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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
2013-11-14 20:26:12최종 업데이트 : 2013-11-14 20:26: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은정

이제 가을도 그 아름다움의 시기를 다해가는 듯하다. 한낮에도 시원하다기 보다는 추워서 옷깃을 여미게 되니까 말이다. 이렇게 아쉽게 가을을 보내야 하는 우리들은 짧았던 가을을 기억하고 나중에 추억할 수 있을까.
이렇게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마지막으로 단풍을 보기 위해 달려간 곳이 있다. 바로 남이섬.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그 곳이지만 사실 나는 아직 남이섬을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2013년의 가을을 기억하기 위해 떠났다. 남이섬으로.

사실 수원에서 남이섬이 있는 가평역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선 버스로 수원터미널에서 가평터미널로 가는 방법이 있고, 용산역으로 들러 다시 가평역으로 가는 지하철 노선이 있다. 나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긴 하지만 친구들과 용산역에서 만나 함께 가기로 했다. 하루 다녀오는 여행이라 해도 역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설레는 법. 가평역까지 수다를 떨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도착했으나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가평역에 내리자마자 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다. 등산복을 입은 분들이 대부분으로 역과 역 앞의 거리까지 인산인해라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그 사람들과 버스를 타고 향하는 곳은 남이섬. 같은 지점이다. 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출출한 배를 채울 겸 음식점들을 둘러보니 닭갈비가 유명한지 거의 닭갈비가게였다. 사람이 많은 음식점으로 들어갔으나 맛은 실패. 역시나 유원지 앞은 음식점들이 많기는 하나 맛있지는 않다고 투덜대며 친구들과 나섰다.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1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1

날씨가 그리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떴다. 남이섬은 워낙 유명한 장소라 완벽하게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위해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를 타는 입구부터 '남이섬'이 아니라 '남이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나라에 가는 듯하게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있으니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더욱이 외국에 온 듯 했다.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2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2

얼마가지 않아 배에서 내렸고,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폐자원을 활용해 만든 조형물들이다. 한 친구가 남이섬은 사람들이 버린 병이나 캔, 철사 등을 활용하여 독특한 작품들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그런 것들을 실제로 보니 아이디어가 훌륭하여 이 섬을 더 빛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에는 어딜가나 사람들로 넘쳤다. 조용한 곳에서 산책하고 명상하며 생각을 정리하려고 왔다면 장소선정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으니 유명한 장소에서 활기찬 기운을 느끼기엔 좋았다. 

남이섬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아니 '겨울연가'로 인해 유명해 진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까. 중국사람도 많지만 일본 관광객이 유난히 많았다. 배용준과 최지우가 함께 걸었던 단풍나무거리, 그들이 앉아서 눈사람을 만들고 첫키스를 했던 곳, 또한 두 배우의 사진이 걸려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일본사람들이 북적였다. 
어떤 일본인 여자는 최지우의 모습으로 앉아 배용준의 사진에게 뽀뽀하는 듯한 자세로 사진을 찍었는데 함께 갔던 나의 친구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3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3

거의 떨어져가는 단풍이지만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왔다.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붉고, 노란 단풍들이 내 눈을 즐겁게 했다. 우리는 다들 자신이 찍고 싶은 자세로 사진을 찍고 독특하게 포즈를 취하며 놀았다. 같은 경기도라고 하지만 마치 멀리 여행 온 듯 하기에 그 기분은 만끽했다.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4
남이섬에서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하다_4

생각보다 섬이 크지는 않아서 천천히 단풍을 감상하며, 이제는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걸었는데도 4시간정도 걸으니 볼 만한 곳은 거의 다 볼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것은 각종 동물들이 방목되어 있어 바로 옆에서 동물들을 볼 수 있었던 점이다. 다람쥐, 토끼, 거위, 심지어는 타조까지. 타조는 신기하여 한참을 구경했다.

남이섬 안에는 작은 박물관들도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고전악기들까지 모아놓은 박물관과 '신라의 달밤'등 주옥같은 노래들을 작곡한 작곡가 박시춘 선생의 박물관이 있었다. 특히 박시춘선생은 오래전에 활동했던 분인데 그분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을 한 벽면에 사진들로 가득채운 곳에서 제일 마지막에 김범수의 사진이 있어 다들 즐거워했다.

우리는 배가 빨리 끊기는 게 아닌가 하고 5시쯤에 급하게 배를 타기 위해 나왔는데 의외로 배는 밤늦게까지 있었다.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남이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괜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

이제는 날씨가 더욱 추워져서 단풍은 떨어지고 나무는 헐벗을 것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되면 '겨울연가'의 한 장면처럼 눈이 소복이 쌓일테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남이섬을 찾을 것이다. 하얀 눈으로 덮인 남이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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