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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
2013-09-17 13:13:27최종 업데이트 : 2013-09-17 13:13:2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그의 첫인상은 넉살좋은 한국의 아저씨와 진배없다. 호칭을 '아저씨'라 칭했지만 실은 굉장히 예의바른 일본인 할아버지라고 해야 옳을 테다. 
그의 이름은 야마시타(山下), 1947년생이다. 그러니 우리네 나이로 치면 올해 67세다. 그러나 엄청 총기가 넘치고 유머감각이 뛰어나 전혀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일본 혼슈 효고현 긴키지방 하리마(播磨) 한글학회 회장으로 지한파다. 이 단체는 수원의 대표적인 지역문화재 지킴이 단체인 (사)화성연구회(이사장 이낙천)와 12년째 교류중이다.

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_1
(사)화성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한 야마시타씨.(분홍색 티셔츠)

올해도 어김없이 수원을 찾은 야마시타씨, 화성연구회 회원들은 흔쾌히 그를 맞이했다. 
16일 오후 6시, 지난 1일부터 한 달 동안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된 화서문로 모 음식점에서 그를 대접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도 먹고 생태교통축제가 열리는 마을과 거리를 누비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로 했다.

"야마시타 상! 사케드시겠어요. 아니면 막걸리를 드시겠어요!"
"당연히 막걸리 먹어야죠. 하하"
"야마시타 상이야말로 진정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화기애애한 이야기부터 생태교통수원 축제가 대단히 역사적인 일이라는 것과 조금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 실질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가 준비해 온 선물도 전달하면서 돈독한 우의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_2
야마시타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김이환 전 이사장(이영미술관장)

어느 정도 시간이 무르익자 우리들은 생태교통 수원 2013 축제가 열리는 거리로 나서자고 했다. 커다란 배낭에 무거운 카메라까지 들고 행궁동 화서문로 거리로 나선 야마시타씨,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실 웃으며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깨끗하고 정겨운 거리로 조성된 곳곳을 감상하면서 걷는 그의 발걸음은 춤을 추듯 가볍기만 했다.

"오! 반갑습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생수거리를 걷다가 일본어 간판아래 매대에서 상품을 진열중인 여인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사이타마에서 한국에 시집온 일본인인데 현재 화서문로 거리에서 남편과 함께 옷가게를 운영한다.) 야마시타 씨는 반가운지 그녀에게 명함을 주며 연신 이야기를 건넸다. 한동안 자리도 뜨지 못하고 대화에 집중하더니만 불현듯 우리들 눈치가 보였는지 작별인사를 나눴다.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현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즐거운, 그런 기분이었으리라.

한참을 소나무 거리를 누비다 눈앞에 나타난 노란 자전거 버스!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타고 싶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런데 커다란 비닐이 몸체를 감싸고 있었다. 운행 시간이 끝난 것이다.
그런데 다행이도 일행 중 안면이 있는 사람이 있어 그의 부탁으로 특별운행을 하기로 했다. 우리 팀은 단숨에 올라탔다. 야마시타씨도 무거운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더니 자전거 페달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남녀노소 따질 겨를이 없다. 똑같이 운전자에게 복종해야만 했다. 밟으라면 밟고, 서라면 서야했다. 그래야 자전거 버스가 움직이기도 하지만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꼭 합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_3
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_3

처음 페달을 밟을 때엔 누워서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다. 문제는 언덕이었다. 제법 힘을 쏟아야 동체가 비로써 움직였다. 골목길을 따라 출발할 때만 해도 정말 신나 소리를 지르더니, 경사길에 다다르자 우리들 모두는 그만 가자고 엄살을 부렸다.

매일 생태교통축제가 열리는 행궁동 일원을 누비며 사진만 찍다가 실제로 타보니 정말 재미가 넘쳤다. 사람들이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을 서면서까지 타 보려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야마시타씨도 새로운 경험이라서 그런지 행복한 어린아이 표정으로 내릴 때까지 즐거워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자전거버스로 도는 맛은 근자에 느낀 저녁 최고의 추억거리였다.

우리들은 다시 행궁동 마을로 들어섰다. 절기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밤 8시가 넘어서자 사위는 어느덧 어둑어둑했다. 그럼에도 거대한 놀이터에서 놀다가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처럼 훈훈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 발 짝 한 발 짝 행궁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그의 숙소 옆 작은 선술집에 들러 내일 한국을 떠날 야마시타씨를 위한 건배의 잔을 다시 들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아름다운 추억의 거리, 생태교통거리가 그의 마음속에 오붓이 담긴채 동해를 건너가고 있을 것이다.

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_4
지한파 야마시타씨의 행궁동 나들이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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