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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한 가을 여행, 자연을 만나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찾아간 고향에서
2013-10-29 21:12:45최종 업데이트 : 2013-10-29 21:12:4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현대인은 모두가 이방인이다. 고향을 찾으면서 다시 그 말의 의미를 찾아본다. 많은 명망가들도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준재 의미를 찾아가는 길과 다를 바 없이 깊은 사색의 시간을 고행과 존재의 의미를 찾는데 할애했다. 그것은 내게도 마찬가지다. 어린 나이에 존재의 터를 떠나 헤매듯 삶의 거리를 찾아 살았던 유년의 시기는 상실의 시기였다는 것이 시민기자가 스스로를 보는 인식이다.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인 하이데거의 철학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말하는 '고향' '대지' '들길'따위의 시적 언어가 그대로 그의 철학 용어가 되었다. 그의 '존재'는 인간의 현존을 가리킨다. 
그는 삶의 의미를 우려와 걱정과 관심과 돌봄의 눈길로 문제 삼는 존재자로 본다. 그렇게 자신의 존재 전체를 문제 삼는 것을 두고 하이데거는 '실존'이라고 말한다. 하이데거에게 존재란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하고 소박한 자연'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줄이면 고향이다. 

아내와 함께 한 가을 여행, 자연을 만나다_1
고향집을 찾은 형제자매와 어린조카들이 함께 모여 79세 아버지 생신을 축하하는 케잌에 촛불을 켜고 있다.

아내와 함께 한 가을 여행, 자연을 만나다_2
드넓은 대지를 바라본다. 하늘도 대지도 하나인 것처럼 멀리에서 만났다. 아내와 내가 멀고 먼 곳에서 하나가 되어 돌아왔듯이...

하이데거가 보기에 고향을 잃어버리고 존재의 의미를 상실해버린 채 서로가 서로에게 하나의 도구가 되어버린 세계가 있다. 그것은 불안과 공허와 권태의 세계로 도시화되고 문명화된 세계다. 하이데거는 그 고향의 들길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하이데거의 철학이 아니라 도란대듯 소곤거려주는 이야기라도 받아들이기 곤란한 현실을 살고 있다. 깊은 가을밤도 잃어버렸고,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듣는 법도 놓치고 있다.

가족과 가족이 만나도 어린 날의 들길을 걷거나 산길을 걷는 일보다 스마트폰을 살피며 나름의 개성을 강조하고 따로 놀기에 바쁘다. 함께 놀기가 안 되는 현실은 가족이나 사회가 다 같이 느끼는 일이다. 다만 축제의 자리에서 함께 놀지만 이 또한 개성을 발산하는 개인과 특정한 대상을 보고 즐기는 지극히 사적인 향유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지나고 남편이 살았던 유년의 땅을 찾는 아내의 표정은 밝다. 감춰진 설렘도 드러난다. 왜일까? 신랑을 매우 사랑해서 그런 것일까? 물론 조금은 그런 마음도 있으리라. 하지만 본성적으로 인간이 느끼는 자연을 찾아가는 길에 그 설렘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란 것이 시민기자의 판단이다. 

아내와 함께 한 가을 여행, 자연을 만나다_3
고향의 늦가을날인데 석류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아내와 함께 한 가을 여행, 자연을 만나다_4
우거진 숲이다. 그 가운데 건물이 지금은 폐교가 된 내가 다녔던 국민학교다.

자신의 고향을 찾지 못하고 나라가 다르지만 자연은 인간 모두에게 고향이라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그러니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들길을 걸을 수 있는 자연은 자연스럽게 형제를 생각하게 되고 부모를 생각하게 된다. 
4시간이 넘는 기차여행이지만 지친 느낌은 없다. 79세 아버지 생신을 맞아 떠난 여행길인데 아내는 어린 날 아버지와 헤어졌고 결혼 승낙을 받을 때야 만났다. 그러니 8남매의 형제가 모이는 남편의 집을 찾는 것은 경이로운 일과도 같다.

아버지의 생일 케잌이 준비되고 촛불이 켜지는 순간 아내의 상기된 얼굴 표정은 감출 수 없는 기쁨이다. 다른 형제들도 함께 느끼는 그 마음은 모두에게 고마운 시간이다. 
파티가 끝나고 케잌을 나눠 먹은 후 집 주변의 들길을 걸었다. 수확을 앞둔 배추가 탐스럽다. 

우리 집 석류 밭의 석류꽃도 드넓은 들판도 모두 사진에라도 담아오고 싶은 마음도 하나다. 탁 트인 들판을 사진으로라도 보면 마음에 여유를 찾고 대지를 보며 고향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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