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권선구 보건소의 자살 사망자 심리적 부검 간담회 소식을 듣고
수원시의 자살예방 노력과 시민으로써 거는 기대
2013-09-08 11:56:22최종 업데이트 : 2013-09-08 11:56:22 작성자 : 시민기자   류용규

최근에 유명한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서 국민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어젯밤에는 또 대전에서 모 병원 레지던트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과연 언제까지 이런 충격적인 뉴스를 계속 들어야만 하는지 안타깝고 착잡하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지금 가장 심각한 사회적 질병인데 다행히 우리 수원에서는 시민의 자살을 막기 위해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걸로 알고 있다.
수원시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고, 민간단체나 타 기관과도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가 하면, 지난번에는 수원시와 티브로드가 함께 광교공원에서 '2013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도 열었다.

그런 모든 행사와 노력들이 혹시 우리 시민들중 나쁜 마음을 먹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는데 일조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지난 8월29일에 권선구보건소에서는 자살 사망자 심리적 부검을 위한 유관기관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뉴스를 통해서 들은 내용인데 시민기자는 처음으로 심리적 부검이라는 용어를 접했다. 좀더 알아 보니 자살자가 자살에 이르기까지 가졌던 심리적 상태와 원인을 조사하는 것을 심리적 부검이라 한다는 것이다. 

이 심리적 부검을 하는 이유는 그런 노력을 통해서 얻은 결론을 바탕으로 앞으로 있을 다른 사람들의 자살을 막는데 도움을 얻을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심리적 부검은 신체적 부검과 달리 유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유서 등을 통해 그 사람이 자살에 이른 이유를 차곡차곡 규명하여 이를 수치화 하고 자살위험 요인을 일정 사례 이상 통계화도 가능해 데이터로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런 노력에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상당히 터부시 하는 국민적 성격이 있는데다가 죽음의 형태가 다름 아닌 자살이었기에 주변에서는 그런 내용을 자꾸 끄집어 내어 거론하기를 꺼리고, 특히 자살을 덮으려는 한국인의 정서 때문에 유가족의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가족에 대한 슬픔을 견디기 어려운 유가족들의 심적 고통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자살한 사람의 심리적 부검이 중요하게 필요한 이유는 앞서 목숨을 끊은 사람으로 인한 충격 때문에 다른 유가족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특히 자살자를 따라서 같은 길을 선택하려는 유가족의 충동을 억제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중 한명이 자살을 해서 세상을 뜰 경우 유가족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이라 한다.
즉 "왜 자살을 막아주지 못했을까, 왜 자살에 이르도록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이건 내 책임이야"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유가족이 제2의 자살을 선택하는 않도록 유가족 치유의 역할을 위해서라도 자살자의 심리적 부검이 매우 중요하다.

 

권선구 보건소의 자살 사망자 심리적 부검 간담회 소식을 듣고_1
권선구 보건소의 자살 사망자 심리적 부검 간담회 소식을 듣고_1

두달 전쯤 여름 휴가때 일이다.
시골 고향집에는 소를 키우던 헛간이 있는데 헛간 천정에는 볏짚으로 만든 가마니와 망태기 같은게 걸려 있다. 망태기에는 해마다 가을철에 벼를 거둘때 사용하다 남은 볏 나락이 조금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참새 한 마리가 날아들어 왔다가 망태기 사이에 끼어 퍼덕이고 있었다. 다가가 보니 망태기 옆에는 냇물에서 고기잡이를 하려고 우리가 사다 놓은 족대 그물이 있었는데 거기에 걸린 것이다.

살려고 발버둥 치며 푸드덕거리는 참새가 너무 애처로와 얼른 달려가서 그물에 걸린 날개를 조심스레 떼어 내려 했지만 그물이 심하게 엉켜 있어서 쉽지 않았다. 결국 가위를 가져다가 그물 일부를 끊어야만 했다.
그물을 손상시키고 나서야 참새를 구출해 줄수 있었고, 그물에서 풀려난 참새는 죽음의 고비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며 넓은 세상으로 날아갔다.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 치던 참새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예측하지 못한 일도 당하게 되고, 갑작스런 상황에 직면해 절망도 하게 된다. 그러나 살려고 발버둥친 덕분에 돈 주고 산 그물을 찢어가면서까지 참새를 구해준 나 같은 사람을 만나 새 생명을 얻은 참새처럼, 살려는 노력만 한다면 뭐든 어려운 일이 있겠는가.

그물에 완전히 엉켜 이젠 죽음만이 남았다고 생각했을 참새가 그래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보려고 안달하던 모습, 지금도 마음 고생을 하며 어떤 나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글을 읽혀주고 싶다.

또한 수원시가 자살자 유가족을 상대로 조사하는 심리적 부검 제도나 노력 같은게 더 많은 효과를 발휘해 단 한명의 소중한 생명이라도 함부로 버리는 일을 막아 줬으면 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