 사람들 만나면서 하릴없이 흥청망청 보낸 적이 더 많았던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12월이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재작년이다. 
당시 독서와 글쓰기에 관련해서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던 언니와 마지막 한 달을 장식하는 의미의 '30일 글쓰기'를 한 적이 있다. 주변에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열고 매일 글쓰기 주제가 올라오면 그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었다. 

제목들은 대략 이러했다. '올해 빅뉴스 10가지', '올해 가장 행복했던 일', '올해 가장 슬펐던 일' 등…
처음에는 단순히 마지막 남은 12월을 성실하게 글쓰기로 마무리해보자는 심정이었는데 뜻밖에 한 해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한 해를 돌아보고, 돌아보면서 내가 가지 감정의 찌꺼기들을 글로써 풀어내고 보니 무척이나 뿌듯한 심정이었다. 누군가는 망년회라면서 힘들었던 한 해라고 그저 술잔에 몸을 실어 잊자고 말 일들을 글로 다시 정리하고 보니 다시 새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자연스럽게 잡히기 시작했다. 

어쩌면 12월에도 일상과 같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12월도 분명 그 한 해 속에 담긴 동일한 세월인데 '마지막 달'이라는 미명아래 너무 무겁게 보내거나 뭔가를 돌아봐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제대로 즐기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늘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으로만 낭비(?)된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연말'의 의미를 다시 새길 때_1
이렇듯 아이와 어른이 함께 뛰어노는 것처럼 우리의 세월도 같이 발맞춰 기쁘게 갈 수 있다면

어쨌든 이렇게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단위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만일 새로운 한 주, 새로운 한 달, 새로운 한 해의 개념이 없다면 우리는 이렇게 계획적이고도 나름의 성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작은 수단이나 도구로 변화될 수 있는 인간의 삶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12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냥 12월에게도 평범함을 줄 것인가, 아니면 한 해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새해를 계획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인가, 그냥 흐르는 대로 갈 것인가. 모든 결정은 나에게 달려있다. 

재작년 12월 한달 글쓰기를 통해 변한 것이 있다. 매월 한 달이 끝나고 나면 적어도 그 달에 있었던 빅뉴스를 한 두 가지 정도는 정리해놓는 것이다. 아마도 그때 한 해의 빅뉴스를 정리해보려고 하니 무지 앞이 캄캄해서 고안해낸 방법이었던 거 같다. 

다이어리를 '스르르' 넘겨본다. 매월 달력 상단에 별표로 씌어진 빅뉴스들이 곧 하늘로 날아갈 듯 적혀있다. 
1월에는 작년부터 이끌어온 '품앗이 육아' 회원들을 새로 모집했고, 2월에는 둘째 아이를 낳고 6개월 직후부터 꿈꿔오던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1년 만에 열게 되었다. 3월에는 글쓰기 관련 일들을 좀더 늘릴 수 있게 되었고, 4월에는 엄마들과 하는 독서모임 외에 무심코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500명 이상의 회원으로 늘어나 첫 인문학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된 달이다. 5월에는 활동중인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사례 집에 집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고, 6월에는 작년부터 진을 빼온 '품앗이 육아' 회장직을 다음 기수에게 물려주었다. 

7월에는 인문학독서모임이 활기가 더해서 속초에서 정모에 참석하신 분이 계셨다. 8월에는 사촌언니가 살고 있는 추자도에 여행 가서 즐거운 추억을 쌓고 왔다. 9월에는 생전 처음으로 '강사'로 어딘가의 무대로 서봤었고, 10월에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돌봄 분야 25개 단체를 취재 인터뷰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은 시기였다. 그리고 11월은 10월에 한 인터뷰 원고 정리로 너무나 정신 없이 보내서 빅뉴스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남은 12월, 하얀 종이로 남겨진 다이어리를 보면서 '벌써 4일이구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니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들보다 해야 할 일들에 억눌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온다. 하지만,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내 삶이 활기 있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라며 나를 다시 다독인다.  

2013년의 12월은 내게 다시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 지 기대된다. 그것으로 인해 또 새해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살 수 있게 될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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