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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사면서 일어난, 어떤 사건
2013-10-10 01:00:51최종 업데이트 : 2013-10-10 01:00:5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매우 난처한 일을 겪은 날이다. 
작년 겨울, 주변 지인으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들었다. 자신의 남편은 구두가 필요 할 때면 평촌에 있는 모 기업의 아울렛매장을 주로 이용하는데, 구두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면서 신상품도 있어서, 오랜시간 단골로 다니는 중이라고 하는 것이다. 

싸고 좋다는말에 귀가 번쩍 뜨여, 마침 구두를 새로 사려던중인 남편과 함께 그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은 상품권으로 구매가 가능한 곳이었고, 그 기업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은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시중에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먼저 상품권을 사기 위해 판매처를 찾기 시작했다. 

평촌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상품권 판매처는 보이질 않고 어쩌다 발견한곳은 공휴일이라서인지 문을 굳게 잠가버려 상품권을 사지 못한채로 아까운 시간만 보내게 되었다. 
상품권을 사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두를 구입해보고자 했던 이유로 평촌까지 원정쇼핑을 가게 되었는데, 빈손으로 다시 돌아올수도 없어 할수없이 상품권대신 현금으로라도 구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발매장이 위치한곳을 찾아갔다. 

그곳은 신발매장 한곳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의 다른 매장들이 함께 있는곳이고,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그중에 한곳의 매장에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구두회사의 상품권을 팔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 듣던 소문보다는 할인율이 낮았지만 그래도 제돈 다 주고라도 사려고 생각했던 참이라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구입한 상품권으로 남편의 신발을 사고, 돌아오는길에는 따끈한 호떡과 어묵으로 입도 즐거워하며 가족나들이를 다녀왔다. 

그런데 문제는 구입한 상품권의 금액과 신발의 가격이 딱 맞아 떨어지는게 아니어서 차액이 남게 되는데, 구두매장에서는 거스름돈을 다시 상품권으로만 내주는 것이다. 그때에는 또 필요할 때 사러 와서 남은 금액을 쓰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은게, 처음에야 궁금한 마음에 평촌까지 달려갔지만 막상 구두 하나 사자고 그곳까지 간다는게 쉽지 않아, 거스름돈으로 지급받은 상품권은 서랍속에서 아무 쓸모없이 뒹굴고 있다. 

1~2만원이라도 아까울텐데 자그만치 6만원의 상품권을 서랍속에 잠재우고 있으려니 언젠가는 저걸 써버려야 할텐데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가끔 구두 사러가자고 말을 꺼내면 평촌까지 가는게 귀찮은 남편은, 무슨 신발을 또 사냐며 지나가곤 했었는데, 며칠전 필요한걸 사려고 백화점엘 갔다가 남편은 구두매장에서 이것저것 신발을 신어보며 구두를 고르는 것이다. 
남은 상품권을 어떻게든 써버려야 하는 나는 남편을 조용히 잡아 끌며, 평촌가서 좋은걸로 사줄테니 그냥 가자며 남편의 구두 쇼핑을 제지시켰다. 

그리고 드디어 평촌에 간 것이다. 이번에는 구두 금액에 최대한 맞춰서 상품권을 구매할 계획이었음으로 먼저 구두를 고르기로 했다. 신발장에 갈색구두가 한 켤레 있지만 거의 검정색만을 신는 남편이 이번에는 밝은 갈색을 신어보고 싶은지 계속 갈색만을 가져다가 신어보는데,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중에 하나를 골랐다. 그런데 구두의 가격이 어중간한게 또 거스름돈이 남을 가격이다. 
그래도 상품권을 사서 계산하는게 더 싼 것 같아서 상품권을 판매하는 곳에서 십만원권 한 장을 구입한후 구두매장으로 돌아오니 그새 남편의 마음이 바뀌어서 갈색구두 대신 다른 구두를 골라놓고 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새로 고른 구두의 금액이 더 저렴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금액에다 딱 오만원만 더 보태면 거스름돈 없이 맞아 떨어지는 금액이라 다시 상품권매장으로 갔다. 

구두 사면서 일어난, 어떤 사건_1
구두 사면서 일어난, 어떤 사건_1
 
방금전에 구입한 10만원권은 환불하고 오만원권으로 바꾸겠다고 하니 주인 할아버지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조금전에 샀는데 10만원권이 필요없어서 그러니 바꿔주시면 안될까요" 공손하게 웃으며 얘기하니 인상을 팍팍 쓰시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책상위에 거스름돈을 올려놓는다. 거스름돈을 받아들고 돌아서며 확인하니 돈만 있고 상품권이 없는 것이다. 내가 처음에 샀던 10만원권을 드렸으니 5만원권이 내 손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는 것이다. 

바로 할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주인 할아버지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면서 분명히 상품권과 거스름돈을 같이 올려 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줄 때 확인을 했어야지 돈 받아가지고 가다가 없다 그러는건 손님인 나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내가 가게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서 없다 그런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서 뒤돌아서며 확인하고 바로 말씀 드린건데 무조건 당신 실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기억력도 신통치가 않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있게 이러저러하다고 확신할수 없는편이라 상황을 조용히 말씀드렸다. 내가 가방등의 다른 소지품을 들고 온것도 아니고, 오로지 상품권 한 장 달랑 들고 들어왔을 뿐이며, 가게 밖으로는 나가지도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단지 뒤돌아서면서 확인 했을뿐인데 내 손에 실물이 없으니 서로 기억을 더듬어 확인해보자는 것이라고 말씀드려도 주인 할아버지는 막무가내다. 

장사한지 8년이 되었어도 이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으며, 당신은 그동안 한번도 실수한적이 없었다면서, "이 여자가 어디서..."등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실수를 한 것 같으니 C.C TV를 확인해보자고 했더니, 그곳에는 C.C TV가 없어서 확인해볼수가 없다고 하신다. 그렇게 둘이서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 기다리던 남편이 나를 찾아 상품권 판매하는 곳으로 들어온다. 

상황설명을 들은 남편은 천장에 달려있는 C.C TV를 가리키더니 바로 112에 신고를 하고 확인을 요청한다. 주인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남편을, 마누라말만 믿는 팔불출로 취급을 하며, 8년 장사하면서 한번도 실수한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신다. 

그렇게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동안, 작년 겨울 처음 상품권을 구입할 때 계셨던 주인 아주머니가 물건을 해가지고 들어오신다. 할아버지는 주인아주머니를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만난 듯 상황설명을 하신다. 그런데 할아버지 말씀을 다 듣고난 주인아주머니의 반응이 의외다. 
손님이 받은걸 안 받았다 그러겠냐면서 바로 5만원짜리 상픔권 한 장을 꺼내 주시는 것이다. 

너무 의외라, 경찰을 불렀으니 오면 확인하고 받아가겠다 그러니 미안하다며 받으라고 하신다. 나도 정확한 기억이 없는터라 확실하게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내 손에 실물이 없으니 받지 않았을 확률이 높으며, 한번 사간 것을 다시 바꾸러온 잘못도 있는터라 죄송하다며 그곳을 나왔다. 
씁쓸한 기분으로 구두를 사가지고 오는길에 남편이 흥분해서 말한다. 그곳에 도착해서 담배를 사러 상품권매장엘 들어 갔는데, 2천500원 하는 담배를 2천700원 받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더니 다른 담배랑 착각했다며 200원을 더 주는데, 나와서 보니 그것도 200원이 아닌 150원이었다며 아무래도 그 할아버지가 일부러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상품권이 문제가 되고보니 상습범같아서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짐작처럼 그럴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람이 나이들어가면서 누구나 실수를 하게 된다. 아직은 나이 들었다고도 할수 없는 40대 후반의 나도 예전같지 않음을 느낄때가 많으며 바로 오늘일만 해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확실한 기억이 없으니 무조건 큰소리도 치지 못하고 그러고 있었는데, 주인 할아버지 정도의 연세에는 충분히 실수할수 있는일이다. 

내가 씁쓸한건 할아버지의 아집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을때는 누군가 한 사람이 실수를 했기 때문인건데 조금의 여지도 없이 어떻게 100% 자신의 실수는 없다고 단정지어 말씀하실까. 오늘 만난 할아버지뿐 아니라 가끔 그런분들을 만나게 될 때면, 미래의 나도 저런 모습일까 싶어 씁쓸해지는 것이다. 
나이 들어간다는건 누구라도 피해갈수 없는 일이고 또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기억력도 감퇴하고 총명함도 떨어지는건 당연한거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는건 참 많은 노력이 필요한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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