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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채소 가득, 행궁동 텃밭 쉬다가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도심 장안공동체 텃밭, 함께 가꿔야
2013-09-24 09:16:12최종 업데이트 : 2013-09-24 09:16: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원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선생은 읽기가 생존을 위한 양식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쓰기위해선 그 10배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작가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첫인상을 토대로 글을 쓴 것과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리고 산 사람의 관점을 적은 글을 비교했을 때 사색의 깊이가 다른 만큼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서 나의 생각은, 그것이 읽기든 쓰기든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다른 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자연도,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도 사람마다 탐색의 깊이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싱싱채소 가득, 행궁동 텃밭 쉬다가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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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태교통축제가 열리고 있는 행궁동 일원에서 이런 생각을 자주한다. 폐막 일주일을 앞두고 70만 인파가 다녀갔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그들이 수원을 처음 방문한 사람인지, 아니면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자주 오간 방문객인지. 
또 '그들이 수원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머리와 가슴에 담아갔을까'란 궁금증과 함께 행복한 도시로 기억하기를 은근 기대하기도 한다. 시민기자라는 소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수원사랑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하루라도 안 가보면 몸이 찌푸둥해서 점심밥만 먹으면 행궁동 곳곳을 찾아 나선다. 행궁동 뚜벅이가 되어  미로와도 같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싱싱채소 가득, 행궁동 텃밭 쉬다가요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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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와, 오늘 한건(?)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때가 있다. 물론 행궁동 곳곳이 예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정말 멋진 곳을 발견했을 때 '참 좋다'라는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장안공동체 텃밭'이 그런 곳 중의 하나다.
행궁동 생태교통축제  매력적인 '신상품'으로 떠오른 '신풍· 장안 장롱 속 추억의 사진'들이 빼곡한 화서문로 51번 길, 벽면사진들에 눈길을 주다 맞은 편 담벼락에서 '장안공동체 텃밭 가는 길' 푯말을 발견했다. 느리게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아주 조그만 글씨다.

바로 직행이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갑자기 바빠진 듯 양쪽으로 단장한 집들을 밀쳐내며 진입한다. 벽면에 붙은 화살표를 따라 직진, 오른쪽,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몸을 틀어 들어가니 벽면 한가운데에 비눗방울놀이에 빠진 어린소녀 모습 벽화와 마주한다. 소녀의 입김을 통해 부풀어 오른 길고 커다란 비눗방울이 텃밭의 정문으로 안내한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들이 놀고 가도 좋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시골 외갓집 텃밭마냥 참 평화스러운 모습이다. 쓰레기와 함께 잡풀이 무성하던 유휴공간이 도심 속 자연으로 탄생한 '공동체 텃밭'이다. 
빗물 저장소도 있고, 농사에 필요한 작은 삽들과 비료도 있다. 

눈을 돌리니 에너지를 충분히 받은 온갖 쌈 채소들이 푸릇푸릇 싱싱하다. 붉은 고추는 주렁주렁 탐스럽다. 바로 씨를 받아내야 할 것만 같은 도라지와 하얀 메밀꽃 군락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행복한 향기가 골마다 경계선을 따라 불어온다. 공간 그 자체가 힐링이다.

싱싱채소 가득, 행궁동 텃밭 쉬다가요_3
싱싱채소 가득, 행궁동 텃밭 쉬다가요_3

주택가로 둘러싸여있던 예전의 공간을 떠올려 본다. 어느 누가 지금처럼 매력적인 공간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간간이 텃밭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들, 한 결 같이 놀라는 눈치다. 발상의 전환이 수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이보다 좋을 순 없는 공공재 텃밭이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생태교통수원 2013' 축제가 성공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란 생각이다. 그간 콘크리트 도심 속 삭막함에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향기가 도심 속으로 폴폴 날리는 것을 보라. 정주민과 외지인들은 이즈음 모두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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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산책, 행궁동 일대엔 이처럼 근사한 산책로가 곳곳에 있다

장안공동체 텃밭, 사계절 내내 푸른 향기로 넘실거리기를 기원한다. 
아니, 여기뿐만 아니라 축제장 곳곳에 조성한 자투리 쌈지공원과 함께 행궁동 만의 브랜드로 자리했으면 한다. 문화의 거리, 힐링의 거리로서 도심 속 산책 코스로! 
수원시민 모두 내것처럼 잘 가꿔나가야 하는 이유다. 도심 속 자연, 장안공동체 텃밭에 또 다시 가고 싶은 화요일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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