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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깍쟁이라구요? ‘수원맘’은 달라요
인심좋은 '수원맘 모여라' 카페 이야기
2013-10-30 01:33:36최종 업데이트 : 2013-10-30 01:33:36 작성자 : 시민기자   최지영

수원 사람을 '수원 깍쟁이'라고 한다. 나는 사실 남부지방에 살다가 결혼을 하면서 수원으로 오게 되었는데, 수원에 산다고 하면 수원사람들이 좀 깍쟁이 같지 않냐고 묻곤한다. 공정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수원 깍쟁이의 어원을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옛날 개성상인과 수원상인이 허름하고 낡고 가옥에서 하룻밤을 같이 묵게 되었다. 당시 개성상인은 손해나는 짓은 절대 안하는 깍쟁이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데 추위에 견디다 못한 개성상인이 수원상인에게 문을 붙이고 잘 것을 제안했다. "문풍지와 풀을 사야하니 누구하나 손해 볼 것 없이 하나씩 사자고. 자넨 문풍지를 사게. 나는 풀을 살테니". 이렇게 해서 둘은 풀과 문풍지를 사서 발랐다. 
개성상인은 이득을 따져보니 풀이 문풍지보다 돈이 적게 들었다는 생각에 내심 기뻐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수원상인이 문풍지를 뜯어내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개성상인은 "나는 하룻밤 더 묵어가야 하는데 문풍지를 뜯어 가면 어쩌나?"라며 항의했다. 
수원 상인은 "나는 오늘 떠납니다. 다른데 가서 또 바르고 자려면 뜯어가야지요. 내 돈 주고 내가 산 것을 뜯어 가는데 뭐가 잘못 됐소? 억울하면 당신도 풀을 뜯어 가시구려"하며 떠났다. 이렇게 해서 수원깍쟁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고 한다. 수원은 예로부터 상업을 장려해 가게가 번성했다. 깍쟁이는 바로 가게를 하던 사람들이다. 가게의 원말은 가가(假家)로 나중에 '가게쟁이'가 됐다가 '깍쟁이'가 된 것이다. 

어원이 어떻든 이번 글에서는 전자의 '깍쟁이'라는 의미에서 '수원사람들이 깍쟁이?' 라는 물음표를 달아보고 싶다. 
최근에 '수원맘 모여라'(이하 '수원맘')라는 네이버 까페를 알게 되었다. 임산부가 되면서 관련 정보도 없고, 필요한 물건을 구할 겸 해서 살펴보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다. 나와 같은 예비 수원맘으로서 필요한 정보가 많았다. 

임신출산과 관련한 물품들, 육아에 대한 정보들, 아기 기념 사진들. 뿐만아니라 저녁 반찬 및 야식을 즐기는 소식과 같은 소소한 이야기, 속상한 마음을 달래는 다양한 고민거리도 올라온다. 뿐만아니라 아이의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수원맘들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안까지 제시해 준다. 이렇다 보니 멀리사는 가족이나 친지보다 '이웃사촌'이 더 까깝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수원 깍쟁이라구요? '수원맘'은 달라요_1
'수원맘 모여라' 카페 http://cafe.naver.com/byungs94

'수원맘' 까페의 아름다운 전통은 '드림'이다. 보통은 물물교환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자신에게는 필요없지만, 필요한 누군가와 나누는 기부를 '드림'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여유분이 남는 세제 및 비누. 과일, 음료, 반찬거리 등등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집에 떡볶이를 했는데, 많아요. 가까우신 분께 드림합니다"하면 "저요, 같은 아파트네요." 하면서 인연이 이루어진다. 그럼 다른 동네에 사는 분들은 부러움의 댓글을 남긴다. 

모르는 사이인데도, 알던 사이처럼 정겨운 공간인거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애경백화점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물건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곳이다. 나는 가보지 못했지만, 이렇게 다니다 보면 수원 엄마들을 꽤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수원맘'을 통해 임부복과 임산부의 잠자리를 편하게 해 주는 베개인 바디 필로우, 아기 놀이감, 미싱에 사용할 원단 등을 샀다. 무엇보다도 저렴하고, 실용적인 물품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가끔은 '덤'을 주기도 한다. 1만원에 임부복 4벌을 살 수도 있다. 인심이 살아있는 수원맘이 한 벌을 덤으로 주어서 5벌이 되었다.

수원 깍쟁이라구요? '수원맘'은 달라요_2
1만원으로 구매한 임부복들

'드림'은 꽤나 인기가 많기 때문에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런데 우연히 카페에 들어갔는데 '백일 현수막 드림'이 나온 것이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댓글이 없었다. 내가 첫 번째 주인공이 되어 백일 현수막을 받을 수 있었다. 무료로 무엇인가를 받는 것이 어색하고 미안해서 수퍼에서 음료를 샀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나서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기 얼굴도 직접 보고, 나에겐 언제가 출산인지 물어보신다. 어제만 해도 몰랐던 사람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고 정겹다. 이런식으로 몇몇의 수원맘들을 만나고는 그 동네에 가면 문득 인심 좋은 수원맘들이 떠오른다. 

수원 깍쟁이라구요? '수원맘'은 달라요_3
'드림'받은 백일현수막

전국단위의 중고카페에는 더 많은 물건이 있다. 하지만 '수원맘' 카페에는 지역만의 공동체적인 정이 있어서 좋다. 수원맘들의 따뜻한 배려를 받은 나는 아마도 수원맘으로서 그 이상의 마음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수원맘인게 행복하다. 
이렇게 자생적인 공동체로서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수원사람이 깍쟁이라고? 수원지역에서 아름다운 소통이 일어나고 있는 '수원맘' 까페를 경험해 본다면 그런 말이 사라질 것이다. 
'수원맘 모여라' http://cafe.naver.com/byungs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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