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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가?
월동준비 김장철, 훈훈한 소식 이어져
2013-11-17 23:54:09최종 업데이트 : 2013-11-17 23:54:0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예전 같으면 여지없이 중년이다. 내 나이 마흔 아홉이다. 이 가을이 가고 12월이 지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오십이 되는 나이다. 극구 부인해서 만 49세가 되겠지만 한국인들은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한 살을 더하는 전통이 있으니 우리는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 우리 나이라면 누구라도 이 계절에 서정이 있다. 날씨는 을씨년스럽다가 찬바람이 불며 옷깃을 여미게 된다.

마지막 황홀을 봐달라고 애원하듯 가을이 저물며 오색의 향연을 맛보게 한다. 지상의 사람들은 그 절정의 꽃단장한 가을 풍경을 보며 외롭움과 고독과 쓸쓸을 함께 맛보게 된다. 그런 가을의 서정을 잘 표현한 가요가 우리 세대에게는 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기를 애원하는 간절한 고독의 시간을 맞이하며 가을을 보낸다. 싸늘한 날씨 속에서 훈훈함을 갖게 하는 전통 문화도 있다. 김장을 담그며 서로의 안녕을 빌고 기원하는 모습이다.

가을엔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가?_1
수원 월드컵경기장 원형육교에 수많은 화분들도 모두 철거되어 겨울맞이를 마쳤다.

가을엔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가?_2
이틀전 수원 조원동 거리에서 찍은 가을 국화다.

유럽이나 아시아나 아니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을이란 개념은 농작물의 추수와 연관되어 있다. 많은 문화권에서도 가을의 중요성을 기리기 위한 종교적인 의식과 축제가 행해진다. 
동물들은 다가오는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가을에 먹이를 저장하며, 털을 가진 동물들은 이 시기에 털이 더 치밀하게 자라고, 많은 새들은 추위를 피해서 적도 쪽으로 이동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우리 한민족은 겨우살이 준비로 아궁이를 고치고 문풍지를 바른다. 김장도 따지고 보면 먹이를 저장하는 고등한 양식 중 하나다.

시민기자가 자주 걷는 아침 퇴근길의 수원월드컵 경기장의 원형육교에 꽃들도 이제 다 정리되어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다. 그러나 원형이미지가 조금은 위안을 준다. 거기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도입한 육교의 조형물은 멋스럽기만 하다. 도시의 삭막한 겨울이미지를 잠식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수원을 상징하는 화성이 디자인 수원의 이미지를 살려내고 있다. 

오늘은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거리에 늦은 가을 장미꽃도 보이고 아름다운 국화꽃도 만발이다. 봄날의 아름다움이 푸름과 철쭉의 아름다움, 개나리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가을날에도 그에 못지않은 많은 꽃들이 인간을 위로하고 있다. 
올 가을 단풍잎은 오래도록 추억하기 좋은 황홀경을 느끼게 했다. 낮은 걸음으로 푸르른 작은 나무 위에 눈처럼 소복하게 쌓인 낙엽들은 또 다른 꽃잎처럼 아름답다.

가을엔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가?_3
한 아파트 단지 위에 낙엽이 쌓여서 작은 풀 위에 꽃처럼 화려하게 피었다.

가을엔 누구라도 그대가 되는가?_4
수원 월드컵 경기장 인근 골프장 근처에 조형물이다. 떠나가는 가을, 저 멀리 다가오는 계절을 살피는 것과 같다. 가을 낙엽은 지고...

그래서 가을날에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기를 기대하며 편지를 쓰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기억이라는 장치를 달고 살아가는 인간은 그런 점에서 오랜 그리움을 간직할 수 있어 행복한 것이리라. 
이런 날에 수원시 곳곳에서 김장나누기를 하고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 등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참으로 고마운 날들이다. 내가 받는 혜택도 고마운 일이겠지만, 조금의 여유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조건에 사람들을 생각하는 타인들을 바라보는 마음도 참 좋은 일이다.

시민기자도 오늘부터 직장을 잃고 오갈 곳이 없어진 세 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에게 셋방살이 하는 며칠간의 유숙을 허용하기로 했다. 
물론 아내의 의견을 따른 것이지만 시민기자는 불편을 감당해야 한다. 세 사람의 외국인 여성이 며칠간은 한 집에서 지내야한다. 하지만 나누는 기쁨에 조금의 불편은 인간이 인간임을 자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장치라는 것이 시민기자가 봉사의 경험 속에서 얻은 선물이다.  

아름다운 가을을 보내고 눈앞에 다가온 겨울을 맞이하며 훈훈한 소식들을 접하는 일이 참으로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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