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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
행궁동 옛길에서 추억을 펼쳐보다
2013-09-25 17:57:30최종 업데이트 : 2013-09-25 17:57:3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더위가 물러가고 골목마다 아이들이 나와 놀이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정말 그럴까? 아이들을 찾아 아파트 놀이터에 가 보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없고 그네와 놀이기구들만 쓸쓸하게 있다. 
요즘은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오후반이다 종일반이라 하여 특강을 듣고 학원을 가느라 유치원생도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찾아 볼 수 없다. 유치원생이 이런데 초등생이야 두 말 하면 잔소리가 된다. 

하지만 세상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생태교통 축제가 열리고 있는 행궁동에는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시끌벅적하다.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1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1

골목입구부터 친절하게도 이야기가 있는 옛길이라고 알려준다. 대문 앞에는 지나가는 나그네가 편히 쉬었다 갈 수 있게 커다란 나무 밑에 넓은 평상이 놓여있다. 누구든 앉아 잠시 세상 시름을 잊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자리에서 돌아온 이웃들은 저녁을 먹고 평상에 둘러 앉아 세상살이 이야기도 하고 개똥이네 셋째 딸 혼사에 대해서도 팥 나와라 콩 나와라 이웃의 일을 내일처럼 살뜰하게 챙기면서 떨어질 콩고물에 대해서도 기대를 보여 한바탕 웃음으로 피곤을 날려 보낼 것이다.

아이들은 붉은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 가고 있는데 사방치기에 한창이다. 한쪽 다리를 올리고 팔짝팔짝 뛰는 순이는 혼자 8단까지 거뜬히 해치우고 한판을 끝내버린다. 순이가 사방치기를 잘 하는 이유는 납작한 돌멩이를 잘 선택했기 때문이다. 바닥이 조금 고르지 못해도 납작한 돌멩이만 잘 고르면 선을 건너 굴러가지 않고 원하는 칸에 안전하게 안착한다. 순이가 사용하는 납작한 돌멩이는 보물단지처럼 항상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재산목록에 포함되는 것이다. 매번 이겨서 사방치기 도사라고 동네에 소문이 났지만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부름에는 쏜살같이 집안으로 들어간다. 

순이가 빠진 사방치기는 맥이 풀리고 한 명 두 명 아쉬운 발길을 골목 안쪽 집으로 향한다. 불타는 듯한 석양이 아직 완전히 서산을 넘어가려면 좀 더 놀아도 된다. 헛헛한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2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2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3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3

갑자기 골목 안쪽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던 아이들이 술래의 손목을 쳐 잡혔던 아이들을 다시 살아난다. 이제 다시 원점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눈을 가리고 영희는 잽싸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했지만 벌써 아이들은 얼음이다. 술래인 영희와 술래가 아닌 아이들의 고도의 지능적인 눈치싸움이다. 결국은 술래인 영희가 아이들이 다 아웃 될 때까지 안간힘을 쓰지만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잡힌 아이들을 살려주면 또 원점이 된다.

반복되는 술래인 영희는 재미가 없다. 차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놀이가 짜증으로 바뀌고 결국은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삐친 영희로 하여금 놀이는 급하게 마무리 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영희는 집 앞에 가 대문을 들어서기 전에 얼굴을 점검한다. 눈물자국을 소매로 슥슥 닦아 호랑이 같이 얼룩덜룩한 얼굴을 닦는다. 눈물 바람 한 사실을 엄마에게 들키는 날에는 다시는 나가 놀지 못하는 엄벌을 받아야 하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4
행궁동 옛길에서 만난 내 어릴적 친구들_4

이제는 정말 집으로 돌아갈, 어스름이 내리고 있는데 남자아이들은 굴렁쇠를 돌리며 줄을 지어 골목을 누비고 있다. "이놈들, 이제 집에가 밥 먹어야지. 얼른 들어가라"하는 철수의 할아버지의 청천벽력 같은 고함을 듣고야 슬금슬금 뒷걸음쳐서 집으로 돌아간다. 

태양을 향해 하루 종일 따라다니던 해바라기도 이제 고개를 숙인다. 한집 두집 외등이 켜지고 멀리 삽살개 한 마리 요란하게 짓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가 어린 날 뛰어 놀고 어울려서 몰려다니던 골목은 어느새 고층 아파트 숲으로 찾아보기 힘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힘찬 뜀박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라져 가는 추억의 뒤안길에서 행궁동에서 만난 옛길은 유년의 기억이 고스란히 배여 있는 곳이었다. 

남자의 계절이라 했는가? 깊어가는 가을 행궁동 골목에서  살포시 유년의 추억을 꺼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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