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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내가 만난 네팔인들
네팔한국문화센타 수강생 버힌드라 구릉을 만나다
2013-09-24 19:32:16최종 업데이트 : 2013-09-24 19:32:1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지난 추석 연휴에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보냈을까?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유명절에 고향을 찾고 떨어져 살던 가족과의 만남에 들떠 있을 때다. 시민기자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아파트 보안요원 일이라 쉽사리 대리근무를 청할 수 없어서 그냥 근무를 청했다. 

아내는 처음으로 맞는 3일 연휴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잠깐 출근한 후 퇴근했다. 이번 추석에 네팔이주노동자들은 마치 궐기하듯 대한민국 전역에서 동대문으로 몰려들었다. 어림잡아 8천명은 될 것이라는 것이 네팔친구들의 전언이다. 이번 추석에 네팔인들의 각종 지역, 종족 모임에서 자국의 가수와 코미디언들을 초청해서 축제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명절이 외국이주노동자들에게는 축제의 날이다. 그도 그럴 것이 3일에서 5일까지 이어지는 연휴에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고 향수를 달래주는 탈출구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지난 18일 성북구여성회관에서 열린 라이족들이 주최한 축제를 찾았다. 아내는 영화배우 이주노동자 써빠나와 함께 축제현장을 찾았고 그곳에서 7시간 동안이나 축제를 함께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내가 만난 네팔인들  _1
추석 당일 동대문역사 안에 모습이다. 여기 저기 이주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내가 만난 네팔인들  _2
아내 먼주구릉이 찍은 사진이다. 라이족들의 전통춤 공연모습이다. 지난 18일 성북구여성회관에서 네팔라이족주최 축제가 열렸다.

네팔인 초대가수의 노래와 한국에서 일하는 재능있는 네팔이주노동자들이 함께 무대를 꾸몄는데 그중에는 아내와 안면이 있는 인사도 포함되어 있어 흥미를 더한 듯하다. 

다음 날 추석 당일에 아내와 함께 동대문을 찾았다.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네팔인들로 동대문 지하철역사 안에서부터 시장골목처럼 북적댄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한 얼친이 지하철을 탔는데 자신이 꿈을 꾸는가 싶었다고 한다.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동남아 사람들로 보이는 이주노동자들이 가득해서 자신이 마치 동남아 여행을 온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아마 추석당일에 동대문을 걷는 사람들 또한 그런 착각을 했으리라.

시민기자가 네팔한국문화센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처음으로 문화센타에서 배운 사람이 시험에 합격해서 한국에 온지 1년이 되었다. 오늘은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는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아버지다. 오래전 동남아시아의 한 지역의 건설현장에서 트럭운전을 했던 적이 있다고 했던 그는 매우 예의바른 버힌드라 구릉(Bahindra gurung)이다. 2년 동안 한국으로 오는 길이 막히자 그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택시를 사서 영업을 시작했고 네팔을 찾은 나의 지인들과 단골이 되어 이용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 사람들의 안내를 맡기도 하고 나를 대신한 일을 많이 돕던 친구다. 몇 마디의 말로도 사람은 안내가 가능하다. 소통이 어려운 곳에서 가능한 몇 마디는 원활한 소통을 이루는 매우 파격적인 힘을 갖는다. 그 경험이 그에게 많은 자신감을 준 듯도 하다.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매우 진지한 태도로 하여 많은 웃음을 주었던 사람이다. 선한 그의 마음에 이끌렸던 사람인데 지금은 금산의 한 레미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추석, 내가 만난 네팔인들  _3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한국문화센타 수강생 버힌드라 구릉과 우리부구가 한국에서 재회했다. 그가 마실 것을 권했다. 기분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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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역 3번 출구 입구에서 한 사람의 네팔인이 행사를 안내하며 승객을 모으고 있다. 성북구여성회관까지 차비는 무료 티켓사시오!

보수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면 매우 만족한 모습을 보여주어 기분이 좋았다. 내게는 아내와도 함께 수업을 받은 아내와 동급수강생이다. 기분 좋은 만남, 꿈을 이루기 위한 안정된 걸음을 걷는 사람을 보는 마음은 매우 기쁘다. 전날 통화를 했을 때만 해도 자신의 노래하고 춤추는 일에 흥미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나라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자신의 성격과 다르다 해도 편안한 즐거움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도 티켓을 끊었고 오늘은 공연을 보며 축제를 함께하겠다고 길을 나섰다. 지하철 역사내에 북적대는 모습은 예시에 불과했다. 동대문역 3번 출구 앞은 인산인해였다. 호객을 하는 네팔인 호객꾼이 나타나 이주노동자들을 행사장까지 실어 날랐다. 가능하다면 명절을 이용한 이주노동자 마켓팅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깊은 정을 나누는 날, 그들은 특별히 외로운 시간이다. 그날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광장의 축제같은 것이 기획되어 열린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꿈은 한 걸음 성공을 향해가고 있고 우리의 명절은 훗날 그들에게 축제의 날로 각인될 것이다. 그들의 금의환향을 기대하며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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