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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낭송하는 사람들
여성가족회관, 시낭송 아카데미
2013-10-11 10:32:45최종 업데이트 : 2013-10-11 10:32:4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처음으로 시낭송이라는 것을 접한 것은 중학교 입학과 함께 국어 교과서 첫 챕터에 있는 시를 공부하면서였다. 
국어담당 교사였던 양연동 선생님께서 처음으로 시 낭송 테이프를 들려주었을 때 그 감동이란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가슴 벅차오름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예민했던 시절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성우들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밤을 지새워 되새기며 뒤척이던, 아직도 그 때를 회상하면 심장 박동소리가 빨라짐을 느낀다.

시를 낭송하는 사람들 _1
시를 낭송하는 사람들 _1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에서 실시하는 2013년 4분기 교육프로그램인 시낭송아카데미가 10월10일 시작되었다. 시낭송 아카데미는 문학의 꽃인 시낭송을 통해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어 위로와 희망의 씨앗을 심고 감동을 누리며 그간의 수업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낭송을 이웃과 함께 나눔 실천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오후에 시작하는 강좌가 처음이었던 나는 오후 4시까지 기다리는 것이 매우 지루하고 강의 시간이 임박해져서는 머지않아 날도 저물고 돌아올 시간이 퇴근시간과 겹칠 것을 생각하니 괜히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강의 시간 정각에 들어갔다. 

먼저 온 수강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들어서는 순간 '이 분위기는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강좌에서 풍겼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조금은 낯설기까지 한 말랑말랑한 느낌의 정체는 강의실을 메우는 시낭송의 울림이었다. 

당연히 첫 날에는 조금은 딱딱한 이론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완전히 뒤집었다. "아침에 동성의 50대 중반 어떤 분으로부터 고백을 받았습니다. 오늘 선생님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하니 몹시 셀렙니다라는 한통의 전화가 저에게도 하루 종일 설렘을 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설레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사는 것이 정말 살만하고 복 된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도 다 그렇기를 바랍니다"라는 남기선 선생님의 인사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시를 낭송하는 사람들 _2
시를 낭송하는 사람들 _2

"가을이면 나뭇잎이 단풍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초록 잎사귀가 단풍이 들기 위해서는 뜨거운 햇빛을 견디고 지루한 장마와 세찬 태풍을 이겨내야 합니다.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스스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단풍의 비행은 자기를 희생하고 절제하는 참으로 아름다운 되돌아감 입니다. 낙엽 밑에는 수많은 많은 곤충들과 생명이 있어 그들을 보호하고 뿌리를 단단하게 덮어줍니다. 그런 것이 삶이고, 여성이 단풍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는 얘기는 앞으로 3개월 동안 행복한 교육시간이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신계행의 '가을사랑'으로 합창을 하면서 목을 풀고 남기선 선생님은 기선이라는 아호를 가진 노천명 시인의 '추풍에 부치는 노래'를 낭송했다. 인생의 가을을 노래한 시와 낭송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그때 중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 카세트에서 들려오는 시낭송을 듣는 것 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감동이 가라앉기도 전에 시낭송 아카데미 황혜란 회장님이 박두진 시인의 '아버지'를 낭송했다.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시흥에 잠긴다. 시를 외우고 곱씹어서 낭송가의 목소리로 통하여 울리는 시는 읽는 시에서 주는 시심과는 사뭇 다르다. 

꽃띠라고 얘기했지만 수강생 중에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황문정 님은 김소월의 '진달래 꽃'을 번역한 영시를 낭송했다. 좌중의 시선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그냥 프로라는 말로는 부족 할 따름이었다. 

반복해서 공부하는 수강생들의 자기소개와 시낭송이 끝나고 신입 수강생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그저 시가 좋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소개한 안연식님은 자작시 '미술관 가는 길'을 낭송했다. 바쁜 생활 중에도 틈틈이 수원미술전시관을 찾는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한 생활시였다. 단지 시가 좋아서 왔다고 했지만 앞으로 보여줄 달란트가 많은 수강생이라고 생각했다. 

3개월간의 시낭송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되어 무척 즐겁다. 어쩌면 나도 모르고 있던 소질을 계발하고 일상에서 지친것들에서 잠시 벗어나 백작부인 같고 왕비 같은 낭만이 있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시를 낭송한다'고 쓰고 '나는 참 행복하다'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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