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능 보는 내 딸, 고생 많았다
수능보는 친구들 모두 수고했어요
2013-11-07 08:51:55최종 업데이트 : 2013-11-07 08:51:55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우리딸~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다"

수능 보는 내 딸, 고생 많았다_1
항상 밝고 예쁜딸
수능입시날 아침은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빗줄기는 약한데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대추나무 이파리가 차위에 수북내려앉아있다. 여유롭게 차를 닦을 마음상태가 아니라 애써 못본척 시동을 켜고 이내 매탄고등학교로 내달린다.
어제 밀린 도로를 미리 파악해두길 잘했다. 일찍나선 이유도있지만 입시고사장을 피해 골목골목을 재빠르게 달려 15분만에 도착한다. 헉~7시 전이다.

"엄마 너무 일찍 왔나봐~히히"
초조한 기색도 없고 그저 평소처럼 느긋한 표정이다. 잠도 푹잤는지 눈도 또랑또랑하다. 다행이다.
어젯밤 싸놓은 아침도시락을 차안에서 조금 먹는 딸은 시원하게 볼일을 두 번이나 봤다고 말한다. 먹으면서 싸는 얘기를 아무렇지도않게 하는걸보니 긴장감은 제로인것같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동안 수능앞두고 지지고볶는 생활로 지친 나도 홀가분하다.
맘대로 큰소리도 못치고 어딜가도 애가 비상벨을 누를까봐 핸드폰을 손에서 놓치않고 살았다. 행여 화장실에서 늦게나오면 변비가 아닐까 키위부터 사놓고, 얼굴에 꽃이피여 독이 올랐나싶으면 녹두죽을 한솥 끓여 먹이곤했다.
매달보는 시험점수에 기분이 오르내리는걸 지켜봐야하는 것도 편치않다. 주변에 엄친딸은 넘쳐나고 귀를 막아도 소식은 빠르게 전해진다. 표정관리가 힘들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학원에 오고가는 차량시간에 신경이 곤두서있어 단 몇분이라도 집에 늦게도착하면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사회가 어수선하고 뉴스엔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하니 딸가진 부모심정은 다 똑같지 싶다.

딸은 죽을만큼 열심히 공부하지않았다. 물론 본인은 열심히했다고 웅변한다. 늘 둘의 입장차이가 커서 대화를 길게 나누지는 못했다. 아빠가 자격증 딴다고 3년 넘게 공부할때 허리디스크가 재발해서 병원에 실려가는걸 여러번 봤겠지. 엄마가 자격증 딴다고 일년동안 모든 인연 끊고 집과 학원 그리고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는걸 봤을거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보고배운게있어 딸도 그렇게 공부할줄 알았다. ]

수능 보는 내 딸, 고생 많았다_2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단다
그런데 딸은 너무 예쁘고 관심사가 다른곳에 더 많았다. 늘 아침마다 긴머리 윤기나게 가꿔야하고 앞머리 고대기로 감아줘야한다. 스타일이 구겨지는걸 가장 싫어하고 집앞 슈퍼에 나갈때도 거울을 보고나가야 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공부할 땐 대충 해라~ 나중에 시험 끝나고 하고 싶은 거 다해~ 지금은 공부만 열중해~"
잔소리는 노래였고 딸은 그 노래를 듣지도 않는다. 결국 내가 손을 들었다. 

학교 앞에서 멀어져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하루 종일 앉아있고 운동도 못해서인지 살이 제법 많이 붙어있다. 시험 끝나면 다이어트한다고 벼르고 있는데 하긴 해야겠다. 수능대박기원 초코렛과 찹쌀떡은 가장 큰 시련이다. 예의상 먹어야했으니까.

딸은 시험끝나면 할게많다.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고, 언니처럼 아르바이트도해야하고, 살 것도 많다고 했다. 보상심리가 작용했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엄마 아빠는 지갑만 준비하고 있으면 되는가보다. 

지난주 수능이후의 삶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눴다. 뭐든 하고싶은거 해도좋은데 몇가지 약속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귀가시간은 11시를 넘기지말고, 고가의 물건을 살땐 미리 말하고, 여행은 당일로 다니고, 술은 자세가 흐트러질정도로 마시면 안되고...
딸은 너무 앞서가는거 아니냐고 깔깔웃지만 순순히 받아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그래도 긴장을 풀수는없다. 부모니까. 

이제 내년이면 딸이 교복을 벗는 나이가 된다. 그동안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에서 보호받고있었기에 마음이 편했다. 친구들과 마음껏 놀며 얘기하고 작은사회를 경험하는 시간이 되었겠지. 답답하고 고루하다는 투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잘견뎌줘서 고맙고 대견하다. 

부모처럼 나이 들어 삶을 뒤돌아 봤을 때 지금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거라 믿는다. 교복 줄여입고 깻잎머리 신경쓰고 친구들과 지지고볶는 일과속에 행복이 있었음을 알게 될 거다. 이른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기가 힘들어 짜증내고, 아침밥은 먹기 싫지만 먹어야 했고, 핸드폰은 뺏겨 간밤에 친구들 소식을 알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 빨리가길 바랐던 이 시간들이 추억되어 되새겨질 거라 믿는다.

오후 4시쯤이면 모든 시험을 마치고 지친 모습으로 학교를 나오는 딸의 모습을 생각해본다. 점수에 연연하지말고 그냥 홀가분하게 집으로 오면 좋겠다. 행여 답안지실수를 했거나 알고도 놓친 문제가 있어서 속상해도 훌훌털고 밝게 대문열고 들어오면 좋겠다.
맛있는 거 먹고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도록하자. 오늘은 푹쉬고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딸아~수고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