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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가을 상념에 젖어보다
2013-09-26 21:53:24최종 업데이트 : 2013-09-26 21:53:2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집안에서 가을의 변화무쌍한 기운을 잘 알지 못했나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마주한 바깥의 공기는 달라도 너무 달라져있었다. 알싸한 바람이 얇은 옷차림을 한 사람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얼른 차 안으로 들어섰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봄, 가을이 온 흉내만 내는 날씨로 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날씨이다. 

산에 가서 무공해 공기를 마셔보고 삼림욕을 하고 싶었는데 이구동성 외쳐댄다. "무릎이 시원치 않아서 관절이 약해서 산은 못가지" 어쩌랴. 그렇다고 혼자 갈 주제는 못되니 산 대신에 드라이브를 해보기로 했다
수원과 경계에 있고 지척인 화성시 쪽으로 길을 들어섰다. 처음 가보는 길인데 산길이다. 양쪽으로 좁은 도로와 함께 길게 늘어서 있는 나무들의 잎사귀 한쪽 귀퉁이가 수줍게 붉은 물이 든 볼처럼 제법 붉다.

감기와 사랑이 감출 수 없는 것처럼 계절의 변화 또한 속일 수 없나보다. 어천호수라는 팻말이 보인다. 탁 트여진 저수지 물을 보니 마치 바다를 보는 양 가슴이 시원하고 답답함이 잠시 사라지는 듯하다.

카페에서 가을 상념에 젖어보다_1
카페에서 바라본 정경

카페에서 가을 상념에 젖어보다_2
카페안에 만든 도자기를 전시 판매하는 모습

다시 산길을 돌고 돌다가 잠깐 쉬었다 가기로 했다. 겉 외양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눈길을 붙잡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잔디가 깔린 길에 돌을 박아서 사뿐히 걸어 보고 싶게 만든 길에서부터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어서 나만의 별장쯤으로 폼 한 번 잡고 싶어진다. 

때깔 좋은 닭들이 종종 걸음 치는 모습도 한가로워 보여서 좋고 군데군데 장식을 해놓은 것이 자연과 잘 어울리면서 시선을 붙잡는다. 밖을 감상했으니 이제 안으로 들어갈 차례가 아닌가.
안으로 들어서니 꽤 넓은 곳에 푹신한 의자와 함께 밖이 다 내다보이는 통유리로 인해서 눈부신 햇살이 아낌없이 들어와 따뜻한 조명으로 밝혀준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팥빙수를 주문했다. 여러 가지 짬뽕 맛이 아닌 예전 추억의 맛이라고 할까? 풍성하게 쌓아올린 얼음조각에 식감이 느껴지는 달콤한 팥과 고소한 미숫가루와 쫀득한 찹쌀떡만으로도 우리들의 입맛을 잡기에 딱 이었다.

카페에서 가을 상념에 젖어보다_3
담백 고소한 예전의 맛을 느껴본 팥빙수

카페에서 가을 상념에 젖어보다_4
여름철 사랑받았을 야외 테라스 모습

오늘 이야기 주제는 "당신들의 노후 대책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였다. 남편들이 심심찮게 노후대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단다. 일을 하는 가장으로서 퇴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노후에 대한 생각이 가장 큰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나보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두들 한 달 벌어 빠듯하게 살기 바쁘고 아이들 교육비에 빚 없이 지낸다면 그것으로도 다행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이 카페의 주인 부부는 남편이 정년퇴직을 하고서 함께 이곳을 운영한다고 한다. 서빙은 남편이 하고 주문한 것을 만드는 것은 부인의 몫으로 보인다.

그분들은 당신들의 노후를 위해서 미리 미리 준비를 한 모양이다. 은근히 부러운 시선으로 그 분들을 쳐다보게 된다.

손님들이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 밖의 마당에서 또 다른 작업에 열중이시다. 무언가 열심히 만드시는 모습이 더없이 보기 좋아 보인다. 따뜻한 햇볕 아래서 몸도 놀려가면서 정년퇴직 후 또 다른 인생길을 개척하고 이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인생 제2막에는 이 분들처럼 내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런 일이 무엇이 있을까? 언제쯤 답을 찾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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