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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결혼기념일. 자식들이 챙겨드려야
연로하신 부모님께도 결혼기념일이 있답니다
2013-11-04 10:15:20최종 업데이트 : 2013-11-04 10:15:2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혼인한 부부만의 특별한 날, 바로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남편이 아내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하거나 선물을 하는 것을 젊은 부부들 사이에 성행하고 때론 바쁘게 살다보면 이벤트는 고사하고 아무생각 없이 휙 지나 갈 때가 있다. 

지난 10월31일은 친정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고희를 넘기신지 오래 부모님께도 결혼기념일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지난 봄 어버이날을 전 후로 친정에 갔을 때 얘기 꺼리의 부재로 재미 삼이 던졌던 부모님의 결혼 전 연애사가 생각보다 진지하게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에 순간 당황스러웠던 때가 생각난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바로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올해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에는 깜짝 놀랄 성대한 잔치라도 열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막상 눈앞에 다가오니 형제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성대한 잔치는 고사하고 함께 축하의 촛불 끄기도 어렵게 되었다. 

마침 그러던 차에 엄마의 전화가 있었다. 이상 기온 때문에 배추의 생육 상태가 불량해서 이른 김장을 해야 한다며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자식들의 일정에 대하여 관여하지 않는다. 결정 된 상황에 대하여 통보하고 실행한다. 상황이 되는 형제들은 그 일에 참여하고 상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불참해도 굳이 전원이 참여하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형식에 매달리지 않으며 "다만 그때 그런 일이 있으니"라고 통보 할 뿐이다. 

우리형제들은 사슴을 말이라 해도 사슴이라고 아버지의 말씀에 토를 달지 않는다. 그렇게 70년을 넘게 산 아버지는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며 아직도 대쪽 같이 바르게 살고 계신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참석하는 인원보다 불참하는 형제들이 더 많게 생겼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는 나는 일이 무섭다고 달리 핑계를 댈 거리도 없다. 믿을 것은 평소에 보디가드라고 자청한 작은아이와 대동하여 무거운 것을 들고 옮기는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오전 7시 반에 출발하는 강릉행 첫차를 타기 위해서 터미널로 갔을 때 첫차가 매진이라는 말에 예매하지 않음을 후회가 되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 출발한 버스는 용인에서 여주를 벗어날 때까지 거북이걸음으로 달렸고 삼척에 도착했을 때는 정오가 되어 가고 있었다. 친정에 서둘러 갔을 때는 벌써 김장을 다 끝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인근에 사는 셋째 고모님과 언니 그리고 서울에 있는 오빠가 와 있었고 뒤 이어 아산의 동생부부가 도착했다. 추석 때 오지 못했던 동생은 바리바리 먹을거리를 싸오고 어린 조가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품에 답삭 안겼다. 
점심상에 식구들이 둘러앉고 보니 올 사람은 다 왔다. 부모님의 일방적인 통보에도 불참하는 형제들이 거의 없는 것은 부모님께서는 항상 자식들에게 본보기로 바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부모 결혼기념일. 자식들이 챙겨드려야_1
부모 결혼기념일. 자식들이 챙겨드려야_1
 
혼인하고 56년 만에 찾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조촐한 오찬이 시작되었다. "다 늙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결혼기념일은 무슨 결혼기념일. 젊은 사람들이나 잘 하고 살면 되지. 고맙다"하시는 엄마의 말씀이 그동안 너무나 무심했던 마음이 찡해져 왔다.

"이렇게 결혼기념일이라고 멀리서 찾아와줘서 고맙다. 이런 형식에 억매일 필요가 없는데 바쁜 와중에 다 와서 축하해주니 고맙고 어째든 형제들 간에 모나지 않게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항상 우리는 환영이니까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놀러 오고 싶을 때 오고 서로 아끼면서 살아라"하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다. 

결혼기념일은 부부 간에는 국경일보다 더 중요한 날이라고 여기고 소홀하게 지나가면 서로 서운한 감정을 갖는 경우도 있다. 혼인하고 처음에는 남편의 특별한 이벤트를 기다렸고 이제는 남편을 위해서 뭘 하면 기뻐할까를 생각한다. 
가끔은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이 돌아오기 전 달력에 붉은 펜으로 별표에 곱하기 5를 하여 중요한 날임을 되새기게 하기도 했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부부간의 특별한 기념일에 대해서 서로 챙겨주고 위해주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의 요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 소위 요즘 사람에게만 결혼기념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부모님께도 결혼기념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어려운 시절을 인내로 살아낸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자녀들이 되자.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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