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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날 그날이 오면 가을을 안고 북녘 가자
수원시 시민기자단 워크샵 가던 길의 사색
2013-11-11 22:55:25최종 업데이트 : 2013-11-11 22:55: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사람은 일상을 벗어날 때마다 새로운 사색의 자리에 놓인다. 모자란 사람처럼 모자라게 떠들면서도 사색은 제 길을 간다. 그런 점에서 나이테를 더할수록 나의 사색은 빛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 나이다.

아침 길을 재촉해서 수원시청에 도착하고 서둘러 기다리던 버스에 짐을 싣고 먼저 온 시민기자들과 워크샵을 준비하는 e수원뉴스 관계 공무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2012년 워크샵에서 알게 된 이제는 구면이 된 시민기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몇몇은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알음알음으로 인사를 하고 소개를 받았다. 

그리고 염태영 시장님의 의미있는 워크샵을 기대하는 인사말씀을 들었다. 간단해서 좋은 인사를 나눈 후 빠른 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워크샵은 참으로 게으른 사색을 동반하며 일상과 다른 시간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속초는 오래전부터 설렘을 동반한 이름이다. 
고래사냥이 젊은이들의 낭만을 대변하는 노래인 것처럼 속초와 동해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낭만과 추억을 대변하는 언어다.

통일의, 날 그날이 오면 가을을 안고 북녘 가자_1
북녘을 향해가는 철길과 도로다. 산 위에 가을이 완연하다. 우리가 본 가을처럼, 우리가 품은 가을처럼 그렇게 통일이 왔으면 참 좋겠다.

10월의 마지막 밤도 지났고 11월 첫째 주가 다 지난날인데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가을 산이 황홀 깊게 날 부른다. 어쩔 수 없어서 무너진 나는 시를 짓기로 한다.    

가을을 따라 걷다가

                                                                김형효

봄 지나고 여름 지난 가을산은 아름답다. 화려함에 지쳐 끝 모르게 푸르렀다. 온몸을 태우듯 찬란히 빛을 내는 가을산은 온화한 여인의 향기같이 화려하다. 안기고 싶은 눈앞의 가을 산을 바라보며 한걸음 다가가니 첫걸음에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가을이 가까이 와있다. 멀리 있는 가을 산에 다다르지 못해 내 눈 앞에 가을을 헤아리다보면 저만치 다가오는 가을산은 아직 내 눈에 멀다. 깊어가면 갈수록 내게로 다가와 유혹하는 가을에 넋 놓고 빠졌다가 헤어날 수 없을까 생각하다 정신 차리자고 맥없이 하늘만 쳐다본다. 그제사 겨우 가을 산의 황홀을 벗어난 나는 가을 강 같은 깊은 하늘에 빠져 버렸다. 가을이 된 나는 허물어지듯 무덤을 쓴 낙엽을 바라보며 세월을 밟는다. 사색을 밟는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이 가고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을 바라보다 훗날에는 흰 눈과 함께 지상을 걸어가겠지.

통일의, 날 그날이 오면 가을을 안고 북녘 가자_2
바다에 논인 둑에는 풀이 돋았다. 우리들 마음 속에 통일의 열기처럼, 바다는 슬픔을 겹겹히 쌓아올리듯 흰 거품을 몰고 왔다 갔다 멈추지 않고 울어댄다.

사실 이 시를 지으며 난 마음 깊이 눈물을 흘렸다. 사색하기 좋은 나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행 중에는 이미 70을 바라보는 어른도 계시고 많은 선배들이 계신다. 모두가 충실한 인생의 나이테를 켜고 나이테의 무늬를 더욱 아름답게 밝히고 계신 분들이다. 언제부턴가 가까이에 있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멀리 있는 것들을 잘 보는 것 같다. 천리안이 되는 듯하다는 것이다. 

첫 날의 일정에 너무 깊이 사색하는가 싶다. 조금은 아리송해서 좋은 감춰진 사연은 나만 슬프게 하면 그만인 것처럼 내게만 선명한 시다. 
2005년 발해뗏목탐사대 동행취재단이 되어 러시아로 향했던 거진에 도착해서 간단요기를 했다. 장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곧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한 때는 출판사를 하며 민족의 언어를 쓰는 세계 각국의 한민족 시인을 찾아 격월간지를 내기도 했던 나다. 그랬다. 내게 통일은 그만큼 소중하다.

통일의, 날 그날이 오면 가을을 안고 북녘 가자_3
언젠가 북녘 사람이 e-수원뉴스 시민기자가 되어 우리와 함께 기념찰영하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들과도 속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속없이 웃어볼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통일전망대를 찾는 마음은 그래서 더욱 설렜다. 백두산을 세 번 올랐다는 자랑스러움으로 남북관계가 좋았던 날에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도 한사코 마다했던 나다. 그리고 매우 오랜만이다. 북녘을 바라보는 시간......, 그리고 사색이 이어졌다. 파도를 보면서도 동해바다 위에 갈매기 무리가 팔랑팔랑 날갯짓을 하며 울어댈 때도 나의 사색은 거칠었다. 파도처럼 말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통일이 온다면 가을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시민기자들과 함께 북녘으로 연수가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곡을 안고 푸르고 푸른 가을바다를 안고 가을 하늘을 품고 그렇게 북녘을 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사색을 멈추지 않고 다시 한 편의 시를 지었다. 그렇게 나의 워크숍에 시작은 시를 품는 시간이었다.

통일의, 날 그날이 오면 가을을 안고 북녘 가자_4
평화통일 화장실, 마지막 화장실이 있는 통일전망대에 박종일 기자와 김해자 기자가 흥미를 즐기며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 이름이 "통일의 날에"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통일

                               김형효

누군가 말 걸어 왔네.
당신에게 사랑이 있는가?
그래 내게도 사랑이 있고
내게 사랑을 물어온 당신에게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아오.

만약 그대가 통일이 언제 올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묻는 사람이라면
가장 가슴 아픈 마음으로
나는 그대가 통일이라 말하고 싶다.

세상사 벼랑 끝의 희망을 건져 올린
마더 테레사가 안아준 아이처럼
성모 마리아의 소망처럼
믿음만큼씩 오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금 그렇게 버거운 통일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

파도를 읽으며 손을 모은다.
소리와 소리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눈 맑은 하늘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자비로운 부처님의 나무아미타불! 옴마니밧메훔!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난 내 눈물로 산하를 적신다.

나는 지금 노래를 듣듯 듣는다.
통일전망대에 불어오던 바람소리
그 바람소리에 파도소리에
통일의 노래가 된 나의 심장소리를
그렇게 하늘눈을 밝히며 다가오는 통일을 본다.

그대가 통일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가을이라 답을 할까 한다.
가을 날 가을이 부르는 대로 길을 가며
가을의 황홀처럼 다가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오색, 팔색, 각양각색으로 나그네를 유혹하는 가을이
팔 벌려 나를 부르듯 가을처럼 통일이 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바란다.
그렇게 가을날의 황홀처럼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게으르지 않게 다가가고 걸어오고
우리들의 여행처럼 다시가고 다시 오고
멈추지 않는 아이의 아장걸음처럼 걷다보면
우리를 반겨올 통일이 멀지 않다는 것을

그렇게 가는 것이다.
어린 날의 아장걸음 하나가 지금 나의 한 걸음이듯
천 년 전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한 걸음이
앞걸음, 뒷걸음 하며 이어져온 역사의 강 언저리에 다다른 
우리 민족의 찰나의 슬픔이 이 분단이라 여기며

소리쳐 울어대는 
동서남! 남서동! 남서동! 동서남!
그렇게 울어대는 파도소리에
우리들의 슬픔을 이겨내며
오늘 우리는 잊지 않고 알고 있다.
통일의 우리가 할 일이란 것을

그럼 된 것이다.
우리가 할 일 알면 된 것이다.
어려울 일 없다.
이루지 못한 꿈이 좌절할 일이 아니듯
이루지 못한 염원이 통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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