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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가꾸기 행복해요
2013-09-07 19:55:55최종 업데이트 : 2013-09-07 19:55:5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여름 내내 풀을 뽑고 화단을 갈아엎은 수고가 동네 주민들의 인사로 도리어 쑥스러워졌다. 지난 봄 꽃씨를 뿌린 화단에 보기 좋게 갖가지 색깔의 꽃을 피웠다. 넝쿨장미를 시작으로 여름 한창 피었던 봉숭아가 지고 그 자리에 분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이 한창이다.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1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1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3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3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4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4

"어머머 세상에 이게 뭐야?" 조용하던 밖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년 여성들의 무리가 오늘 계모임이라도 있는가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우리 동 아파트 앞에서 멈췄다. 
"세상에 요즘도 이런 꽃이 있구나?"
"이거 금잔화 맞지?"
"맨드라미도 있네. 저것. 그래. 빨간색 그거 맨드라미잖아"

화단에 있는 꽃 이름을 척척 부르는 여성들은 아파트 화단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위층에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들어갔다. 
요즘 이런 풍경을 가끔 만나게 된다. 우리 동 아파트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꽃모종도 얻어가고 차례대로 피는 꽃들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해가진 저녁에 활짝 핀 꽃밭에 나오면 향수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진한 향기에 숨이 탁 막힌다. 오래전 여성들이 꽃씨를 갈아 분가루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하는 분꽃의 향기는 현대식 분 향기보다 훨씬 더 실감나는 향기를 뿜어낸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과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을 꽃밭을 보면서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 어제처럼 촉촉하게 이른 가을비가 내리는 날이면 창밖 꽃밭 풍경은 더 싱싱해지고 쪽 뻗은 꽃가지에 힘이 들어간다. 

넓은 천사의 나팔 꽃잎 위에 작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이슬 같이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하얀 꽃잎은 아이를 품은 것처럼 포근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이 천사의 나팔은 지난 해 옆 통로 할머니가 꺾꽂이 하여 심어 뿌리를 내린 것을 나눠 준 것이다. 처음엔 꽃이 필까 싶을 정도로 비실거려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여름 내내 충분한 비를 맞고 얼마 전부터 정신없이 큰 꽃잎이 지고 또 핀다.

늦은 아침 유치원에 가는 꼬마는 꽃밭 구경을 좋아한다. 엄마 손에 이끌려 꽃 이름을 배운다. "이것은 엄마를 닮은 하늘하늘 코스모스이고, 이것은 내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 맞지?" 매일 아침 엄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나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경비아저씨는 마냥 마음이 넉넉하고 좋다. 계절을 모르고 피어있는 하얀 장미나무와 빨갛게 핀 맨드라미는 아저씨가 직접 심은 것이다. 맨드라미 모종을 심을 때는 오래 전 맨드라미 꽃잎을 이용하여 할머니께서 자주 화전을 부쳐주었다는 말씀도 하였는데 그러고 보니 아저씨의 손을 한두 번 정도 거치지 않은 것들이 없다. 

모종을 얻어 친정 엄마 집 화분에 심은 분꽃이 참 예쁘게 피었다고 부녀회장님의 고맙다는 인사를 분에 넘치게 한다. 부녀회장님은 지난해는 봉숭아 모종을 친정 엄마의 화분에 심어 드렸었는데 내년에는 또 무슨 꽃을 심어드릴지 벌써 궁금해지기도 한다. 

빈 화분이 굴러다니고 쓸모없는 물건들이 쌓여 있던 곳에 꽃이 피면서 우리 동 주민들과 아파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꽃밭을 보면서 매우 즐거워한다. 화원에서 판매하는 화실 속의 화초가 아닌 우리가 어렸을 때 보았던 꽃밭을 닮아 있다고 한다. 금잔화. 맨드라미. 코스모스, 봉숭아 등등 시골 초등학교 화단에서 보았던 꽃들이다. 내년에는 채송화도 심어 봐야겠다.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2
꽃밭 가꾸기 행복해요_2

만개한 꽃들을 보면서 올해 벌써 분꽃 씨앗을 나눠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 씨앗을 받으려면 시일이 좀 걸리겠다. 씨앗 알갱이가 크지 않아 모이지 않는다.

떠들썩하게 올라갔던 한 여성이 분꽃 씨앗을 받아 둔 것을 보고 조금 나눠 달란다. 편지봉투에 모은 씨앗을 보고 너도나도 자기 집 마당 앞에 심어야겠다고 손을 들이민다. 애써 모은 꽃씨인데 아예 봉투 채 줘버렸다.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여러 사람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꽃밭에 쏟은 수고가 대수롭지 않다. 어린 꼬마에게는 유치원 가면서 엄마와 꽃 이름을 배운 것을 기억할 것이며 부녀회장님은 꽃을 볼 때마다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잠시라도 행복한 기억에 보탬이 되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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