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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둘레길에서 만난 역사이야기
길위의 학교 네번째 여정
2013-10-22 23:45:37최종 업데이트 : 2013-10-22 23:45:37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아침 가족들은 저마다 바쁜 일정으로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재빠르게 외출한다. 홀가분한 상태로 밀린 집안일을 하고 빨래를 마당에 널고나서야 문자를 확인한다.
  
'길위의 학교 서호답사. 서호생태수자원센터앞. 화서역 2번출구'
첫날 강의를 하셨던 김준혁교수님이 하루일정을 담당하셨다. 첫날의 이미지가 강했는지 자주봐온 지인처럼 편안하다. 오늘의 입담이 기대된다.
무전기는 이제 익숙하다. 설명을 듣지않고도 알아서 척척 할 수 있다. 교수님은 처음 접해보시는지 신기해하신다. 신무기라 좋아라하신다. 

서호둘레길에서 만난 역사이야기_1
서호생태수자원센터
99년 6월 정자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우리도 이사를 왔다. 아파트주변엔 나무가 자리를 잡지못하고 어른키만한 크기로 어설프게 서 있는 곳이 많았다. 낯선환경은 불안감도 있지만 호기심도 키워준다. 어린 아이들이 놀만한곳이 없나 여기저기 수소문해본다. 

그해겨울 우린 최고의 놀이장소를 발견한다. 화서역 넘어엔 논이있고 겨울내내 얼음썰매를 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500원을 내면 2시간정도 썰매를 즐길 수 있다. 두딸과 아빠는 몰아치는 눈보라와 추위에 아랑곳하지않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앉아서 타는 얼음썰매가 불편하다고 여길 나이가되자 더 이상 찾지않았고 그렇게 겨울추억은 기억에만 남아있다. 바로 오늘일정이 시작되는 이장소가 예전엔 논이었다.
서울로 가는 지하철에서 가끔씩 모내기를 끝낸 논을 보기도했다. 지금처럼 가을무렵이면 황금들판이었다.
"저봐라~~어머~~벼가 노랗게 익었네~" 관심없는 아이들을 번쩍들어올려 논구경시켜주기도했다.

몇해전 공사안내문이 세워지고 공사차량이 넘쳐나더니 어느날 새로운 건물들이 우뚝들어섰다. 생활하수처리시설이 만들어지고 그위에 생태공원이 주민들을 위해 마련되었다.
체육관, 어린이도서관, 가족열람실, 스마트워크센터등 여기저기 둘러보니 시설도 깔끔하고 조용하다. 김밥한줄과 책한권으로 하루를 보낼수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올해가 가기전에 다시 와야할 것 같다.

서호둘레길에서 만난 역사이야기_2
서호답사
생태공원에서 여기산을 보며 김준혁교수님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서호에 비친 산의모습이 흡사 기생의 자태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나지막하게 자리잡은 여기산. 수원시의 새인 백로의 서식지로 잘알려진 산. 화성축성때 돌맥이 발견되었고, 신석기 청동기 유적이 발견된 곳이기도하다.
내가 가끔 그산에 간다. 밖에서는 보이지않지만 산정상에 배드민턴을 칠 수 있는 체육관이 숨어있다.

서호천에 가까워지자 교수님의 어린시절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천에서 엄청난 양의 개구리를 잡아먹고 이렇게 건강하답니다."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낸 사람치고 개구리뒷다리 먹어보지않은 사람있나,,교수님의 자랑이 싱겁다.

얼마전까지도 서호천주변은 악취로 넘쳐났다. 행여나 아이들이 손이라도 넣을까봐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못했던 기억이난다. 물속엔 빨간색의 뭔가가 꿈틀거렸고 비가오는날엔 아파트단지안으로 메스꺼운 냄새가 몰려왔다.
이젠 예전모습을 되찾은것일까?. 백로도 보이고 물고기도 보이고 악취는 나지않는다. 다행이다. 개구리의 추억이 지금 어린이들에게도 계속될 것 같다.

흙길을 걸으며 가을단풍이 시작된 나무도 보며 서호공원에 들어선다.
우리에겐 '축만제'보단 서호란 이름이 익숙하다.  '보' '제' '거' 낯선 단어들이 나오고 설명이 이어진다. 들어도 모르겠고 다만 듣는순간 이해하는걸로 만족한다. 운동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이 인사하고 지나친다.
서호건너편에 살고있는 나는 이곳이 익숙한 장소다. 아침마다 조깅하는 주민들로 넘쳐나고 오후내내 소풍나온 사람들, 늦은밤까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원이다.

서호둘레길에서 만난 역사이야기_3
여기산과 가을여행
둑방길을 따라 걷다보면 수원역쪽으로 둔전이 내려다보인다. 군대운영을 위한 재원마련차원에서 만들어진 나랏논이었다.반듯반듯하게 농로가 나있는 지금모습이 과거 모습과 거의 같다고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품종에 따라 살짝 다른 빛깔을 띠고 있다. 보고만있어도 가슴충만해진다. 과거 이논에서 농사짓고 부여받은 소가 새끼를 낳아 자기소유가되길 간절히 바라던 농부들 모습도 그려본다. 

단체사진도 찍고 조금 떨어져 있는 항미정에 들러본다. 편액글씨도 순서가 바뀌어써있고 못질이되어있었다. 6.25때 전소되고 다시 세워지면서 대충 만들어진 어설픈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낚시광이었다는 이승만대통령이 앉아 숙지산, 팔달산, 광교산을 뒷배경으로 서호를 바라보고 느꼈을 감동을 흉내내본다. 그런데 바로앞 다리난간에 빨간색철골부터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파트로 가려진 산들도 아쉽다. 모든게 아쉬움뿐이다. 역사는 어둡고 슬플때가 많다.
멀리 농촌진흥청 건물들이 여기산을 배경으로 플라타너스 나무와 함께 보인다. 2006년 100주년 기념사업을 했지만 교수님은 농촌진흥청의 역사를 다시 정정해주셨다. 1799년 화성과 둔전등을 기점으로 해야한다고 역설하셨다. 1906년 일제모범장이 아닌.

산중턱에 우장춘박사의 묘소에서 마지막 설명이 이어진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핵심인 우범선의 아들로 일본에서 태어났고 6살 무렵 피살된 아버지로인해 역사소용돌이에 빠져든 우장춘박사. 초등학교 다닐 적 씨없는 수박을 만드신분으로 배웠던 기억이난다. 
정정해야겠다. 씨없는 수박은 일본인이 만들었고 우리나라에 전해주신 분이란다. 물론 제주감귤이 지역특산물로 지금껏 사랑받을수있도록 뒷받침 해주신 분이라는 것과 강원도의 척박한 환경에서 감자생산이 가능하도록 품종을 개량해주신분. 이 정도로는 부족하지만 여기서 만족.

일본사람으로 조선사람으로 정확하게 선을 그어 살 수 없는 민족현실앞에서 그많은 괴로움을 연구에 몰두함으로 승화시킨 분, 전쟁이후 피폐해진 국민의 삶을 농업발전으로 좀더 나아지게 만들어 주신 분으로 알고 있으면 되려나. 어렵다. 

바쁜 일정을 탓하며 교수님은 첫날 강의처럼 1시간 일찍 자리를 뜨신다. 두 번의 미안함 때문인지 11월 7일 수능날 하루를 약속하셨다. 오전엔 강의 오후엔 화성답사 그리고 뒷풀이.
못 이기는 척 신청해야겠다. 수능 보는 둘째딸을 생각하며 화성 한바퀴 도는 것도 나쁘지 않네.

이제 참가자들은 점심을 함께하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참여하길 잘했다. 가을날씨도 도와주는데 한몫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잘 정리해서 타지역 지인들에게 지역알림이 역할을 해야겠다.

서호공원 서호생태수자원센터 김준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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