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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화백을 만나다
아버지 그리는 마음을 존경합니다
2013-09-25 21:07:43최종 업데이트 : 2013-09-25 21:07:43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박재동화백을 만나다_1
박재동화백

어제내린 비의 양이 많지않았는데도 오늘은 평소보다 상쾌함이 더했다. 아마도 평소 존경하는 분을 만나는 날이라 설레여서 날씨마저 도와주는걸로 여겼나보다.
25일 2시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준비한  박재동화백의 강연은 한달전부터 예약하고 기다려왔다.
2003년 출간된 실크로드 스케치기행(한겨레신문사 출판)책이 서재에 꼭꼭 숨겨져있는걸 애써 찾아냈고, 팬으로써 다시 읽어보는 예의를 갖췄다.
이책에다 싸인을 받으면 더없는 영광이 될것같아 먼지를 털어내고 겉표지를 닦았다.

박재동화백을 처음 만난건 1988년 5월 15일 한겨레신문이 창간된 날이다. 시사만평가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새로운 만화컷으로 등장부터 웅장했다.
매일 작지만 신문 한켠의 시사만화는 웃음으로, 해학으로 만족을 줬던것같다. 기사의 사실적 전달과 논평의 날카로움에서 채워질수없는 시대의 아픔이 만화로 표현되어 많은 애독자를 만들어냈다. 

대강당이 사람들로 북적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 1시간이나 앞서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한산하다. 10명 안밖의 사람들만 대강당앞에서 서성거렸다.
홍보가 잘안됐나? 어렵게 모신건데 사람이 적을까봐 걱정하면서 앞자리를 확보했다. 눈에 잘띄고, 눈을 맞추고 웃을수있는 명당자리. 다행히도 강연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하는 시간이됐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 그런지 아님 평소에 말씀을 조곤조곤하시는지 말문을 여는순간부터 이야기는 재밌게 진행되었다. 어릴적 울산을 배경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부산만화방으로 꽃이핀다.
그시절  옛날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아련하지만 재미있다. 경험담은 약간의 허풍스러운 말로 포장되면서  영화의 한장면처럼 그려진다.
초등학생때 썼던 일기, 무심코 버려졌을 끄적인 낙서, 갈등속에 그려진 포스터는 커다란 스크린에 소개되었다. 
시간적 한계를 탓하며 함축적언어로 소개하지만  본인의 깨알자랑은 빠지지않아 큰 박수를 유도하셨다.

박재동화백을 만나다_2
외손자 삼남매

만화인답게 만화역사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 그림소설로 불리던 만화부터 말풍선이 생기면서 발전하는 과정,  그리고   '녹의 여왕과 라이파이'  만화에서 웃음의 정점에 다다른 것 같다. 
언제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만화역사를 정리해보겠나... 대만족이었다. 만화그리기가 취미인 딸에게 잘 요약해서 전달해야하는데 정리할 틈도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딸이 태어난 94년,  박화백의 만화한컷이 교과서에 실렸다는  자랑을 하셨다. 신문에서 보았던 그 만화..가슴 아련하고 애처럽게 느껴졌던 그림이다.
환경문제를 주제로 했던걸로 기억한다. . 개구리가 죽은 올챙이를 안고  폐수가 흘러나오는 공장을 멀리서 바라보는 만화였다.  교과서에 만화가 실리면 좋겠다는 꿈을 이루셨는데 다행히 자신이 주인공이됐다는 겸손한 말씀.

막바지 시간으로 갈수록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6. 25 학도병과 징병이야기.  어릴적 '전우'라는 TV드라마는 전쟁을 경험하지않은 어린나에게는  풀기힘든 주제였다.  오랫만에 다시 마음무거워지는 전쟁이야기다. 
더불어 간간히 만화가 꿈을 이루기까지 응원해주셨던 아버지모습을 생생히 그려주셨다. 다그치지않는 모습, 드러내놓고 사랑하지않지만 언제나 듬직한 후원자로 계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일기를 쓰셨고, 그 일기를 통해 이제 매일 그리움을 달랜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도 훌륭하시고  그아버지를 기억하는 교수님도 존경스럽다.

박재동화백을 만나다_3
박재동화백과 함께

강연막바지에는 당부를 곁들여 세가지를 정리해주셨다.
첫째,직업의 귀천은 없다. 만화방을 운영하신 부모님의 고초를 만화가로 성공하셔서 보답한 말씀이었다.
둘째, 일기를 써라. 기록되지않는 삶은 지나가고 잊혀진다는 표현에서 공감했다.
세번째, 매일 부모님께 전화해라.  바쁘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한번, 간단하게  안부전화로 만족해왔는데 다시 새겨들을 이야기였다. 

강연이 끝나고 싸인과 사진을 찍는 시간이 되었다.
줄을 길게 늘어서있는데 한사람씩 케리커쳐를 그려주신다.  시간내서 참석한 사람들에겐 큰 선물이 될 것같다.
욕심이 앞서 두번째로 줄을 섰다. 
오래된 팬이라고 강조하고 딸아이도 그림을 잘그리고 네이버에 만화를 연재한다고 깨알자랑을했다.
평소 지갑에 넣고 다닌 가족만화를 증거로 내세우며 "잘 그리죠? 고등학생때 그린거예요. 지금은 대학다녀요." 잘알고 지낸 사이처럼 대화를 주고받았다.
교수님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가시며 딸아이가 계속 만화를 그릴수있도록 배려해주길 당부하셨다. 물론이다. 방학이면 만화책을 수십권씩 빌려 쌓아놓고 돌려가며 읽었던 아이들이다. 지금도 짬이나면 만화로 하루를 보낼수있는 준비된 집이다.

박재동화백을 만나다_4
케리커쳐와 싸인

드디어 케리커쳐와 싸인을  받고 소녀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줄을 서있던 사람들이 부러워했고, 다들 설레임에 자리를 뜨지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케리커쳐는 더욱 세밀해지고 정성이 더해졌다.
어떤분은 미국에 사는 외손자 삼남매도 부탁하셨고, 흔쾌히 그려주신다. 한사람한사람 정성껏 이야기나누시고 그림그리시고 강연시간보다 더 길어지는 싸인회가 되었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않고 다만 행복이 넘치고있었다.

잠시 틈을 타서 사진을 찍는 기회를 가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강당을 빠져나가 단체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순서가 바뀌었나보다.  다시 박재동화백을 만나 이렇게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올까하는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기 힘들었다.
유쾌하고 감동있는 이야기는 한동안 삶의 에너지가 될 것 같다. 주변인에게 케리커쳐와 사진을 자랑삼아 며칠동안은 밥을 사야할것같다.
박재동 화백님 오늘 강연 잘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겨레신문 시사만평 박재동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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