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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
무예24기 마상무예 지상무예 특별 공연에 관광객들 환호
2013-10-21 13:14:25최종 업데이트 : 2013-10-21 13:14:2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지난 주말, 강원도 설악산은 단풍이 절정이란 소식이 전해온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수원의 광교산은 절정에 이르기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할 듯하다. 조만간 빨강, 노랑, 주황 등 형형색색 수를 놓은 팔달산의 아름다운 단풍 가을도 만날 수 있으리라.

가을의 신호탄 10월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시월의 마지막 밤'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0일, 잠시 쉼표를 찍는다. 수원화성의 동쪽 창용문에서. 
휴일을 맞아 수원화성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아도 정말 많다. 화성을 배경으로 한 '해피선데이 1박2일'과 '출발 드림팀' 그리고 최근에 방영중인 '의궤 8일간의 축제'가 지상파 방송을 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1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1

정조대 호위무사들이었던 장용영 외영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했던 곳이기도 하고 1795년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정조대왕의 '8일간의 화성행사'시 서장대와 함께 주조(晝操 낮에 하는 군사훈련)와 야조(夜操 밤에 하는 군사훈련)의 무대였던 연무대로 향한다. 

창공을 쳐다보니 목화솜을 쫙 펼쳐놓은 듯 크고 작은 뭉게구름이 파란하늘을 점령하며 이동한다. 그 하늘 아래 우직한 모습으로 자리잡은 동북공심돈은 성곽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정조의 이념이었던 '인인화락(人人和樂-사람과 사람들이 화목하고 즐거워하다)'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순 없는 풍경이 성곽을 타고 이어진다.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2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2

연무대 측문 틈새로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팬 플릇 동아리인 듯 보이는 사람들이 화성을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옹기종기 박석에 앉아 선율에 취해 있는 사람들과 잠시 교감한 후 기와장식 담장 영롱담을 보러 나온다. 굽이굽이 엮은 담장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화성은 4대문과 공심돈 등 장쾌한 건축물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처럼 아기자기 영롱 담처럼 소소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들이 수원화성 처처에 있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창용문으로 향한다. 
오후 3시 정각이 되면 수원화성의 보물 무예24기 단원들이 펼치는 마상무예가 올해 마지막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창용문 앞은 이미 인산인해다. 

시간을 보니 조금 이르다. 1박2일로 유명세를 탄 국궁장에서 잠시 머무른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과녁을 향해 힘껏 시위를 당기는 모습이 참 진지하다. 화살이 멀리 날아가건 코앞에 떨어지건, 한 결 같이 정겨운 풍경이다. 
매표소 한편에 정차해 있는 화성열차엔 만원의 인파를 태우고 서장대로 향해 출발하려 한다. 수원화성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몸소 느껴진다.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3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3

공연시간이 다가온다. 장용영 무사들이 펼치는 지상무예와 마상무예의 진수를 보러 창용문 앞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무대 펜스 너머로 꽉 찬 사람들로 인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어디에서 봐야하나 고민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창용문 성벽 계단 측면에 한자리정도 끼어 앉아도 무방한 공간이 있다. 나를 위해서 남겨두었구나, 쾌재를 부르며 미끄러운 잔디 벽을 타고 올라가 앉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위를 살펴보니 유독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음, 무예24기가 드디어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가는구나,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웅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무사들이 위풍당당 무대 중앙으로 나선다. 나 또한 무사들과 함께 공연장에 나선 듯 착각이 일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지상무예를 시작으로 마상무예와 마상재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사이도 없이 전광석화 같은 무예 공연에 심장이 마구마구 뛴다. 
추임새도 넣고, 박수도 치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른다. 해넘이 전에 내리쬐는 햇빛도,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심취한다. 수원화성과 무예24기 무사들에 반했는지 주변사람들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4
창용문 앞, 창.칼이 춤추고 말이 포효하다_4

무사들을 사랑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실로 그들의 공연은 단언컨대 최고다. 완연한 팔달산의 가을을 만나기 전, 창용문에서 펼쳐진 무예24기 공연은 수원화성을 찾은 관광객들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올해 전국에서 만난 공연 중 최고였어요. 너무 멋진 공연이라 집에 가서도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난 후 너도나도 무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중앙무대로 나간다. 잔디밭 한가운데는 일순간 사람들로 아우성이다. 창용문 앞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광객은 이렇게 말하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조선 후기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정조대왕! 그리고 그 국왕을 호위하던 장용영의 군사들! 그 후예들이 220여년이 흐른 뒤에도 국왕 정조와 수원화성을 유유히 지키고 있다.
수원화성 가는 길에 장용영 무사들과 조우하고 싶다면? 팔달산 아래 화성행궁으로 가시라. 실전무기들을 들고 장쾌한 시연을 보이는 고수 무인들이 거기에 있으니.
월요일만 빼고 매일 오전11시, 오후3시 신풍루 앞에서 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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