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이젠 다이어트와 이별하고 싶다
당당한 나를 찾기 위해
2013-08-19 23:42:35최종 업데이트 : 2013-08-19 23:42:35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체중감량을 목표로 삶을 살아왔다. 아마도 그 시점은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족히 흘렀나 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모두 자라 당시에 이미 169cm의 껍데기만 큰 아이였다. 

이후 키뿐 아닌 체중도 폭풍으로 늘어났고 중학생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무게는 본격적인 60킬로대로 진입해 버렸다.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아니, 학기를 거듭해가면서 작아지는 교복과 체육복이었다. 교복의 허리춤은 언제나 엄마 손에서 원단을 조금씩 덧대어 점점 늘어나갔고, 체육복은 매 학기마다 새로 사 입어야만 했다.
 
"야야, 어쩜 너는 학기마다 새 체육복을 사 입냐? 이제 옆으로 그만 커야지!!"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퉁퉁한 내 엉덩이를 몽둥이로 탁탁 치시며 한 마디 던지며 지나가셨다. 가뜩이나 사춘기 소녀로 잔뜩 위축되어 있던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 무엇 하는가? 부끄러운 것도 잠시. 집에 돌아오면 냉장고문부터 열어보고 안에 있는 모든 음식들을 그 자리에서 없애버리는 것을 마치 이번 생의 업으로 삼은 듯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여보, 어제 사온 포도 어디 있어?"
"어디 있긴요, 당신 딸 뱃속에 있죠."
"헉~ 그 많은 걸?"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누며 한숨과 웃음 뒤섞인 대화를 하곤 하셨다. 나의 사춘기는 살과의 전쟁이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몸무게가 78킬로그램이 됐을 때는 허리 34인치 바지를 입어도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굶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무려 열흘 가까이 굶고 개학을 해서 학교에 등교하던 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죽음을 맛보았다. 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앞이 노래지더니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쓰러지고 만 것이다. 차들이 빵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뜩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신호는 빨간 등으로 변해있고 나의 정신은 혼미하기 그지 없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아, 이러다 나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어떤 운전자가 내가 쓰러진 것도 모르고 지나갔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 아닌가? 그 이후 나는 살 빼기보다는 사는 것이 먼저라는 절대적인 가치관(?) 정립으로 다시 게걸스러운 먹성으로 부활했다. 엄마와 아버지께서는 맞벌이로 정신이 없으셨고, 동생도 늘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나의 무자비한 식탐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젠 다이어트와 이별하고 싶다_1
맛있는 음식을 돌처럼 여길 수 있는 날이 오길

수업시간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게 점점 불편해졌다. 하체가 점점 비대해지면서, 교복치마가 작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곤란한 일상 속에서도 쉬는 시간마다 매점은 내게 기쁜 쉼터요, 내 입에 맛있는 안식처였다. 온통 식탐과 먹성으로 얼룩진 학창시절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성인이 되고 여러 번 다이어트에 도전하고 에어로빅, 수영, 요가, 태보, 합기도 등 해보지 않은 운동이 없었지만 나의 끈기는 오래가지 못했기에 몸은 언제나 제자리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인으로 활동이 늘다 보니 다행히 70키로 대의 몸무게에서 60킬로대로 진입할 수 있었다.

나름 키가 있었고 특이하게 얼굴이 남들보다 작고 팔뚝이 얇은 관계로 그냥 봤을 때는 나를 뚱뚱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덕분에 연애를 해보고 결국 결혼도 해서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줌마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살과의 전쟁 중이다. 요즘은 어쩜 애를 낳고도 날씬한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지, 통통한 내 몸은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 상황이 자꾸 연출되다 보니 예쁜 옷을 사 입을 엄두도 나지 않고 늘 자신감만 결여될 따름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러 갈 때도 어떤 옷을 입을지 몰라서 친정 아버지에게 픽업을 부탁하고 집에서 푹 퍼져 티브이를 보며 아이를 기다린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 두 돌이 된 둘째 아이에 치어 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섭취하는 음식을 좀더 오래 씹어 삼키면서 양만 줄여도, 집안일에 열을 올려 매일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아이가 낮잠 잘 때 틈틈이 제자리 뛰기나 실내자전거 운동만 해줘도 나는 이미 10킬로그램은 족히 빼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늘 현재의 잘못된 습관을 고수하면서 머리로만 생각할 따름이다.

이제 나는 마지막 다이어트를 선포한다. 내 나이 35세.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스스로 나를 멋지게 꾸미고 가꿀 수 있는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며 더 이상은 나의 식탐과 게으름에 패배하지 않겠다고 이 글을 빌어 다짐하는 바이다. 
아이 키우느라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그대들이여, 이제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찾아야 할 시간이 왔다. 누구도 나의 뒤쳐진 모습을 돌려줄 수 없다. 지금 이 시간, 오직 나만이 나를 보듬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