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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
2013-09-05 10:56:06최종 업데이트 : 2013-09-05 10:56: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요즘 걸으면 걸을수록 기분 좋은 동네가 있다. 바로 '생태교통수원 2013 페스티벌'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행궁동 마을이다. 자민족주의 국수적인 태도라고 오해마시라. 지난 1일부터 축제의 불을 밝힌 이곳 생태교통마을은 낮과 밤이 완전 다른 풍치(風致)를 자아낸다.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1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1

보물찾기라도 하듯 홀로 크고 작은 골목길을 걸어보시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의 조화로움이 절묘하게 빛난다는 것을 깨닫는다. 예전 칙칙해서 두려움을 자아내던 옛길들이 예술작품들과 하나 되어 거리는 반짝반짝 눈부시다. 그런데다가 인문학적 소양을 한껏 발휘한 프로그램들이 처처에서 진행된다.

낮에는 생태교통 프로그램으로 곳곳이 왁자하다. 그러나 은근슬쩍 떠오른 달과 함께 행궁동의 야경은 또 다른 세상을 연출한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생태교통 마을에 즐길 거리는 낮에만 있나요?"라고. 아니 잘못 아셨다. 밤에 걸어보지 않으셨다면 말씀을 하지 마시라. 행궁동 마을엔 숨은 비경이 있다.

양갱을 들고 야밤 트램을 타라!

생태교통수원 페스티벌과 함께 행궁광장에 등장한 무가선 트램은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이 사랑스런 교통수단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설국열차'를 연상시켜서인지는 몰라도 연일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2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2

일반 도로에 철로를 깔로 그 위에 늠름하게 서있는 트램의 진가는 바로 밤이다. 태양이 진후에 더 멋지다. 감히 말한다. '밤 양갱(영화에선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이지만) 하나씩 들고 열차의 꼬리 칸에 한번 타보시라!'고. 트램의 야경은 밝다. 환히 밝힌 내부에서 스마트 폰으로 적군의 동향을 살피며, 동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접수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얼마나 근사한 체험인가. 탈선하지 않는 한 오랫동안 자리할 수 있다. 

야비 토끼에 반하고, 거리음악에 미치고

행궁동 주민자치센터 안에 있는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 1층 민원실의 내벽은 화랑이다.
9월 한 달간 '눈이 부시게 하찮은 야비 토끼' 김미정 展이 열리고 있다. 밤이 기울어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야비 토끼의 무표정, 시크함의 절정이다.

언젠가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야비 토끼는 표정으로 말한다. 세상에 대해 냉정한 시선으로 말을 건넨다. 그렇지만 결국 '우린 행복할거야'라는 믿음을 은근하게 위대하게 보여주는 캐릭터 속 표정은 보면 볼수록 빠져든다. 우리 내면의 따뜻함을 찾을 수 있는 전시이니 오다가다 들러보시라. 오는 30일까지 여러분을 기다린다.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3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3

수원의 상징 새인 백로와 자전거 날개를 모티브로 한 자전거 거치대 앞, 어스름 저녁과 함께 거리로 나온 음악회가 사람들의 귀와 눈을 붙잡는다. 서장대와 화령전의 역사를 품고 흐르는 선율은 마치 달콤한 꿈같다. 생태교통페스티벌에 참여한 외국인들도, 국내 관광객들도 예술 에너지에 감전된 듯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밤의 여정 속으로 폭 빠져 버린다. 

착한 문화 공간, 마음이 따뜻하다

행궁동 마을을 걸으면 걸을수록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주민들의 행복 공간으로 자리한 '행궁동 문화슈퍼'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문을 연 '문화상회 다담'이다. 우리의 삶을 말랑말랑하게 해 주는 이야기와 함께 초대 손님을 모시고 공연도 하는 이른바 문화 사랑방이다. 

도심 속 다른 공간과 시간, 행궁동 야경을 보라_4
희망의 솟대가 환히 행궁동을 밝히고 있다. 마치 이번 생태교통페스티벌 성공을 기원하듯!

3일 오후7시, 문화상회 다담에선 '좋은 삶을 위한 4인의 이야기, 그리고 음악'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야기 콘서트, 첫 번째 손님이 관객을 맞이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이렇게 살 수도 없는 나이 서른넷에 방 빼고 적금 깨 배낭을 꾸렸다는 도보여행가 김남희 님의 '길 위의 삶, 그곳에 행복이 있다'라는 강연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객들은 자연 속 느림을 추구하는 연주와 길 위의 인문학을 체험하며 행복해했다.

이렇게 좋은 밤풍경을 자아내는 행궁동 마을은 매일 밤 곳곳에서 피어난다. 그간 척박한 골목길에서 살던 마을 사람들과 탐방객은 휘황찬란한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들을 만나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아무리 시놉시스가 좋고 영상미학이 뛰어난 영화라 할지라도 재밌어야 관객이 드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행궁동 마을은 전체가 다름으로 재미를 준다. 오늘저녁 퇴근길에 들러보시라. 예전에 그곳이 아니다.

* 안내 '문화상회 다담' 두 번째 이야기 콘서트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186-1번지
9월 5일(목) 19:30 자전거와 도서관 그리고 시
- 초대 손님: 시인 이덕규
- 연주: 클래식기타(김동현, 서효성)

 

행궁동 문화슈퍼, 문화상회 다담, 정월 행궁나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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