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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사이에서의 갈등
공짜로 물건 욕심과 양심사이에서의 갈등
2013-09-20 11:20:24최종 업데이트 : 2013-09-20 11:20:2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인터넷으로 상품을 시켰다. 자주 시키는 사이트이기도 한데, 한마디로 장을 굳이 보러가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 원하는 제품을 클릭하고 금액 결제를 하면, 제품이 배달 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으로 사용해봤지만, 점점 그 편리함에 길들여져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렇게 원하는 물건을 골라서 주문을 하고 볼일을 보러 잠시 나간 상태였다. 집에는 어린 동생이 있었고, 그 사이에 물건을 동생이 받았는데,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왜 똑같은 물건을 두 개나 시켰냐는 것이었다. 무슨 소린지를 몰라 집에 가서 확인을 해 봤는데 글쎄 똑같은 품목이 박스채로 하나 더 온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a와 b 그리고 c를 주문했는데, a,b,c 상품이 담겨진 박스가 하나 더 왔던 것이었다. 마트 쪽의 전산 상 오류였는지는 모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황당하면서도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웬 횡재야..' 길을 가다가 돈을 줬을 때의 기분처럼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천사와 악마사이에서의 갈등_1
천사와 악마사이에서의 갈등_1

순간 내 머릿 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엄청 자주 애용했던 인터넷 쇼핑몰이기 때문에, 결제한 총 금액을 보면 VIP 손님격인 나에게 주는 서프라이즈 선물인건가? 아니면, 예전에 MBC에서 이경규의 진행 아래 큰 인기를 몰았던 '양심냉장고'의 일종으로 나를 시험해보려는 것인가? 

양심적으로 다시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면 더 큰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별 웃긴 상상을 하면서도 천사와 악마는 그렇게 싸우고 있었다. 악마는 속삭였다. 어차피 규모도 큰 마트이고, 지금까지 내가 많이 팔아줬으니까 그냥 보너스 선물인 셈 치고, 하나 더 온 박스를 먹어 치워 버려라.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천사가 속삭이고 있었다. 

이왕 많이 애용한 곳인 만큼 신뢰 있는 소비자가 되거라. 전화를 빨리 해서 물건이 더 많이 왔다고 알리고 다시 가져가라고 말해라. 그러면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천사의 속삭임이 들렸다. 
하지만 뭐 물건의 몇 개정도가 비더라도 크게 타격이야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내 머릿속 악마의 점유율은 약 60%를 차지했고, 천사는 40%를 차지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 됐다. 

그 짧은 순간에도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100이면 100 그냥 마트에 전화하지 말고 너가 먹어라라는 답변이 와서 조금 더 흔들렸지만, 양심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 결국 전화를 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통화중이다. 그렇게 한 번의 양심선언을 할 기회가 사라지고 또 다시 악마와 천사의 유혹에 휩쓸리고 말았다. 

한 번의 통화중임을 알고 전화를 끊고서 양심선언의 기로 속에 놓인 시간이 굉장히 짧았는데 그 순간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찍혔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마트의 전화였다. 아주 친절한 목소리의 점원이 말했다. 전산상의 오류로 우리 집에 똑같은 물건이 담겨진 박스가 하나 더 가서 되돌려 달라는 말이었다. 
전화를 받는 동안 나의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그냥 맨 처음부터 고민 없이 바로 전화를 했다면, 양심이 있는 멋진 고객으로 찍혔을 텐데 결국 마트에서 배달이 잘못 되어진 것을 일일이 확인까지 하고 나서 직접 전화가 오기까지 했으니 분명히 마트점원들은 날 양심 없는 고객으로 봤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민망함이 밀려왔다. 

그냥 공짜로 온 박스를 먹어버리라는 친구들이 야속스러웠다. 한순간에 양심 없는 사람으로 찍혀서 다음번에 물건 주문은 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솔직히 끝까지 전화가 안 오기를 바랐지만, 전화가 안 왔다 해도 며칠간은 전전긍긍하며 걱정을 했을 것이다. 나름 무척이나 소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양심을 저버리고는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부터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고민도 주저도 할 것 없이 바로 양심선언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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