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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문학기행, 그 특이한 체험
‘소설가 현기영과 함께하는 제주 문학기행’ 후기
2013-10-16 01:15:28최종 업데이트 : 2013-10-16 01:15:2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관
제주는 풍광이 좋아 언제 찾더라도 강한 인상이 남는다. 이번 1박2일 여행, 얼굴은 까맣게 탔지만 제주의 청명한 가을하늘을 실컷 보았다. 덕분에 성산 일출봉에서의 해돋이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제주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은 1년 중 60일 정도 된다고 한다.

주말을 이용하여 '소설가 현기영과 함께하는 제주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경기도중등국어과교육연구회 주관 행사인데 워낙 호응이 좋아 200여명이 신청하였다. 그 중 1차로 80여명이 이번 여행에 동참한 것이다.

오전 5시 40분 기상, 아침도 생략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김포 공항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안양에서 한 무리의 여고생이 탑승하는데 우리들과 일행인 것 같다. 공항 집결지 한 쪽 벽에는 행사 현수막이 붙어있고 나눠 준 뜨거운 밤백설기로 시장기를 채운다.

8시 20분 이륙, 잠시 눈을 붙였다 떼니 다도해가 보인다. 조금 있으면 제주 도착이다. 
교재를 보니 첫 코스가 홍랑의 무덤이다. 여기 비석의 글귀가 유배문학의 백미라는데 유배인과 제주여인간의 사랑이야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서정시가 태어난 것이다. 

제주 문학기행, 그 특이한 체험_1
현기영 소설가가 '순이 삼촌'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 문학기행, 그 특이한 체험_2
제주민속박물관에서 진성기 관장으로부터 제주 무신궁 설명을 듣고 있다.

그런데 "헉, 이럴 수가?" 안내자가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맨다. 겨울에 차량으로 답사하여 그 당시 풍광과 가을의 모습이 달라 무덤을 찾지 못한다. 사전 답사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1주일 전에 한 번 더 왔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면 겨울 답사 시 나무에 리본을 달아 표식을 해 두었어야 했다. 준비의 중요성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몰락한 양반집 딸 홍윤애, 정조 암살 실패 후 제주로 유배된 조정철과 인연이 맺어진다. 조정철의 심부름을 하며 사랑을 키운 홍랑, 조정철 원수의 고문으로 27세에 생을 마감하게 된다. 조정철은 관직 복귀 후 제주 목사로 부임해 홍랑의 무덤을 찾아 글을 지어 비를 세우고 무덤을 단장한다.

오후1시, 제주민속박물관 도착. 설립자이자 관장인 진성기(77)는 1964년 이 곳에 제주 무신궁(巫神宮)을 조성하였다. 사설 박물관 1호이다. 미신타파로 제주 마을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마를 수호신 143위를 여기에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실내 전시자료는 보관 관리상태가 부실하여 관람객의 이목을 끌지 못하였다.

너븐숭이 4․3기념관을 찾았다. 이 곳에서 소설가 현기영을 만나 그 의 대표작 '순이삼촌'(1978. 9 발표) 이야기를 들었다. '순이삼촌 문학비' 앞에서 작가로부터 듣는 소설의 배경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기행의 참맛 아닐까? 소설은 허구이지만 항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애기 돌무덤 앞에서 어린영혼을 위한 조시(弔詩)를 읽으니 당시의 비극 참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제주 문학기행, 그 특이한 체험_3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살펴보는 연구회 회원들.

제주 문학기행, 그 특이한 체험_4
다랑쉬 오름 정상에 오르니 저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제주에 오면 오름을 오른다. 아부 오름은 현기영 장편소설 '변방에 우짖는 새'의 영화촬영지이다. 다랑쉬 오름에 오르니 아끈다랑시 오름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분석구를 한 바퀴 도는 길 앙편의 억새 군락도 인상적이다.

저녁 시간 전 한림화 소설가의 짧은 특강을 들었다. 그가 가져온 연수책자 '제주 4․3 역사문화'를 보니 제주교육청에서는 교원들에게 직무연수를 하고 있다. 그는 전후 독일의 문학과 우리 문학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4․3사건이 하나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튿날 오전 5시 기상, 일정에 없는 일출봉 해돋이 구경에 동참하였다. 선착순 45명이다. 제주에 여러 번 와 보았어도 이런 기회는 없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수평선에서 해돋는 광경을 온전히 지켜보는 것도 일생에 몇 번 없겠다. 해가 바다위에 뜬 시각을 보니 6시 46분이다.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 거리. 천재화가가 이 곳에 체류한 것(1951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 최초로 거리 이름에 화가 이름을 붙이고 '이중섭 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중섭 미술관과 공원, 거리를 둘러보았다. 이 거리는 360미터인데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어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를 찾았다. 그는 이 곳에서 약 9년간 유배생활을 하였다. 전시관에 있는 '세한도'. 작품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다. 그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서예가, 금석학자, 고증학자, 화가, 실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아내를 상각하는 지아비로서의 인간미가 오붓이 담겨 있다.

2호차에 있던 인덕원고 신창균 교사가 우리 버스에 왔다. 제주의 민요인 '오돌또기'와 '이어도사나'를 부르는데 그가 생생한 국어 수업시간을 이끌어 감을 미루어 알 수 있었다. 오돌또기는 제주에서 여흥을 즐길 불렀던 유희요이고 이어도사나는 제주 해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부르는 구전민요다.

문학기행의 마지막 코스인 알뜨르 비행장. 이 곳에 격납고 20개가 그대로 남아있다. 비행장은 일본이 중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중간 급유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격납고는 미국의 일본 본토 가미가제 특공대 공격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지금 비행장은 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섯알 오름. 제주의 아픈 근대사가 묻힌 곳이다. 1950년 6․25가 발발하자 치안당국이 예비검속법을 시행한다는 명분으로 '불순분자' 132명을 집단 학살한 장소이다. 해설을 맡은 김수열 시인의 설명을 들으니 끔직한 상황의 그대로 떠오른다. '백조일손(百祖一孫')이라는 슬픈 단어를 이 곳에서 처음 보았다.

이번 문학기행, 역사와 자연기행도 함께 한 셈이다. 성산 일출봉만 빼고 모두 처음 가 본 곳이다. 방문지를 살펴보니 문화적,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곳들이다. 제주의 푸른 하늘과 오름, 유배문학을 꽃 피운 제주, 4․3 사건을 통해 본 제주인들의 삶의 이해 등은 문학기행의 커다란 소득이다. 이것을 교육현장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는 하나의 과제다.
이영관님의 네임카드

이영관, 제주 문학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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