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
‘생태교통수원 2013’ 축제 마침표 찍던 날
2013-10-01 12:51:53최종 업데이트 : 2013-10-01 12:51: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살고파 살고파라 우리 수원 중심되어/ 옛날처럼 한데 얼려 오순도순 살고파라/ 나, 그대 자손만대를 행궁동에 살고파라.// 어제는 캄캄해서 살고 싶지 않았다만,/ 오늘은 깨끗하고 정이 들어 살고파라/ 그대, 나 자자손손이 이 마을에 살고파라...(이하 생략)

30일 오후 7시, 오랜 세월 행궁동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유선 시인은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작시를 읽어나갔다. 생태교통주민추진단 녹색생활분과장이란 직책을 맡으며 지난 9월 한 달간 차 없는 녹색 도심을 위해 동분서주 주민들과 함께 바쁘게 생활했던 지난날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일 게다. 세계 유일무이 '생태교통수원 2013' 페스티벌이 드디어 한 달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4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4

8월의 끝자락, 행궁동 일대 주민들은 물론이요 수원 시민 대다수는 축제 시작에 앞서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찬성했지만 공사가 막상 시작되자 일부 주민들의 반대시위로 간간히 마찰도 빚어온 터라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에 끝날 것인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9월을 맞이하며 행사는 시작됐다.

1일 축제와 함께 밀려든 인파는 일주일 내내 행궁동 일대를 메웠다.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편으론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될 정도였다. '한 달 동안 내방할 관광객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은 아니겠지' 라는.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8일까지 장사진을 이룬 사람들에게 적잖이 놀랐음인지 후딱 지나간 첫 주로 기록됐다. 2주차가 되던 월요일, 다소 사람들의 발걸음이 주춤한 것을 보고 '아! 언제 한 달 채우나. 큰일이다!'라는 생각을 할 즈음 3주차를 맞이하면서 또다시 구름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만 시간은 급물살을 탔는지 30일, 100여만명 이라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는 대기록을 세우면서 축제를 끝마쳤다. 

행궁동 일대 주민들은 모두 즐거워했다. 영화로웠던 그 옛날이 떠올랐고, 한동안 슬럼화된 지역에서 오가도 못하며 찬밥신세로 전락했던 근래의 일도 생각했다. 

'즐거운 도시산책 생태교통수원 2013'이란 슬로건으로 2013년 9월 한 달 간 축제를 위한 공사가 시작되면서 혹자들이 말하는 '보여주기 위한 쇼'인지, 아니면 '진정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로 바꾸기 위함' 인지 헷갈렸다. 그런데, 이토록 좋은 결과를 낳았으니 주민들은 감동으로 울먹이지 않을 수 없었다.

초기 옆집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자발적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기존 한 개였던 상가운영위원회가 세 개로 늘고, 정겨운 골목길 위원회, 청년회, 커뮤니티 댄스 팀 등 한 달 행사를 위한 모임에 앞서 공동체 조직을 통해 마을의 화합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내 집 앞, 옆집 담장 할 것 없이 함께 페인트를 칠하고, 자투리 공간마다 꽃을 심고, 쓰레기로 뒹굴던 유휴공간을 공동텃밭으로 조성했다. 어느덧 거칠던 동네는 다정한 '안녕하세요 골목길'로 탄생됐다.

건배제의에 나선 주민추진단 도종호 단장은 "그동안 마음고생하시며 행궁동 마을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염태영 시장을 위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자"면서 "세계에 길이 남을 영광스런 역사마을 행궁동을 보존하기위해 우리 모두 협력하여 계속 가꾸어 나가자"며 감격해 했다.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2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2
,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3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3

인사에 나선 염태영 시장은 "그동안 애쓰신 행궁동 주민들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모두가 30일 동안 이곳에서 즐기며 놀다갔다.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기적처럼 성공리에 마치게 된 것은 주민들의 희생덕분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이번 축제를 찾아온 모든 사람들이 감동받고 돌아갔다. 한마음으로 이해와 협력을 위해 애쓴 여러분들 잊지 않겠다."며 감격했다.

이번 축제 공동위원장이었던 오토 짐머만씨는 "이 행사를 제안한 사람으로서 행궁동에 한달간 머무르며 주민들의 마음과 함께 했다. 수원을 보존하기 위한 사람들의 열정을 가슴에 담는 시간이기도 했다. 세계도 이번 축제의 모토인 교통문제를 지켜보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이끌어간 녹색 친환경 메시기가 힘이 됐을 것이다. 내일부터 자동차가 들어오면 정말로 편한 생활인지, 아닌지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진실로 조화를 이루는 마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한 가지는 꼭 잊지 마시길 바란다. 여러분이 녹색 친환경도시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것을."이라며 축하의 인사를 마쳤다.

행궁동 주민으로서 '닐리리 댄스팀'에 들어가 주민들을 위해 한 달 내내 자원봉사에 나섰던 권길양 씨(67세)는 "속상해 죽겠다. 3개월 동안 갈고 닦은 춤 솜씨를 이어가야 하는데 축제가 끝났으니 서운하다. 그동안 많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친목을 다졌더니 몸도 요술을 부렸는지 젊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준비한 떡과 막걸리가 많으니 '즐겁게 놀다 가시라'는 인사말을 덧붙였다. 

오늘만큼은 마음 편히 놀 자격이 있는 분들이었다. 더운 여름 내내 고생하며 협력한 끝에 피날레를 장식하는 한마당에 망가지도록 놀아도 되는 분들이었다. 차 없는 거리는 놀이판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건배제의와 함께 환호성이 터졌다. 
마을 주민들과 허심탄회 놀아 줄 아마추어 음악인들도 합류했다. 수원시청 공무원들이 모여 만든 색소폰 동호회,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금빛 합창단 등 이들은 늦은 밤까지 즐기는 주민들의 자리를 빛내 주었다.

위대한 도전에 나선 행궁동 주민들의 이름이 무대 뒤 흰색 천에 빼곡히 적혀있었다. '행궁동에 영원히 살고 싶다'는 유선 시인의 시처럼 그곳에 오랫동안 정주해온 주민들의 이름이 장하게 빛나고 있었다. 

* 불편을 감수하며 축제를 빛내주신 행궁동 주민들, 주민들과 함께 궂은 일 마다않고 정말로 고생하신 시(市)공무원 여러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수원시민들은 행복했습니다.

 
'망가져도 괜찮아' 오늘만큼은 놀아보세~_1
왕발통을 타고 퍼레이드를 선도하는 김병익 생태교통 수원2013 추진단장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