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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
김충영 화성연구회 부이사장, 화성의 변화 기록 전시장 열어
2013-08-30 05:06:58최종 업데이트 : 2013-08-30 05:06:5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이곳 행궁광장에 도자 타일이 몇 개 인지 아세요? 자그마치 2만5천장이 깔렸습니다. 다양한 그림들이 어지러워 보이지만 정조대 역사가 들어있어요. 정조대왕의 행차를 그린 '반차도'부터 친히 군사훈련을 한 '성조도', 화성축성 준공식을 알리는 '낙성연도'등 당대역사가 고스란히 표현된 그림들이 새겨졌습니다. 여기 황토색 길은 1911년 지적도에 따른 길이고, 궁궐박석도 여기 깔렸지요. 본래는 이 조감도처럼 광장 사이드에 조경까지 들어갔어야 맞는데...여타의 이유로 지금처럼 조성 됐지요."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1
'문화공간 일파' 문을 연 주인공 김충영 화성연구회 부이사장

지난 28일 매향동에 위치한 수원화성박물관 주차장 맞은편은 수원화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우리문화유산 화성(華城)에 어언 20여 년 간 빠져 지낸 한사람이 일궈낸 '문화공간 일파'와의 만남을 위해서다. 공간의 주인공은 현재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이자 화성연구회 부이사장인 김충영씨다. 

그는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는 원도심 매향동에 문화의 불씨를 들고 입주했다. 1960년대 건립된 양옥 슬라브 집이다.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나 다름없던 건물은 그의 손길이 닿자 단박에 향기 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리하여 그의 호를 딴 '문화공간 일파(一坡)'가 탄생됐다.

개관기념전 '행궁마을 사라진 집 살아난 집'이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린다. 기록의 달인으로 저명한 일파 김충영씨,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3~4달 전부터 준비했지만 뭔가 부족한 듯해 전날 새벽까지도 전시관을 꾸미는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도심 속 시민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이야기 공간, 그 현장을 가봤다.

화성과의 인연

1997년 12월 4일 이태리 나폴리에서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낭보가 들렸다. 당시 일파 김충영씨는 수원시 도로과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낭보를 듣고 한편으론 주제넘게도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는 됐는지, 수원화성의 현재 상태는....등을 걱정하며 다음날 화성을 찾았다. 냉정한 눈으로 돌아본 화성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2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2

이후 2~3일간 성 밖을 돌았다. 역시나 현실은 좋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 매주 토요일 11시부터 연무대를 기점으로 성곽 한 바퀴를 돌고, 지동시장에 들러 순대국밥을 먹으며 화성 가꾸기에 골몰하는 일을 반복했다. 당시 급선무는 화성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뜻이 맞는 화성전문가 몇명이 의기투합했다. 이후 입소문이 나자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드디어 화성을 사랑하는 모임 '화사모'가 결성됐다. 이 단체는 2년차가 되는 해에 (사)화성연구회란 이름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어느덧 연구회는 13년째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물론 이들과 함께 화성과의 인연이 시작된 후 본격적인 공부도 시작했다.

일파 문화공간에 담겨진 역사

도로과장을 거처 2001년 도시계획· 개발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수원화성에 관한 전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갔다. 2년 후 화성사업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역시 본격적인 화성업무를 보면서 사진자료와 함께 기록들을 꼼꼼하게 남겼다. 나만의 문화재 사랑법이랄까. 화성의 변화를 늘 현장에서 지켜봤으니 꼼꼼히 기록으로 남길 수 있었다. 화성사업소란 안과 화성연구회란 밖에서, 모은 자료들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산이다.

현재 문화공간 일파 1층엔 매향동 레지던스 작가 2명이 입주했다. 현재 솟대 등을 전시중인 김기중 목공예작가와 김윤재 도예작가다. 
그리고 2층이 그동안 모아온 기록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개관기념으로 무엇을 전시할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오는 9월 한 달간 열리는 '생태교통수원 2013'페스티벌과 발맞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옛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수원의 역사와 행궁광장 복원에 관한 기록과 사진전을 준비했다.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3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3

문화공간 일파는 모두가 주인

"동네 분들에 의하면 1층엔 가발공장을 했고, 2층은 여관과 여공의 숙소였다고 합니다."
2013년 황량했던 빈집은 단지 전기시설과 쓰레기 무덤만을 버린 후 '문화공간 일파'란 현판을 걸었다. 전체를 바꾼 것이 아니니 세월이 흘렀어도 그간의 사정을 슬쩍 알려주는 듯, 전시관 마다 당시의 흔적이 조금씩 엿보인다. 이 역시 역사이다, 생각하니 정겨움이 오붓이 묻어난다.

"수원화성 곁에서 평생 같이 하고파 이집을 구입했어요. 죽어있던 공간에 전기를 들이고 묵은 때를 벗긴 후 평소의 소원대로 문화공간으로 단장했지요. 그런데 현재 이집을 지킬 사람이 없네요. 하하. 여러분들 모두가 지킴이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4
매향동 '문화공간 일파'의 주인은 시민_4

이곳에 전시된 자료들은 실은 우리들 모두가 보존해야 할 자산이다. 김충영씨의 열정과 신념이 낳은 결과물이지만 이만큼 화성에 관한 기록들을 상세히 한곳에 모은 곳도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모두가 애써 보존해야할 가치가 있는 만큼 개인소장의 의미를 탈피할 애정이 필요하다.

전시는 '광장을 짓다', '광장아래 사라진 집들', '광장의 태동', '수원화성이 살아온 길' 등의 챕터로 방마다 달리 전시됐지만 주테마는 수원화성이다. 그동안 박물관 등지에서 봐왔던 일제시대 사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2층 갤러리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수원화성의 역사가 궁금하시다면 이곳으로 오시라. 부담 없이 배우고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아~ 저기가 우리 집이 있던 곳인데..." 화성행궁과 광장 조성에 따라 사라진 건축물들이 그곳엔 시간 속 공간으로 남아 역사 속 한 장면으로 영원히 남아있다. 
매향동이란 원도심 공간에 문화의 훈풍을 몰고 온 일파 김충영씨에게 뜨거운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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