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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
2013-10-19 12:45:53최종 업데이트 : 2013-10-19 12:45: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1
'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1

무던히도 싫었다. 굿판이라는 것이. 
벌써 40여년이 흘러간 옛일이지만 여전히 나의 머릿속은 어젯밤 일처럼 또렷하다. '굿'이란 말만 들어도 경기가 일 것처럼 싫었던 굿판이었건만, 50이 가까워오는 지금은 정겹게 다가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리 몸에 흐르는 한민족의 DNA 때문일지 모르겠다. 더불어 무속이 문화와 예술로 평가되는 8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 전통문화라는 인식으로 바뀐 연유도 있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인과 가가호호 나아가, 나라의 안녕을 빌어주는데 그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나쁜 구설수와 액(厄)을 막아준다는데 얼마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가.

한때 지독히 싫었던 굿판

친정엄마는 내가 3살 때 남편과 사별했다. 당시 아버지는 돈 한 푼 없이 어린 4남매만 딸랑 남겨 주셨다. 엄마는 그때부터 아이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보따리에 이것저것 쑤셔놓고 닥치는 대로 마을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행상을 하셨다. 억센 나날들이 계속 되던 어느 해, 목돈이 쌓이자 식당을 개업했다. 본디 강한 성품은 아니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기 마련인지라 친정엄마는 힘들게 모은 돈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식당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업이라는 것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법이어서, 엄마는 조금만 불황이 닥쳐도 읍내 유명한 무당을 모셔와 이른바 푸닥거리를 해댔다. 그것도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말이다. 지금이야 이웃들에게 피해를 준다하여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무당이라는 사람이 여러 개의 식칼을 들고 정신없이 흔들어 대고, 돼지머리 앞에 조아리기도 하고, 연신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들을 밤새 내내 쏟아내는데, 동네 친구들에게 다음날 눈을 마주칠 수 없을 정도로 창피했다. '무당'이라는 것 자체가 미신이고, 또한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치부하던 시대였다.

모두가 '근대화'란 길목에서 일어난 잘못된 인식 중에 하나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50줄에 다가서니 창피함에서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굿판'이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한다면 이제는 흥밋거리를 넘어 경외심으로 다가온다. 팔도 굿판을 누비는 사람들이 신(모시는 신이 다르겠지만)의 계시를 받아 전하는 신시(神示)의 역할이라지만 신기(神氣)가 없다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들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당 혹은 박수, 화랭이, 산이 등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그들은 우리들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처음부터 이 세상에서 무속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을 터인데 말이다. 

'경기 안택굿' 정말 매력 있네!

18일 오후6시 수원시 장안구 만석공원 제2야외음악당에서 일반인들이 만나보기 쉽지 않은 굿판 '경기도 안택굿 한마당' 판이 열렸다. 농악패의 지신밟기를 통해 가정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식을 시작으로 국태민안 등을 비는 다양한 굿거리의식이 장장 3시간동안 펼쳐졌다. 

약간 쌀쌀한 날씨와 긴 공연시간으로 자칫 지루할법한데, 경건하면서 때론 해학으로 무대를 이끈 경기 안택굿 보존회 고성주 회장의 걸판진 진행으로 객석에선 굿거리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굿판이 사람들 속으로 친근하게 들어오면서 총체예술로 승화했다.

'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2
'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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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3
'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3

무속의 뚜렷한 계보를 가지고 있는 큰무당 혹은 큰 만신들은 그 위상만큼이나 굿거리가 거듭될수록 판을 휘어잡는다. 고성주 회장 역시, 자신의 평안을 비는 대신 남을 위해 염원하는 굿판을 해금과 대금, 피리와 장구를 켜는 악사들과 제자들과 함께 힘껏 빌고 또 빌며 굿판을 가열시켰다. 

장구 하나만을 메고 조용히 앉아 굿판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모든 잡신과 잡귀를 걷어내는 '앉은부정' 굿거리부터 '살풀이', '상산거리'등 청아한 목소리와 단아한 춤을 추는 고성주 회장은 상상 이상의 실력을 지닌 소유자였다. 사뿐사뿐 혹은 덩실덩실 추는 군무 '바라춤'이나 '신칼대신무'등을 보여준 재인청 사람들의 춤사위는 보여 주기 위한 쇼를 펼치는 젊은 춤꾼들에게선 도저히 볼 수 없는 진짜 춤임을 꾸밈없이 신명나게 보여주었다.

특히 고성주 선생의 살풀이춤은 젊은 여인들이 보여주는 곡선미가 아니더라도 신심을 다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 무대였다. 여기에다 고성주· 임영복이 펼친 '창부타령'은 소리도 소리지만 재미를 더한 이야기 거리에 객석은 잠시 굿판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즐거워했다. 

종교는 정성이다

보통 굿판이라 하면 작두를 타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그러나 무속이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보면 복을 받으려는 행위지만 넓게 보면 지역의 무형유산으로서 큰 가치가 있는 유산이다.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한마당 사회자로 나선 경기대학교 김헌선 교수는 "오늘 많은 분들이 자손들의 명과 복을 축원하는 '제석거리'를 펼칠 때 무대에 나와서 기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종교라는 것이 정성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라며 21세기 복합적인 양상을 띠는 종교에 대한 문제를 새롭게 해석했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종교가 꼭 불교, 천주교, 기독교 만이 정교가 아니라, 우리전통문화 굿도 종교로서 신앙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동양의 색, 오방색이 빛나는 가운데 펼쳐진 경기안택굿! 경기도 남부굿의 전통이 소리와 춤으로 절묘하게 빛나는 한마당이었다. 굿판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단순한 굿판이 아님을,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라는 것을 새롭게 알려준 고성주 회장께 감사인사를 드린다. 그는 무속인이기 전에 뛰어난 춤꾼이자 소리꾼이었고 뛰어난 재인이었다. 
그와 함께 지루할 틈도 없이 탁월한 실력으로 재미를 안겨준 출연자들에게도 '추운데 정말 고생하셨다'는 인사를 드린다.

* 한마당이 끝난 후, 고성주 선생님은 버선발로 무대를 내려와 상차림에 있던 술과 음식을 모두 관객들에게 나눠 주었다.

'총체예술' 진수 보여준 '경기안택굿'에 반하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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