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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아침에 먹는 황태국 한 그릇
2013-11-13 11:25:11최종 업데이트 : 2013-11-13 11:25:1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기온이 며칠 사이에 쑥 내려갔다.
늦가을 보다는 초겨울이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는 날씨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뜨거운 국물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무슨 국을 끓일까 잠시 생각하다 얼마 전 시민기자 워크숍을 다녀오면서 구입한 황태를 이용해 국을 끓이기로 한다.

먼저 황태포가 잘게 찢어진 상태로 들어 있는 봉투를 여니, 버터구이 오징어 냄새가 난다. 아주 고소하고 진한 황태포의 냄새다. 황태포를 구입할 때 가게 사장님께서 일러 주신대로 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황태포에 물을 조금만 붓고 들기름 2스푼을 넣은 후 10분정도 끓인다. 

찬바람 부는 아침에 먹는 황태국 한 그릇_2
찬바람 부는 아침에 먹는 황태국 한 그릇_2

거기에 감자를 2~3조각 넣은 후, 끓으면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하고 송송 썬 파를 넣어 시원하고 맛있는 황태국을 완성 시킨다. 혼자만 다녀온 여행의 미안함도 있어, 정성껏 황태국을 끓여 아침상에 올리니 가족 모두 뜨거운 국물과 고소한 황태건더기를 아주 맛있게 먹는다. 

시민기자 워크숍의 일정중,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백담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작년 어느 모임에서 백담사 인근에 위치한 만해문학관을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때도 11월 초순, 늦가을의 쓸쓸함 속에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작품과 꼿꼿한 기개를 만나고, 근처 식당에서 황태구이로 점심식사를 했다.

참 맛있었다. 함께 나온 산나물 무침 또한 얼마나 맛있는지 계속 " 더 주세요"를 외치다가 나중에는 미안해서 직접 주방에서 반찬을 나르는 일행이 있을 정도였다.
그때 반한 백담사의 황태를 이번 워크숍에서도 맛 볼수 있는 기회가 생겨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백담사 경내를 둘러 본 후 도착한 식당은, 5만평 규모의 황태덕장을 직접 운영한다는, 백담사입구에 있는 황태전문 식당이다. 먼저 나온 맛깔스런 밑반찬과 도토리묵 무침도 고소하고 탱탱한 것이, 일반 시중에서 사먹는 맛 하고는 다르다.  조금 후에 등장한 주인공, 황태구이와 황태국은 그야말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찬바람 부는 아침에 먹는 황태국 한 그릇_3
찬바람 부는 아침에 먹는 황태국 한 그릇_3

넓게 펴 놓은 황태포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살짝 구운 황태구이는, 매콤한 양념과 함께 두툼한 황태살이 고소하게 입안에서 씹히며, 함께 나온 황태국의 진한 국물은, 늦가을 쌀쌀함에 차가와진 몸을 따뜻하게 풀어 준다.
그런데, 황태국을 보는 순간, 이게 과연 황태국이 맞는걸까, 어쩜 이리도 뽀얗게 국물이 우러났을까, 참 신기하다.
직접 황태 덕장을 운영하는 곳이라, 식당 한쪽에는 황태포와 황태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식사후 구경삼아 둘러보며 사장님께 뽀얀 황태국의 비결을 물었다.
사장님도 여러번의 시도 끝에 성공한 황태국의 비밀은 바로 감자에 있었던 것이다. 감자를 2~3조각 함께 넣어서 끓이게 되면 감자의 전분이 나오면서 국물이 뽀얗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다 잘 말린 황태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까지 더해져 시원하고 깔끔한 황태국이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숙취해소에 좋다는 북어국은, 집안의 누군가가 술에 취해 들어온 다음날은 꼭 아침 밥상에 올라 쓰린 속을 풀어주던 단골 메뉴다. 내가 어릴 때 우리집 밥상에도 북어국이 자주 올라왔다.
술을 좋아 하시던 친정아버지 덕분에, 북어 두드리는 방망이 소리로 아침잠을 깬 적이 꽤 여러번 있다.

명태,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모두 같은 생선의 이름이다. 얼린것과 얼리지 않은 상태, 건조 상태에 따라 이름들이 다른 것이다.
내가 어린시절만 해도 명태는 참 흔한 생선이었다. 겨울철이면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더불어 며칠에 한번씩은 단골로 밥상에 오르던 동태찌개는, 얼큰하고 뜨끈한 국물과 함께 하얗고 보드라운 두부와, 잘 익어서 말랑한 무와 함께 어우러져 어린 우리 남매들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환영받는 메뉴였다.

살짝 말려 꼬들꼬들한 코다리에 큼직하게 무를 썰어 넣고, 갖은 양념해서 졸인 코다리찜은 어린시절뿐만 아니라 지금도 밥도둑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맛있는 음식이다. 

이렇게 맛있고 흔하던 명태가 요즘은 귀한 생선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인근에서는 거의 잡히질 않아 지금 강원도에서 생산되고 있는 황태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라고 한다. 러시아산 명태를 들여와서 말리는 과정만 우리나라에서 하는 거라고 한다. 명태가 황태로 변신 하는데에는 중요한 3가지 요소가 있는데, 눈이 많아야하고 기온이 낮아야 하며 바람이 잘 불어야 한단다. 

이 3가지 조건을 두루 갖춘곳이 바로 대관령 인근이어서 이곳의 황태가 맛있기로 유명한 것이다. 얼어붙어서 더덕처럼 마른 북어라 하여 더덕북어라고도 하는 황태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해서 빛이 누렇고 살은 연하고 부드러우며 쫄깃한 육질과 깊은 맛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황태가 되는 것이다.
강원도 지역에서 건조하는 황태는, 거는 즉시 얼어버려서 생선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겨우내 드넓은 덕장에서 얼고 녹기를 숱하게 반복하는 시련을 겪은 후에야 깊은 맛을 품게 되는 황태로 오늘 아침 우리 집 밥상은 따뜻한 밥상이 되었다.
수온이 찬 바다에서 사는 명태와 영하 15도 이하의 날씨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탄생하는 황태. 이미 우리나라 인근에서 명태가 사라진지는 오래되었고, 수입산 동태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황태도, 갈수록 따뜻해지는 겨울날씨와 삼한사온을 잊은 날씨로 인해 언제까지 우리가 맛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변화하는 환경 따라 먹거리도 달라지는 현실이 서글퍼진다. 뜨끈한 황태국 한 그릇으로 시작된 아침밥상 이야기가 지구의 환경과 미래까지 걱정하게 만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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