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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정서와 오페라의 절묘한 만남
창작 오페라, '봄봄' 을 보고
2013-10-19 12:24:59최종 업데이트 : 2013-10-19 12:24:59 작성자 : 시민기자   공예지

지난 18일, 창작오페라 '봄봄' 이 저녁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 열렸다.

창작오페라 '봄봄' 은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1935) 을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오페라에 맞게 내용을 설정하고, 아리아를 작곡해 만든 공연으로, 공연 전개방식과 가사 등을 오페라 어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현재, 수원오페라단과 그랜드오페라단 등 여러 오페라단에서 풍물, 한국무용, 모노드라마, 판소리 등 각자의 색다른 버젼으로 공연되는 이 작품은 1930년대 한국 농촌을 배경으로 한 토속적인 무대와 특유의 풍자, 해학을 담은 아리아로 창작 오페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되 소설 속 주인공 '나'는 '길보'로, '장인 봉필'은 '오 영감', 점순이는 '순이'로 각각 이름이 바꾼 점이 다른 점이다. 또한 오 영감의 아내 '안성댁'이 등장한다. 박상욱(오영감 역), 구자헌(길보 역), 남지은(순이 역), 박은영(안성댁 역) 등 배우들은 '나에겐 딸년 셋이 있지요' '나는 길보' '키만 다 컸나, 몸도 다 컸지' '봄이네 봄이야' 등 각자의 캐릭터를 녹여낸 아리아를 선보이며 극을 전개한다. 배우마다 각각 맡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거의 혼연일체에 가까웠다는 것이 기자의 감상이다.

창단 8년을 맞은 수원오페라단의 남지은 단장은 "1930년대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머슴으로 일하는 순박한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혼인에 대한 갈등을 희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창작오페라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 쓰인 악기라고는 피아노 한 대가 전부였다. 각종 소리를 표현해야하는 피아노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그 만큼 출연진들의 역할이 더 중요했던 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유독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이 그런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또, 무대의 막을 열기 전에 판소리를 이용해 관객들의 집중과 이목을 끌었던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공연 내용도 '주인공 길보를 장가보내는 과정' 으로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이다. 장기보내는 과정에서 걸림돌이라고는 '키' 와 '어린 애' 가 전부다. 그리고 이 걸림돌도 나중에 오영감과 안성댁의 화해로 해소가 된다. 

우리나라의 정서와 오페라의 절묘한 만남_1
입장하는 아이들과 봄봄 티켓

우리나라의 정서와 오페라의 절묘한 만남_2
출연진과 수원연대동문들의 포토 타임
 
우리는 계단 밑에 있는 'ARTE CAFE' 로 가서 담소를 나누다 뜻밖에 합류된 출연진들과 인터뷰 기회도 얻게 되었다. 
첫 번째 인터뷰에 응해준 출연자는 오페라 'Madame Butterfly' , 'Rigoletto' , 'Cavalleria Rusticanas' 를 반주하고, 현재 수원 오페라단에서 반주자 및 전문연주자로 활동하는, 피아노 담당의 김현정 씨였다. 

사실 '봄봄' 공연을 보면서, 1시간 동안 쉴틈없이 피아노를 치셨던 김현정 씨를 걱정하며 "1시간 동안 피아노를 치시느랴 팔이 아프지 않으셨어요?" 라고 조심히 물어봤다. 김 씨는 "팔은 괜찮은데 여러 소리를 내느라 새끼 손가락을 많이 눌러서 아프네요." 라고 미소띤 얼굴로 대답했다. 

또, 다음 질문에서 그녀는 "1 -2달 걸렸어요." ,  "원래 오케스트라 악보가 있었지만 피아노로 옮길 때 스스로의 힘으로 했어요." , "따로 관리하는 건 없는데 손 푸는 연습을 해요." , "저도 공연이 빨리 끝나서 아쉬웠어요." 로 기자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었다. 

두 번째 인터뷰에 응해준 출연자는 오페라 'La Boheme' , 'Zaide' , 'Don Pasquale' 등 주역으로 출연하고,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출강 교수와 서울 역삼동의 H 이비인후과에서 발성치료사(음성에서 해결 안되는 부분을 치료하는 사람)로도 활동하는 길보 역의 구자헌 씨였다. 구 씨는 '2009년 남지은 단장과 인연이 닿아 수원오페라단에 입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인터뷰를 통해 길보 역 캐스팅 비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인터뷰에 응해준 출연자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 '사랑의 묘약' ,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국내외에서 다수 주역으로 출연하고, 현재 수원오페라단의 단장 및 강남대콘서바토리 외래교수로 활동하는 순이 역의 남지은 씨였다. 

남 단장은 "매번이 고비인 것 같아요. 하지만 재미와 열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힘들지만 결실을 맺으면 어느 누구도 모르는 희열이 느껴져요. 긴장되면서 느껴지는 설레임 같은 거 말이죠. (중략)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이라 원퀘스트(1막)으로 진행되어서 부담감이 크죠. 그렇다고 기간이 길어지거나 출연진이 늘어나면 건강 문제나 스케쥴 조절에 지장을 줄 수도 있죠." 라고 답했다.

그녀는 G 문화재단의 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 "예술 문화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에 맞춰가야 하죠. 액수가 커지면 보여지는 것도 커지고, 줄어들면 주는 선에서 짜야하고 이게 악순환이예요. 보는 사람들(관객)의 입장이 만족하지 않으면 예산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적은 비용 안에서 최대한 효과를 올려야 해요." 라 조심히 답했다. 그녀의 답변을 들으며 예술 문화의 현주소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정서와 오페라의 절묘한 만남_3
카페에서 출연진들과 찰칵!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사실 몇몇 질문은 돌아가며 진행했다. 정신없을 인터뷰에 친절히 답해준 출연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밤 늦게까지 이들과 나누었던, 카페에서의 밤은 바닐라라떼의 달달한 맛처럼 달콤 쌉쌀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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