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글날로 다시 공휴일로 돌아왔다. 나들이가기 참 좋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하늘은 푸르고 높았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에 부서지는 것이 다이아몬드 빛보다 더 강열했다. 이렇게 좋은 날에는 앞 뒤 생각을 재지 않고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는 것도 생활의 활력이 되겠다.
외식을 즐겨하지 않는 가장 때문에 우리 가족은 바깥음식과 자연스럽게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고 외식이란 개념이 집에서 직접 해 먹지 아니하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을 넘어서 집에서 요리 할 수 없는, 맛 볼 수 없는 음식을 사 먹는 것으로 밥 자체를 먹기 위해서 외식하는 것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주부의 노고를 이해하는 요즘에는 주부의 편리를 위해 얼렁뚱땅 때우기식 외식을 고집해도 못이기는 척하고 따라나선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외식을 하게 되면 뒷끝이 안 좋아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어제도 비슷한 경우였다.
몇 년째 단골로 다니는 식당에 가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둘러보니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공휴일 점심을 한가하게 가족과 함께 하는 모양이었다.
유아용 의자에 앉은 여자아이는 엄마가 숟가락에 올려주는 반찬을 납죽납죽 잘 받아먹는다. 양 볼이 불룩한 아이는 엄마 얼굴 한번 보고 다시 아빠 얼굴 쳐다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음식을 먹는다. 볼을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고 귀엽다.
그런데 갑자기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쟁반 위에 있는 접시들이 나뒹굴어졌다.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시선이 그곳으로 몰렸고 주인아주머니와 젊은 한 여자가 달려왔다. 달려오는 꼬마아이와 음식을 내오는 종업원의 충돌이었다.
처음부터 몇 명의 꼬마아이가 식당을 누비고 다니는 것이 눈에 띄었었다. 공휴일을 맞아 가족모임이라도 있었던지 대가족이 식사하는 모양이었다. 어른들이 식사하는 가운데 아이들은 식당에 있는 놀이공간과 테이블이 있는 사이를 오가며 장난을 하고 어떤 때는 자리에 누워 뒹굴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족들 누구 한명도 제지하지 않고 가끔씩 테이블로 뛰어오는 아이에게 입안에 음식물을 넣어주기만 했다. 한 입 받아 물고 다시 놀이공간으로 뛰어가는 아이의 행동은 반복되었고 그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종업원은 바닥에 떨어진 접시를 정리하기에 바빴고 주인아주머니는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종업원은 어쩔 줄 모르며 사과했고 주인아주머니도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놀랬다고 "병원에 가 보아야겠다"고 설쳤다. 누가 보아도 병원에 갈 상황은 아니었지만 종업원과 식당에 대하여 비하하는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아이가 슬금슬금 아빠로 보이는 남자에게로 가자 그때서야 젊은 남자가 여자를 만류한다.
식당에서 이런 광경과 비슷한 모습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현대화에 발맞춰 급속도로 변화하는 핵가족화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이다. 한 가정에 하나나 둘인 자녀에 대한 그릇된 사랑의 결과이다. 그것에는 개개인의 가정에서 뿐 아니라 그릇 된 사회 풍조에도 책임이 있다.
우리는 흔히 값비싸고 고급스런 경양식 음식점에 갈 때는 나이프와 포크 잡는 에티켓에 대하여 실수가 없도록 교육을 시키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예절 바르지 못하다고 단정한다. 식사 양식이 서구화됨에 따라 서양 식사 문화와 에티켓을 교육하고 배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나 매일매일 먹는 우리 전통 식사예절에 대해서는 교육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전통 한식 식사예절 하나하나에 모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른들과 함께 식사 할 때는 아랫사람들은 어른들이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수저를 내려놓는다는 의미는 곧 식사를 끝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식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질서가 있고 배려가 있으며 감사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할 때 바른 것에 대한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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