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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가을은 옷정리로 시작된다
2013-10-01 17:25:14최종 업데이트 : 2013-10-01 17:25:14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는 날이지만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화단의 꽃들이 더 싱그럽고, 한 뼘이나 더 높아진 하늘이 깊어 보이는 것은 계절의 과도기적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가을의 계절로 접어들어선 이유일 것이다.

여름 내내 열어두었던 베란다와 마루 사이의 창문을 아침이 되어서야 닫지 않고 보낸 밤이 한기를 주었던 장본인이었음을 깨닫고 뒤늦게 창문을 밀어 닫아보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닫아 두었던 문을 열어놓아야 할 시각이라 이내 다시 열고 만다.

주부의 가을은 옷정리로 시작된다_2
주부의 가을은 옷정리로 시작된다_2

계절의 변화는 여자들의 옷차림에서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여자인 주부가 느끼는 계절의 변화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변함이 없이 언제나 잡다한 집안 정리에서 시작된다. 
지난계절 동안 입었던 얇은 옷가지를 정리해서 높은 곳에 두었던 두툼한 옷과 자리를 바꿔 놓아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십 수년을 해온 일이지만 할 때마다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로운 일이다. 

아이들의 키가 봄에 다르고 가을에 달라 지난 철에 입었던 옷이 작아지고 또 한쪽으로 내몰린다. 특이 이번에는 작은 아이가 키가 자랐을뿐 아니라 살집이 붙어 아예 쫄바지와 쫄티가 되었다. 
철철이 작아지고 안 입는 옷은 재활용 센타에 기증을 하거나 이웃에게 주지만 어디서 자꾸 나오는지 쌓인 옷이 수북하다. 옷장을 정리하고 다른 것이 정리될 때마다 또 하나의 귀찮은 물품 처리하는 일에 봉착한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 둔 틈으로 시끌벅적 남자들의 웅성거림이 들여온다. 지금 시각에는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고 직장인들도 모두 출근하고 난 주부들이 한참 아침드라마에 빠져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각이라 조용한 때인데 웬일인가 싶다. 

재활용품 적재 된 곳 옆에서 모닝커피 타임을 즐기는 모양이다. 오늘이 재활용품 수거하는 날인가 미화원 아저씨들이 커피를 마시며 유쾌한 인사를 하고 같은 동 옆 통로 아주머니가 빈 쟁반을 들고 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가끔 보는 풍경이다. 

밀어 둔 옷가지를 재활용 의류보관함에 손쉽게 넣을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멀쩡한 옷들을 무게로 팔려나가는 것에는 용납이 가지 않는다. 아이들 티셔츠 같은 경우에는 재활용 센타에서 판매하면 삼 천원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미치자 귀찮아도 직접 갖다줘야지 하는 결심이 생긴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부쩍 이사하는 이웃들이 자주 보인다. 한 집이 이사 할 때마다 재활용품 배출하는 곳을 보면 작게는 빈 화분부터 장롱에서 아이들 책장까지 큰 가구들이 많이 나와 있다. 소용만 있다면 내가 다시 가져와 쓰고 싶은 것들도 적지 않다.

어떤 때는 재활용품 수거되기 전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사용되는 물건도 있고 그렇지 못한 대형가구들은 무참하게 난도질당해 판자로 분리된다. 집안 한곳을 오래도록 지키고 잡다한 것을 수납했던 가구들이 한 순간에 너덜거리는 판자조각으로 바뀔 때는 저것들도 처음 구입했을 때는 주인의 사랑땜을 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끝임 없이 필요한 물건들이 생기고 또 다시 버려지는 것들이 어디 가구나 물건들뿐일까 싶다. 사람들의 관계도 새로 만나는 인연이 있는가 하다가도 오래도록 마음을 나눴던 사람들도 어느새 기억에서 잊혀지는 얼굴들이 있다. 

주부의 가을은 옷정리로 시작된다_1
주부의 가을은 옷정리로 시작된다_1

뜨거운 햇볕에 알곡들이 잘 익어가겠다. 아파트 주변의 조경수들도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여름한철 거미와 벌레들과의 전투에서 승리로 꽃사과는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다. 붉고 제법 탐스럽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매달려 있는 것이 달력의 그림처럼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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