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나무와 풀,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자
길위의 학교를 아시나요? 두번째 이야기
2013-10-07 23:31:15최종 업데이트 : 2013-10-07 23:31:15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나무와 풀,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자_1
길위의 학교와 무전기

10월 5일 토요일 오전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계속 핸드폰에 문자오길 기다렸다.
평생학습관에 ' 길위의 학교' 전체교육과정이  6회로 준비되었고, 나는 전체과정을  신청했다.그런데 첫날부터 문자가 오지않아  첫강의후 사무실에 들러 조곤조곤 명단에서 빠졌음을 알려줬다.
"다음엔 실수하지마세요~~ "
담당자가 어색하고 무안하지않도록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되돌아오는데 살짝 미안했다. 그런데 두번째 수업날 아침에도 문자는 오지않았고 예감은 적중했다. 다시 명단에서 빠져있었다.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학습관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했다. 광교공원 강감찬 장군상앞에서 1시 40분까지 모인다는 정보가 눈에 띄었다.
광교산 등산객들이 차를 가지고 오는통에 늘 복잡하다는 걸 알기에 버스에 일찍 올랐다. 정확하게 40분에 도착해보니 참석자중 처음이다. 

오늘도 학습관 선생님은 궁색한 변명을 하신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답변을 하고 이내  마무리했다.
일처리가 미숙한건지 담당자가 여럿이라서 혼동스러운건지 이해되지않았다. 가끔 다른기관에서 교육받을때와 비교해보면 평생학습관은 친절도가 떨어짐을 느낀다. 아쉬운부분이다.

도착한데로 무전기가 지급되고 사용방법을 익히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사서 사용하는것이라 약간 어색하고 맘대로 작동이 안됐다. 볼륨조절을 못해서 안들렸다가 너무 크게 돌려서 귀가 아프고하는 일이 반복됐다.
불편하지만 야외에서 진행되는 교육이라 적응해야했다. 

나무와 풀,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자_2
수원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 김현희

2시정도 참석인원이 모두모여 인사를 나누며 오늘 일정이 시작된다.
수원환경운동연합 교육팀장이신 김현희 강사님이 소개되고, 강사님의 진행으로 참석자들간의 인사가있었다.
"신발 한짝씩 벗어 앞으로 던져보세요~"
"신발을 소개하면서 더불어 자신의 소개도 덧붙이세요~"
갑자기 술렁거렸다. 뜬금없는 자기소개였다. 그런데 벗어던진 신발들이 하나씩 주인의 소개로 정리되면서 나름 색다름을 느꼈다. 언제 사서 신었는지, 뭐가 좋은지,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각양각색이었다.

나무와 풀,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자_3
가을꽃들을 보며 걷다.

"재수하고 대학간 딸이 있어요.재수하면서 살이 많이쪄서 등산하면 살빠질까 하는 마음에 아빠가 사준 신발입니다.그런데 딸이 등산을 안가고 집에 쓸쓸하게 있길래 제가 오늘 신고왔답니다."나의 소개는 짧게끝났다.

20여명의 신발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했고 스토리가 있었다.  똑같은 신발이 한켤레도 없었다. 모두 다르니 조화롭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간이되었다.  드디어 강감찬 장군의 동상을 벗어나 수변산책로를 향해 걷기시작한다. 

" 이 나무 이름이 뭐죠?"
"단풍나무요~"
"정확하게 당단풍이예요."
김현희 강사님은 이름과 특징을 정확하게 설명하신다.  그저 가을이 깊어가고 산이 울긋불긋 물들면  그만인 세월을 산 탓일까?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그저 먹을수있고 없고가 기준이었던 시절때문일까?
나무 한그루마다 정확하게 이름이있고 어디서왔고 어떤 특성이있고, 설명이 길어질수록 머리가 아파온다.

"아카시아,,잘못된 이름이구요, 아까시예요." 해마다 동생에게  아카시아꿀을 사서 먹고있는데 아까시란다. 동생한테 꿀상표를 바꾸라고 해야겠다.
그럼 과수원길 동요는 어떻게 된거지? 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과수원길> 
동구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잎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는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과수원 길

나무와 풀,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자_4
곤충허물

수변산책로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일렬로 서서 걷는데도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어깨가 부딪치고만다.
풀을 뽑아 뿌리도 관찰하고, 잎도 따서 벌레를 쫒는다며 얼굴에도 붙여본다.
처음 아파온 머리는 금새 맑아져있다. 갑자기 이건뭐지? 저 나무는 왜 저러지? 궁금해지고 의문투성이가된다.
나무줄기를 관찰하다가 뭔가 발견했다. 헉, 이건 곤충허물이다. 매미가 벗어놓고 갔나보다. 살짝 으스스하다가 재밌어진다.

강사님은 쉴틈없이 설명하시고 질문과 대답이 반복되면서 여기저기 탄성이 나온다.
"아~~그랬구나~"
"신기하네~"
늘 듣던 이름도 새롭고 처음듣는 이름도 새롭다. 이렇게 각기 이름이있었는데 그동안 불러주고 관심가져줄 기회가 없었네.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주 손잡고 왔던 광교산. 그시절 엄마가 먼저 이름불러주고 관심가져주는걸 봤으면 좋았겠다. 
"우리동네 담쟁이덩쿨은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데 잎이 한장이고 여기 산속에 나지막하게 자리잡고있는 담쟁이는 잎이 세장이야~"
"우아~~그러네.엄마 어떻게 알았어?"
이 교육과정을 미리 배웠으면 어깨가 으쓱해졌을텐데 기회를 놓쳤다. 이제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와야할것같다.
길거리에 어지럽게 나있는 꽃들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있는 덩쿨들도  오늘은 다 반가웠다.

수변산책로를 거쳐 산자락에있는 소류지에 도착하니 6시가 되었다. 걷다쉬다를 반복해서인지 피곤하지도않고
정상인 시루봉을 오를수있는 체력이 남아있다. 그러나 날이 저물어 발길을 돌렸다.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많은 이름을 들어서인지 기억나는게 없다. 그래도 나무와 풀들의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는 시간이 있었다는데 만족한다.  쉴틈없이 애써준 김현희강사님께 감사드린다. 

다음시간에는 칠보산쪽으로 모이라는 안내가있다. 작년에 한번 등산가 본 칠보산이다. 다음시간엔 또다른 만남이 있겠지, 기대된다.

광교산 수변산책로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