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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
2013-11-16 15:24:46최종 업데이트 : 2013-11-16 15:24: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미

떨어져 뒹구는 가로수 마른낙엽의 사각거리는 건조한 소리에 심취되어 보낸 11월.
몸과 마음을 놓아 버리는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정진한다는 동안거 들어가는 스님의 뒷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11월.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닥아 오는 추운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하는 11월.  2013년 11월도 절반이 지나버린 스산한 늦가을이다.

바로 내일부터 기온이 하강하여 때 이른 추위가 찾아온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나름대로 미니 김장하는 날을 이번 주말로 잡고 주변 재래시장에 들려 알타리 무우 4단과 배추 1망(배추3통), 쪽파 1단, 생강과 마늘 그리고 새우젓과 액젓을 준비했다.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 그리고 언니와 윗동서 형님들이 담가준 김치만 먹었지 이렇게 준비하자니 번잡스럽고 정신이 없다.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4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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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2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2

주재료를 다듬고 씻고 소금에 절여 놓기까지 오전일과 양념을 준비하여 김치완성은 오후일로 나누어서 서툴지만 메모한대로 진행하였다.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생강껍질을 벗기고 알타리 무우를 다듬다가 왼손 엄지손가락과 손등에 상처가 났지만 알타리 김치 2통과 포기김치 1통과 겉절이생김치 1통이 완성되어 흐뭇한 미소가 오후 내내 사라지지 않고 콧노래가 난다.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1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1

여러 차례 씻어도 양념냄새가 남아있는 손가락으로 쭉쭉 찢어진 생김치로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었다. 맛이 그런대로 괜찮아서 미니김장은 기대이상 성공한 셈이다.
두 아이들은 칭찬인지 위로인지 엄마의 김치 맛이 훌륭하다고 수선을 핀다.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야릇한 작은 행복함이 나를 감싼다. 다친 손에 밴드를 붙이고 양념 묻은 차림으로 지금의 느낌을 생생하게 노트북에다 옮긴다. 

결혼하고 줄곧 같이 지내면서 두 아이들과 살림을 도맡아주신 친정어머님이 돌아가신지 2년이 지났고 팔순을 넘기신 시어머님도 연로하셔서 거동이 많이 불편하시다.
해물을 잔뜩 넣어 깊은 맛이 작품이었던 언니표 김치를 담아서 택배로 보내주던 부산언니는 작은딸(조카) 산바라지 하느라 정신없는데 내달에는 큰딸이(큰조카) 둘째 아이 출산이라 조금씩 마트에서 사다 먹는다고 한다.

11월말에 시댁 조카의 결혼식과 곧이어 시댁의 장손인 큰조카 결혼식 준비하느라 형님네들도 정신없어 금년 김장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했다.
직접 담아보니 노동과 시간과 그리고 정성이 많이 들었다. 엄두가 나지 않아 겁만 먹고 망설이다가 용기내서 직접 재료를 사서 해보니 오늘하루가 꼬박 거렸고 집안 꼴은 엉망이 되었지만 4통의 김치가 완성되었다.

두 아이와 남편이 맛있게 먹어준다면 용기내서 규모를 조금 확대해서 미니김장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본 김장을 해 볼 용기가 생긴다. 왼손 엄지손가락과 손등에만 상처가 난 것이 아니라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도 상처가 있고 머리에도 양념이 묻어있었다.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3
미니 김장하는 날의 행복_3

금방 담은 김치랑 같이 먹을 보쌈을 준비해서 저녁 식탁을 준비해야겠다.

월계수 잎을 넣고 찜 솥에서 맛있게 익고 있는 보쌈의 냄새로 입안에 군침이 생긴다. 미니 김장하는 날 오늘 나는 처음으로 내 손맛이 근사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이제는 마트에서 완제품 김치를 구매하는 횟수가 급감할 듯하다. 아무것도 못한다고 걱정만 하셨던 친정엄마가 계셨다면 얼마나 흐뭇해하셨을까? 막내딸이 직접 담근 김치에 보쌈을 싸서 드시면서 칭찬을 하셨을 텐데...

김치통을 넣고 흐트러진 거실과 주방을 정리하면서 앞 베란다 깊숙이 들어선 남은 가을햇살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언제나 곁에 계실 듯한 친정어머님 모습과 겹쳐 흡사해 보였다. 아직 엄마의 손맛을 내려면 아직 멀었지만 겉모습은 연륜따라 닮아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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