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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에 생긴 일
해피트리가 잘 자라주길 바란다
2013-08-24 23:55:45최종 업데이트 : 2013-08-24 23:55:45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개업이나 집들이 같은 경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꽃과 화분인데 우리집에는 해피트리라는 이름의 화분을 이사왔을 때 선물로 받게 되었었다.

꽃의 예쁜 모양과 화려한 색, 그리고 향기나는 나무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 초록가지가 행복을 생각하듯이 우리집을 지켜 주는 듯 했다. 그래서 더 이 화분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생겼고 좋은 기운을 전해 준다고 여겼다.
특히, 이 화분은 공기정화 효과도 있지만 인테리어로서도 큰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그 덕을 지난 해부터 올해 얼마전까지도 톡톡히 보았다.

'처서'에 생긴 일_1
지난 겨울에도 잘 자라 준 해피트리

금전수라고 하는 일명 돈나무 또한 돈을 많이 벌고 부자되라는 의미로 함께 선물로 받았었는데 이 또한 공기정화 효과및 천연 가습효과까지 뛰어나다고 해서 함께 나란히 두었다. 
며칠 분주히 보내고 날씨가 엄청 더운 날 바람불기에 문닫아 주고 덥길래 물 많이 자주 주고 햇빛 부족할까봐 쪼여주고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집 해피트리가 시름시름 거린다.

언젠가 "해피트리 키우기 정말 힘들어요."라는 이야기를 화분집 아저씨께서 말씀 하셨을 때까지도 믿고 싶지 않는 남의 이야기라고 여겼다. 
그랬는데 우리 집에 온지 딱 일 년 만에 어느날 보니 잎들이 축 쳐져서 물을 주어도 회복이 될 것 같지 않아 앙상한 나무만 남아 있더라도 과감히 모두 잘라버렸다.

'처서'에 생긴 일_2
새순이 보이길래 희망을 가짐

그리고 새순이 돋길 기다리는데 살짝 무언가 보이는 조짐도 있긴 했다. 혹시나 하고 나무를 건드려 보았다. 그런데 그만 흔들거리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하루를 보내고 이틀째 안 되겠다 하고는 흙속에 있던 나무를 뽑아 보았더니 정말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밑둥지가 저렇게 되도록 나는 무엇을 했단 말인지
상식선에서의 관심만 주었다는 것이 되는데 가끔 봄이 되면 '화분갈이 잘해줘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중요성을 갖지도 못했다. 그만큼 튼실하게 잘 자라 주어 겨울에도 화분이 잘 크는 우리 집하면서 호언장담했는데.

실내 온도가 '31'을 가리켜도 화분만큼은 건재하리라 했건만 우리 집은 화분을 모두 거실에 두었기 때문에 그것도 나름 문제 아닌 문제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무더위에 통풍도 잘 안되는데..하면서 말이다.
제대로 잘 살릴지 모르겠지만 자식 같기도 하고 무언가 내 품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 벌써부터 슬프다. 그리고 잘살아라고 이사하면서 주신 선물인데 그 주신 분들의 정성에 보답을 못하는 것도 같아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 도화선은 생겨버렸다. 해피트리로 인해 다른 화분들은 하루에 한 개씩 베란다로 데리고 나가 물을 충분히 주고 하루 종일 통풍을 시원하게 시켜준 다음 다시 거실 원래 있던 자리로 옮겨 놓았다. 
며칠을 매일같이 하였더니 일주일에 한번 꼴은 화분마다 물을 주게 되어 화분관리에 나름 스트레스가 줄어든 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밑둥지 자르기인데 톱으로 아무리 잘라도 윗부분은 금방 잘라지는데 아래는 시간을 많이 보내야만 했다. 단번에 뚝딱 하고 전기톱처럼 절단을 못할 바에는 손으로 잡고 잘라 주어야 한다.

'처서'에 생긴 일_3
썩은 부위는 다 자르고 심음

한손에 톱을 잡고 힘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한꺼번에 다 써서 내 몸이 상하면 또 안된다는 일념하에. 그러다 보니 오전을 금방 보내 버렸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이불을 다시 덮고는 무더위가 이젠 종식을 할 조짐인가 보다 했는데 절기상 보니 '처서'다. 
그만큼 찬바람이 불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는데 마음이 오히려 울적해 진다.

우리 집 해피트리 나무로 인해 마음 앓이와 함께 주인으로서 잘 챙겨주지 못함을 다시 한번 다른 화분들 잘 키우는 것으로 달래어 본다. 
하지만 모든 일에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살뜰히 살피지 못한 나의 죄책감은 오래동안 지속될 것 같다.

처서, 해피트리, 새순, 잘자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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