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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
2013-09-05 09:24:39최종 업데이트 : 2013-09-05 09:24:39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더위가 물러가고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가을과 함께 나쁜 소식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세월은 지난 추억과 함께 친구들을 데리고 긴 여행을 떠났다.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갑작스런 입원으로 식구들에게 놀라움과 수고로움을 준 적이 있었다. 길지 않는 기간의 입원과 치료였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 과정에서 오는, 혼자 감내해야 할 무게의 무서움과 불편함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며칠 전 삼척에 있는 친구로부터 한통의 부고 문자를 받았다. 중학교까지 함께 다닌 친구는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여느 남자아이들 보다 장난은 심했지만 주위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던 친구였다. 2년 전 안산에서 정기 동창모임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은 삼척에 있는 친구들 중에 제법 그럴싸한 기업을 운영하면서 활기에 넘치고 해년마다 고향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잔치를 벌여주던 정 많은 친구였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부고 문자를 받았던 날 오후에 원주에서 힘없는 친구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주유소를 운영하며 야구하는 작은 아들 전지 훈련할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뒷바라지를 억척스럽게 하는 열성엄마이면서 아직도 마음은 소녀인 여린 친구였다. 항상 통화 할 때마다 주유 때문에 통화를 편안하게 하지 못했는데 그날따라 긴 통화에 웬일인가 싶었더니 병원에 입원해서 시간이 많단다. 손목 골절로 병원을 찾았더니 의외로 골다공증이 심각하여 정밀진단을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_1
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_1

특별한 사고만 없으면 100세까지 산다는 세상이다. 아직 그 절반조차도 살지 않은 우리들이 경험할 일들이 아니다.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할 수 없고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지난 주말 병점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항상 회사일로 바쁜 친구와 나는 서로 연락하지 못해도 우리나이 쉰살이 될 때까지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하자고 약속한바 있었다. 통화 될 시간이 아니었는데 의아하여 묻자 쉰살까지 다니겠다고 장담하던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문득 머리에 스치는 불길한 생각은 유방암 판정이란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수술할 병원을 정하고 담당 의사를 선택하는 것부터 식구들과 의견일치가 되지 않아서 일주일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을 보내고 겨우 치료 할 병원을 정한 모양이다. 수술하기까지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검사하는 날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병원에 간다. 공무원인 남편이 업무를 제쳐두고 매번 함께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날에는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듯하다. 

암이 흔한 세상이 되었고 하지만 지금까지 어려움 없이 평탄하게 살아온 친구에게는 받아 들일 수 없는 거대 사건이고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갈 길이 먼 친구는 벌써 먹을 것도 잘 먹지 못하고 2주일동안 6킬로그램이나 체중이 줄 만큼 이성과 감성의 갈등으로 불안해하고 있다. 

경중의 차이가 있지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가 공포로 느껴질 때가 있다. 평소에 자신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후회가 가장 먼저 다가온다는 친구의 말과 도둑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친구의 죽음이 지난여름 겪었던 기분 나쁜 경험이 다시금 새록새록 올라오게 한다. 

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 100세를 거뜬히 사는 세상에서 나이 마흔 중반이면 꽃다운 나이가 아니던가. 죽음을 걱정하고 얘기 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오는 길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길은 순서가 없다'는 어른들의 얘기가 자꾸 진실처럼 느껴져서 씁쓸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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