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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타령'의 작가..어머, 스님이셨어요?
아동문학가 소야 신천희 스님 만나다
2013-08-20 13:03:40최종 업데이트 : 2013-08-20 13:03:4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솔직히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니, 가는 길 주변 문화재 볼거리에 더 관심이 있었다. 적어도 그분를 만나기 전까지. 
동화작가라는 타이틀 때문일까. 왠지 만나면 심심할 것만 같았기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 게다. 그렇지만 그분의 한마디가 단숨에 내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날씨도 더운데 곡차나 한잔 하시죠!"

'술타령'의 작가..어머, 스님이셨어요?_1
동화작가로 유명한 소야 신천희 스님의 작업 공간이자 수행처인 '소야 글감옥' 입구

며칠 전 전화를 받았다. '술 타령'의 작가 소야스님을 만나러 가는데 동행하지 않으려는지. 바람도 쐴 겸해서 흔쾌히 그러겠노라고 했다. 실은 스님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뒤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나이

스님의 거처는 전라북도 김제 시골 마을 '소야 글감옥'이다. 이전의 이름은 무주암. 수행 암자이자 집필실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글만 쓰라고 지인이 붙여준 이름 '소야 글감옥'으로 최근에 바꿨다.

스님은 전주터미널로 마중을 나오셨다. 인사를 나누고 행색를 살피니 반승반속(半僧半俗)처럼 보인다. 지인에게서 전해들은 인상보다 훨씬 핸섬하고 스마트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유한 인상에 슬쩍 마음이 끌렸다.

'술타령'의 작가..어머, 스님이셨어요?_2
굳이 사진을 찍지 않으시겠다는 스님을 설득해 한 컷 찍었다

"제 나이는 이제 쓰러지면 끝입니다. 그래서 틈틈이 제 주변을 정리하면서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고 있어요. 뒤를 깨끗하게 처리하고 떠나야하지 않겠어요? '소야 글감옥'이란 문학관을 조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제 스스로 하는 것이죠."

사소한 고백

스님은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이자 공연기획자다. 따라서 스님은 자신을 '땡추'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단지 생활에서 얻은 교감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몇 권의 책을 썼을 뿐이란다. 

"몇 년 전에 일상을 담은 에세이 집 '중얼중얼'을 내놓았는데, 출판사의 사정으로 절판 되고 말았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책을 구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해 이번에 다시 첨삭하여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를 재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틈틈이 써온 동시를 묶어서 '그림자는 착하다'도 냈어요. 출판기념 리플릿을 지인들에게 보내면서 제가 그랬죠. '볼 사람은 보자. 그러나 억지로 오지는 말라' 라고요. 하하"

그러면서 스님은 '우주회(雨酒會 비오는 날 술 마시는 모임)' 회원이라 말한다. 일리가 있다. 스님의 닉네임만큼이나 '술 타령' 시가 유명하니.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사먹지
- 소야 신천희 스님 '술타령'

뜻이 맞는 지인들과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일이 행복하다는 우회적 표현을 넌지시 건넨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자유인이 되라면서. 
다만 자신의 그림자를 속이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이 스님,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마음에 든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적 스노비즘(Snobism: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즉 생활 속의 갭이 적어야 한다. 혼자 있을 때나 여럿이 있을 때나, 집에서나 나가서나 하는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에티켓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말아야 하리라' -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23p

그리 길지도 않고, 별것 없는 것이 인생이라며 행복하게 살 것을 설파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경계를 벗어나지 말 것'을 충고한다.

새로운 기분으로 매년 '가출'?

웬만한 주점이면 벽에 붙어있는 '술타령' 詩 때문에 본업(?)이 시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엄연히 불도를 수행하는 스님이다. 
전북 김제 거처지 '소야 글감옥'엔 부처님을 모신 금당도 있고 수행공간을 갖춘 암자도 있다. 수 십 권을 펴낸 동화작가로 유명한 만큼 작업 공간 안은 저자의 책이 가득하다. 

"매년 초파일이 되면 여타 사찰은 매우 분주한 날이지요. 그런데 이곳은 축제입니다. 해마다 다문화 가정을 초대해 하루 종일 함께 놀지요. 올해도 800여명을 초청해서 공연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었지요. 그들이 불교를 믿든 천주교를 믿든, 개신교나 이슬람교를 믿든 상관하지 않아요. 종교문제를 떠나 상생하는 마음으로 오직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날로서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죠."

'언제 출가하셨냐?'고 물으니 '작년'이란다. '매년 새로운 마음으로 출가'한다고 답하는 소야스님. 스님의 공간 글감옥 처처엔 속세인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진다. 중생들이 쉬어갈 수 있는 찜질방인 '숙성실' '발효실'....생명을 아끼는 상생의 공간으로 '언제든 누구든 늘 받아들인다'는 부처의 마음공간이다. 

경전을 버려라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라!'
새로운 깨달음을 원한다면 과감히 배를 버려야 한다고 힘써 말한다. 스스로 깨우침을 위해선 경전을 넘어서는 정진이 필요하다고. 그것이 불전 공부든, 일상이든, 대상이 무엇이든지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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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팥쥐의 마을

스님은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해 어떤 문인 관련협회도 들어가지 않았다. 
요즘은 우리고전 문학작품 '콩쥐 팥쥐'에 필이 꽂혔다. 콩쥐팥쥐의 마을, 김제 둔산 마을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공연된 오페라 포스터며 일간지에 소개된 내용, 영화와 책 등 스님의 관심사가 문학관에 빼곡히 접수돼 있다. 손때로 묻은 역사가 유리관에서 나와 알몸을 드러내는데, 스님의 열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역사에도 훤했다. 때문에 자료조사를 통해 얻어진 역사가 보태지면서 명품 콩쥐팥쥐 동화책이 탄생됐다. 더불어 두원천 너머 구암리와 둔산리는 전래동화 마을로 자리매김했다. 동화작가의 상상력에 날개가 달리면서 마을의 행복도 함께 너울 되기 시작한 것이다. 

청빈한 삶이 곧 수행

스님의 수행처 금당엔 불전함이 없다. 그동안 발표한 책 인세로 근근이 생활한다. 그래도 생활하시는데 얼마간의 돈은 필요하실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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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야 글감옥의 작은 금당에 모셔진 작은 부처님

"하루 한 끼 먹는데 무슨 돈이 필요해요. 잡다한 것 이것저것 먹으면 똥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김치 국에 말아서 후르르 먹는 한 끼 공양이 저의 하루 곡기(穀氣)입니다."
늘 청빈한 삶은 글속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루의 일과가 거짓 없이 펼쳐진다. 그곳이 선방이든, 길 한가운데이든, 오롯이 글만 쓰는 집필공간이든.  스님의 세상을 향한 조용한 중얼거림, 그 침묵의 언어로 인해 스님의 책속에 가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보현이와 호법이(소야글감옥에서 스님과 함께 사는 강아지 이름)도 탈속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헤어질 무렵, 스님이 나의 내면에 지혜와 무욕의 보살로 들어왔다.

 

술타령, 소야 신천희, 소야 글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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