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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분위기, 수원화성에서 즐겨요
화성 성밖을 둘러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
2013-10-26 11:31:47최종 업데이트 : 2013-10-26 11:31:4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한가로운 평일 오전시간 팔달문으로 길을 나섰다.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영 마땅치가 않다. 특히 이 가을에는 말이다. 제한된 공간에 틀어박혀서 가을을 만날 수가 있을까?
가을을 느끼기에는 자연의 빛깔이 빚어낸 야외에서 가을풍경을 제대로 느끼고 볼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약속시간 반가운 얼굴과 마주했다. 투명하고 윤이 나는 빛깔을 담은 가지런한 치아를 내보이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날리는 지인을 보는 순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 순간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내민다. 무엇일까? 궁금해 하는 내 앞에 쨘 하고 펼쳐진 것은 오렌지 빛에 예쁜 동그라미가 어우러져 있는 작은 머플러였다.

날씨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 가을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목을 따뜻하게 감싸고 다니라는 그만의 예쁜 마음이 들어있었다. 

가을 분위기, 수원화성에서 즐겨요_1
성 밖에서의 모습

가을 분위기, 수원화성에서 즐겨요_2
세월의 흔적이 깃든 이끼를 머금은 성벽길

머플러를 목에 둘렀다. 부드러운 감촉에 따스함까지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으리라.
화성을 끼고 둘러보기로 했다. 늘 성 안으로만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성 밖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언제나 익숙한 것에만 길들여져 있었는데 또 다른 길을 안내하고 이끌어 주는 동행이 있어서 새로운 모습을 만날 것 같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을 했다.

성벽에 낀 이끼가 세월의 흔적인양 묻어있다. 살며시 손으로 성벽을 만져보고 귀를 대어봤다. 눈을 감고 느껴보고 싶었다. 이 가을이 아니 가을볕이 바람결이 그렇게 해보라고 시키는 것 같았다.

감상적인 소녀의 마음이 되자 갑자기 시가 생각났다. 옆에서 동행하던 이에게 "혹시 외울 수 있는 시 한 편 있어?" 라고 하자 선뜻 있다는 대답이 나온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대로 시 한 편 외우고 있는 것이 없는데 말이다. 까마득한 학창시절 달달 외웠던 그 많던 시 중에서 머리에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가을 분위기, 수원화성에서 즐겨요_3
멋진 억새밭을 만나다.

가을 분위기, 수원화성에서 즐겨요_4
가을 분위기, 수원화성에서 즐겨요_4

시 한 편 듣고 싶다고 청을 했다. 이 분위기에 정말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헛기침 한 두 번으로 목을 정리하는가 싶더니 이내 시 한 편이 술술 거침없이 나온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로 시작되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시였다.

발밑에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밟히고 고즈넉한 성벽에는 햇살과 바람과 길게 뻗은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걸쳐있고 마을 어느 집 지붕위에는 호박 넝쿨에 샛노란 호박이 널려 있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귀에 들리는 시 한 편은 그야말로 분위기 최고였고 내가 누리는 호사였다.

'좋다. 정말 좋다.' 분위기에 한껏 취해버리고 돌다보니 창룡문 성 밖에는 하늘거리는 억새무리가 펼쳐져있다. 어쩜 이런 곳이 있었다니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이런 장소를 발견한 것에 새삼 흥분이 되고 나만의 멋진 장소로 기억을 해서 다음에는 누군가에게 이곳을 선사하리라.

수원시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수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화성의 성안뿐 아니라 성 밖을 둘러보는 관광에 이 억새밭도 보여주고 싶다. 단 하나 어느 곳을 가나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생기는데 성 밖을 둘러보면서 어김없이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억새밭 한쪽 가에는 누군가가 버린 이불속이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이래서는 해결이 나지를 않는다. 시민의식이 정말 필요하고 부끄럽지 않는 양심을 가진 우리네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화성 성 밖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가을에 이런 재미에 한 번 빠져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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