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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
믿고 사는 세상이 그립다.
2013-09-29 00:19:03최종 업데이트 : 2013-09-29 00:19:0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서로 믿고 살 수 있는 신뢰도,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얼마전 아들아이가 사용하던 휴대폰을 중고로 판매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아이는 중학교때는 휴대폰을 전화 거는 용도로만 사용하더니 고등학생이 되면서 오히려 카톡과 게임을 시작해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정말 열심히 공부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엉뚱한 곳에 시간을 뺏기고 있는 아들아이를 보면서 잔소리를 좀 했더니 게임이 안되는 기종으로 휴대폰을 비꾸겠다며 중고거래를 한 것이다. 
먼저 자신이 필요한 기종을 저렴한 가격에 중고로 구입하겠다면서 중고 사이트에 들어가 한참을 고르더니 판매자와 22만원에 구매하기로 했다고 한다. 

안산에 사는 판매자와 금정역에서 만나기로 했다면서 혼자 집을 나선다. 중고사이트를 이용한 거래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나는 불안하지만 벌써 다 커서 혼자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아들아이가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했다. 

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_1
아들아이가 새로 구입한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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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_3
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_3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집에 돌아온 아이는 고잔역까지 다녀오느라 조금 늦었다면서 새로 사온 휴대폰을 보여준다. 모양도 예쁘고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금정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왜 고잔역까지 갔느냐고 물으니 아들아이 대답이 걸작이다. 안산에 사는 직장인인 판매자가 퇴근이 늦었다면서 고잔역까지 오면 만원을 깎아주겠다는 말에 신나서 거기까지 갔다고 한다.

 옆에 있던 남편은 아들아이가 가져온 휴대폰이 마음에 드는지 만지작거리더니 자기것도 팔고 그걸로 사고 싶다면서 아이에게 물어본다. 
아빠 휴대폰은 팔아도 값을 얼마 못받는다면서 그냥 쓰시라고 한다. 필요한 휴대폰을 구입한 아들아이는 이번에는 자기가 사용하던 기기를 판매한다며 중고사이트에 올리더니 52만원에 팔기로 했다면서 집을 나선다. 

돈을 받고 물건을 건네주는거라 걱정을 조금 덜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온 아이의 말은 나를 놀라게 한다. 받기로 했던 52만원중 26만원만 먼저 받고 남은 금액은 기기변경 이라는걸 해준 다음에 받기로 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모르는 사람끼리 하는 거래라 불안 하던차에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고1짜리 아들아이는 거래자가 20대의 형인데, 대화도 많이 해보고 이것저것 확인도 철저하게 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상대방 청년의 신분증을 복사까지 해왔다며 보여준다. 청년은 군인이라고 한다. 

자기 말대로 철저한 아들녀석은 요즘은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번호 뒷자리는 지우고 복사를 해왔단다. 다음날 기기변경을 하러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더니 타통신사는 기기변경을 해야 하지만 아들아이가 사용하던 통신사는 기기변경이 필요없이 바로 사용가능 하다고 한다. 
상대방청년은 자신이 통신사에 직접 확인해본후 입금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현금입출금기를 이용해서 보내야 하므로 퇴근후에 입금을 시켜주겠다고 하는 것이다. 

통화를 하면서 느껴지는 상대방의 목소리와 말씨는 신뢰감을 가져도 좋을둣싶어 안심하고 저녁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날 자정이 넘어가도록 입금확인이 안된다. 다음날도 기다리다.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통화조차 안된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 다음날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조금후에 다른번호로 문자가 왔는데 회의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서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입금시켜 주겠다고 한다. 

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_4
아들아이가 그동안 사용하던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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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_2
휴대폰 중고 거래에 관한 이야기_2
 
불안하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얼른 계좌번호를 전송했으나 그날도 역시 입금은 되지 않는다. 아들아이는 아마 무슨 사정이 있을거라며 믿고 기다려 보자고 하지만 뉴스에서 온갖 불신의 소식들을 듣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마냥 믿고 기다릴수가 없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벌써 자정이 가까워온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입금을 기다리다 꽤 높은 계급의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청년의 신분이 확실한지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름 하나로 청년의 현재 근무지와 보직까지 확인이 된다. 
다음날 아침, 이른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청년과 직접 통화를 했는데 그동안 부대에 행사가 있어서 바빴다며 바로 보내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친구와 전화를 끊고 얼마 안되어서, 늦게 보내드려 죄송하다며 입금시켰다는 문자가 왔다. 드디어 받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친구까지 동원한 내 모습에 씁쓸함도 함께한다. 

내가 조금 느긋하게 기다렸더라도 분명 남은 절반의 금액을 받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서로 낯선 사람들끼리 ,오로지 믿음으로 하는 거래인만큼 상대방이 불신할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않았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상거래도 시대 따라 변화하고 진보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나도 세상의 흐름을 따라야겠지만 아직은 적응하기 힘든 세상이다. 오히려 겁 없이 세상흐름에 따라가는, 이제 겨우 열일곱살의 아들이 엄마보다 용감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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