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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끝난 들판처럼 사색깊은 야시장 불빛
추수가 끝난 들판을 걸어보았는가?
2013-10-29 10:30:46최종 업데이트 : 2013-10-29 10:30: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추수가 끝난 들판을 걸어보았는가? 
도시인들에게는 참으로 낯선 풍경일 것이다. 아니 풍경을 떠올려보기 어려운 막연한 상상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일부러라도 추수가 끝난 들판을 기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보는 일은 살면서 소중한 기억이 되리라 믿는다. 일이 끝나고 휴지기에 든 들판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여유가 넘친다. 또한 넓고 멀리 펼쳐진 추수 끝난 들판은 삶을 사색하게 한다. 

삶이 버거운 것은 시간이 빼곡하고 촘촘하게 얽혀진 일상 탓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모양을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그대로 반영되는 느낌이다. 

시민기자는 얼마 전 아파트 경비 일을 하다 10년 전쯤 함께 일했던 인연으로 새로운 직장을 추천받아 아파트 관리실 업무를 시작했다. 매우 오랫동안 일해 오며 시인을 꿈꾸고 학업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직장이었다. 이팔청춘의 남성이 홀로 자취하며 꿈을 꾸기 좋은 직장이었다.

추수끝난 들판처럼 사색깊은 야시장 불빛_1
아파트 옥상을 걸으면서 삶을 생각한다. 지상의 답답함과 하늘의 여유가 대비된다.

추수끝난 들판처럼 사색깊은 야시장 불빛_2
아내와 함께 걸었다. 영동시장과 수원천의 야경이 사색을 더한다. 아내와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일을 시작한 덕분에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경험한다. 더구나 이성적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에게 인간군상의 행태를 연구하는 데는 더없이 자유로운 공간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내가 좀 모자란 위치에 있을 때 막무가내의 사람들을 볼 때 더욱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에 대한 행동에 유의하게 되고 조심하게도 된다. 물론 그런 경험은 경험으로 괜찮지만 삶을 누리기에는 가혹하고 고통스런 일이 많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처한 현실, 현재의 삶이기도 하다. 물론 꿈이 있어 한시적으로 선을 긋고 하는 일이다. 네팔에 화려한 베이스캠프는 아니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만큼의 터를 닦을 만큼 경비를 마련하자고 시작한 일이다. 막 걸음마를 뗀 사람처럼 세상의 문을 여는 심정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여유로운 마음이 없으면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일에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함부로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달이면 2013년도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세밑이 되면 이웃을 살펴보자 캠페인처럼 웅성대는 세상이다. 그러나 일상이 여유롭지 못하면 모두가 허사다. 하늘을 걷듯이 아파트 옥상을 돌아보다 한 장 사진을 찍어보았다. 빼곡하고 촘촘하고 막막한 일이다. 

추수끝난 들판처럼 사색깊은 야시장 불빛_3
지동시장은 우리 부부의 단골 데이트 장소다. 철시 후의 지동시장도 생각을 깊게 한다. 뒤늦은 시간까지 바쁜 시장 상인들도 볼 수 있다.

추수끝난 들판처럼 사색깊은 야시장 불빛_4
한적한 시장길이다. 짐을 든 나그네가 북적대던 한낮의 기억을 뒤로 하고 길을 걷고 있다.

하늘의 구름은 여유를 이야기하는데 지상의 빼곡하게 들어찬 아파트들은 우리네 삶을 풍족하고 여유롭다 말하지 않는다. 삭막함과 막막함과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이런 때일수록 수원의 수많은 공원들을 찾자. 산과 화성의 성벽 길, 만석공원, 효원공원, 광교공원 호수와 어우러진 수원의 공원길은 우리네 마음에 여유를 건져 올려주기에 충분하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는데 누구를 위할 수 있으랴! 내 몸을 내가 움직여 여유로운 사색을 하도록 배려하자 내가 나를 배려할 때 그 배려하는 마음이 이웃에 가닿으리라. 공원도 들판도 걷기 어렵다면 가까운 집 주변의 시장 길을 걸어보시라. 그 자리에서 지금은 낯선 길을 떠나간 어린 날의 벗들에 얼굴을 떠올려보자. 
드넓은 들판을 좁은 시장 골목에서 느껴볼 수 있으리라.   

먼주 구릉, 김형효, 지동시장, 영동시장, 만석공원, 화성 성벽 길, 수원,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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