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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화초도 더운 날 제 할 일을 충실하는데
더위 이기기. 마음 먹기 나름
2013-08-14 18:59:20최종 업데이트 : 2013-08-14 18:59:2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낮에 외출하기가 무서운 요즘이다. 덥다고 해도 문 열고 집안에 있으면 맞바람이 들어와 그리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더우면 부채질 몇 번이면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야단스럽게 선풍기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참을 만하다. 

대신 베란다에 물 뿌리는 횟수가 많아졌다. 폭염으로 베란다 바닥까지 뜨끈뜨끈해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혀보자는 심산이다. 유리창에도 뿌리고 화초에도 뿌리고 그러면 조금 시원해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매일 베란다에 화초를 들여다보고 입사귀가 몇 개 나왔는지 꽃이 얼마나 더 개화했는지 농부가 곡식 키우듯이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오래도록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생각났다.

멀게는 15년 이상 된 군자란에서 크고 작은 화초들이 모두 선물로 받거나 분양을 해 온 것들이다. 내 손으로 돈 주고 사온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친구나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한 가지 뜯어 오거나 잘라 와서 무심히 흙에 박아 두어도 죽지 않고 잘 자란다. 어떤 때는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제들끼리 가지를 치고 뿌리를 단단히 내린다.

화초를 키우면서 잘 죽이는 유형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물을 너무 많이 주어 썩어서 죽이는 것과 다른 하나는 무관심에 물을 주지 않고 말려 죽이는 두 가지 유형이라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는 적당히 무관심하고 생각날 때 물주는 것이 조금은 화초의 생체리듬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봄 꽃샘추위가 가기도 전에 지인이 당신의 집에서 키우던 화초를 잘라 수경재배라도 해 보라고 전해주었다. 당시 그 모양이 한쪽 가지 툭 잘라 병에 꽃아 둔 형상이라 저것이 자랄까 걱정이 되었지만 그동안 해도 보고 물고 먹고 나의 눈길을 받으면서 어느새 무성하게 자랐다. 

하찮은 화초도 더운 날 제 할 일을 충실하는데  _1
한 개의 가지였던 것이 이렇게 풍성하게 자랐다

달개비 중에서 '제브리나(Zebrina)'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얼룩 자주 달개비'는 달개비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 중에 하나이다. 여름철이면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우리나라 시골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달개비는 닭의 벼슬과 같이 생겼다고 닭의장풀이라고도 한다. 시골에서는 잡초로 취급되어 수시로 뽑혀나가는 신세지만 원예용 달개비는 쑥쑥 잘 자라서 초보자들이 키우기 쉬운 아이템이다. 특히 금속 같은 느낌을 주는 화분에 심어 선반 위에 두고 풍성하게 흘러내리는 멋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이렇게 잘 커준 화초가 대견스러워 사진을 찍어 감사의 문자를 드렸더니 지인은 도리어 나의 손이 보배라고 칭찬해 준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것에 기쁨을 함께해 준다. 

어차피 혼자 살지 못하고 함께 공존하는 세상에서 누군가를 매일 만난다는 것,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에너지를 주고받는지 참 중요한 일이다. 지인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오래 살아도 백년인데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기분을 다운시키고 만나서 우울해지는 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만남의 시간을 줄이고 만나서 행복하고 에너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 자주 만나도 양파 같이 매력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라"

공감하는 말이다. 살면서 신체적으로도 삐거덕거리고 고장나 기름칠 할 곳이 점점 많아 나타나고 순간순간 시간들이 삽시간에 지나간다. 사고가 아니라면 산 날보다 살아갈 시간이 숫자로는 더 남아있지만 시간 가는 느낌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조급하게 느껴질 것이다.

빛을 받아 보라색 달개비 잎사귀가 꽃잎처럼 아름답다. 하찮은 화초도 더운 날 제 할 일을 충실하는데 조금 덥다고 일비일희 할 것도 없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또 가을이 오고 추운 겨울이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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