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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
2013-10-05 10:54:41최종 업데이트 : 2013-10-05 10:54:4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전라남도에서도 저 먼곳, 완도. 그곳 완도에서도 배로 약 1시간 가량을 더 가야만 하는곳이라 가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가끔 따라가는 산악회에서 청산도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회비부터 송금을 하고 접수를 했다. 

밤 12시 30분에 수원시청 앞에서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완도에서 첫배를 타고 청산도에 가서 산행을 하고, 그날밤에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라 시간상으로는 하루 나들이 갔다오는 셈인 것이다. 
정말 오래전, 지금 21살인 큰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영화 서편제를 보았다. 판소리와함께 아름다운 바닷가풍경 그리고 초록의 보리밭둘레로 야트막한 돌담길이 어우러져, 주인공인 유봉과 송화, 동호가 걸어 내려오는 장면은 20 여년이 흐른 지금도 내 기억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어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 청산도를 가볼수있다니. 얼마나 설레이고 기대되는지 모른다. 
수원시청앞에서 밤 12시 30분에 버스는 정확하게 출발하였고 가는동안 버스에서 4~5시간은 잘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계산이 살짝 빗나가기 시작한다. 
첫 출발지인 시청을 지나 영통, 신갈까지 몇군데에서 일행들을 태우느라 30분이상은 소란스러워 잠이 들수가 없고, 일행들이 모두 탑승한 후에는 산행에 대한 일정과 주의사항 그리고 새로 바뀐 임원진들의 소개와 인사까지 이어지면서 잠잘수 있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들면서 살짝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이러저러한 차내에서의 진행이 모두 마무리되고 살짝 잠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잠이 달아나 버렸다. 
버스로 몇 시간씩 어딘가를 가는일이 처음도 아니련만 낮에 타는것과 밤시간에 타서 버스를 숙박시설로 삼아야 하는것과는 내 마음자세부터가 다른 것 같다. 잠을 설치고 완도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그래도 즐거운 여행길이라 그런지 걱정했던 것 만큼 몸이 피곤하지는 않고 오히려 바다와 배들을 보니 상쾌함마져 느껴진다.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1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1
 
밤새 버스에 시달린 피곤한 몸을 단번에 풀어줄 정도로 맛있는 아욱된장국에 밥을 말아 맛있게 먹고 드디어 청산도행 배에 몸을 싣는다. 피곤한 일행들은 배에서 잠이 들었지만 이미 잠이 도망가버린 나는 배 뒤쪽으로 나가 바다를 바라보니, 배가 지나간 자리로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이, 행여 놓칠세라 손을 꼭잡고 급하게 달음박질치며 나를 따라온다. 

드넓은 바다와 듬성듬성 떠있는 작은섬들, 그리고 바다와 연결된 회색의 아침 하늘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벌써 나를 설레게 한다. 아침9시경 청산도에 도착한 일행은 예정보다 조금 늦어진 시간으로 인해 산행이 시작되는 곳까지 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버스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하나하나 모두 예술품이다. 차창너머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분홍빛이 넘실거리는 코스모스 밭 그리고 초록의 숲이 참 아름답다.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2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2
 
굳이 청산도가 아니어도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지만 청산도에서 만난 풍경들은 더 특별하게 아름다운듯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중 나의 시선을 잡아끈 또 하나의 풍경이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청산도 보건소에서 파란가운을 입은 공중보건의로 보이는 한 젊은청년이 나오더니 바닷가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그 청년은 저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생각을 하고있을까. 하루 잠깐 놀러온 여행객의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바다와 청산도의 풍경들이 과연 저 젊은 청년에게도 마냥 아름답게만 보일까. 날마다 같은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가 커다란 장애물로 생각되어지진 않을까. 

잠깐 스치며 본 한 장면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드디어 해발 330m의 보적산을 오르는 산행이 시작된다. 아무래도 육지에 있는 산들보다는 사람의 발길이 덜 머물렀나보다. 
길 옆으로 높이 자란 날카로운 풀들이 자꾸만 발길을 더디게 한다. 더딘 발걸음덕분에 청산도의 야생화들과도 다정한 인사를 나누며 눈을 맞춘다. 동네 뒷산처럼 편안하게 오르다 보니 보적산 정상이 가까워 지면서 쨍한 파란색의 바다가 발 아래 펼쳐진다. 감히 내 옅은 언어능력으로는 표현할 수 가 없을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3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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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4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다녀온 날_4
 
산 정상을 내려오면서부터는 슬로길이 이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슬로시티,슬로푸드의 슬로가 머나먼 청산도 섬까지 따라왔나싶어 씁쓸해하면서 걷는데 뛰어난 경치로인해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해서 이름붙은 슬로길이 헛된 이름이 아니었음을 느낀다.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와 유봉, 동호가 판소리를 부르며 내려오던 길 옆 보리밭에는 옥수수와, 도라지와, 억새가 지나는 이들에게 가을을 선물한다. 청산도를 한바퀴 돌아 다시 찾은 선착장에서 싱싱한 자연산 전복으로 바다와 하나가 된다. 탱글탱글 씹히는 전복의 맛은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오늘의 여행을 참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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