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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사람들 여름나기, 정말 힘들다!
2013-08-11 11:22:29최종 업데이트 : 2013-08-11 11:22: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정부의 에너지 절약 정책으로 관공서와 은행이 덥다. 집에 있으면 더더욱 푹푹 찐다. 선풍기 한 대를 들고 부엌으로 거실로 안방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일심동체라도 되는 듯 함께 하지만 더위를 물리치기엔 턱도 없다.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요즘 우리나라도 폭염으로 난리다. 일일 최고 기온이 연일 35도를 넘어서고, 그 온도가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의 연속이다 보니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다. 

게다가 이번 여름 장마는 중부에만 쏠리고 저 아래 남부지방에는 비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말만 장마'인 여름이라고 한다. 환경학자들에 의하면 온난화의 탓 때문이라는데, 평균기온이 해마다 0.1도씩 올라가 우리나라도 2050년쯤이면 아열대기후로 변할 것이란 예측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그대로 들어맞을 것이다.

전통시장사람들 여름나기, 정말 힘들다!_1
전통시장 입구, 팔달문의 측면이 아름답다

아무튼, 밤잠을 못 이룰 정도의 폭염과 함께 벼락과 폭우의 불규칙적인 날씨가 지속되다보니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시장(市場)에도 변화가 생겼다. 
요 며칠사이 팔달문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돈을 벌기위한 목적보다는 지인의 간절한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간 옷가게였는데, 깜짝 놀랐다. 시장통에 사람들의 왕래가 눈에 띠게 적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거리는 사람들의 활기로 꽤 북적거렸었는데.... 여기는 수원의 전통시장 중 맏형 격에 속하는 오래된 전통시장거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시장 속으로 들어갔다. 

몇 년 전부터 단행된 '전통시장살리기' 프로젝트로 지붕아케이드와 간판 등 외관이 단정히 정리되면서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팔달문 인근의 시장들은 쇼핑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폭염과 이상기후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인지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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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하고 질좋은 의류가 지천인 전통시장

물론 여름 휴가철 등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인적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요즘 같으면 정말 장사하기 힘들어요. 그동안 벌어놓은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올해는 더 힘드네요. 솔직히 수지타산을 따져보면 가게를 접어야할 지경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막막합니다. 날씨가 더우니 사람들이 더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여기서 이른바 메이커라는 장사를 한지 20여년 됩니다. 그런데 요즘이 오히려 98년도 IMF가 터졌을 때보다도 더 힘들어요. 하루에 20~30 만원 팔기도 힘들 정도라 인건비도 안 나와요. 그러니 사람을 쓸 수도 없고. 제가 직접 혼자 뛰는데, 갈수록 상황은 안 좋으니 몸은 몸대로 힘들고 죽을 맛입니다."

일단 사람들은 덥거나 비가오거나 하면 한꺼번에 쇼핑이 가능한 복합공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가는 습성이 있다. 즉, 기후의 변화가 소비자의 발길을 좌우한다는 논리다. 편리한 주차 공간도 한 몫 한다. 이리저리 옮겨 다닐 필요 없이 주차한 후 시원한 공간에서 소비자의 목적을 이루는 '원 쇼핑'을 원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빨리빨리'의 소비자들 아닌가. 그러니 대형마트로 몰릴 수밖에.

그런데 아시는가. 전통시장에도 시원한 '쿨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을. 
며칠간 팔달문시장 골목길을 걸어보니 여기야말로 진짜로 쇼핑천국이라는 것을 알았다. 속옷, 양말, 아웃도어 등 질 좋고 가격 저렴한 남녀노소 의류 천국이라는 것을. 
영동시장과 시민백화점 등 골목마다 상호 연결되어 소비자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백화점 못지않은 환경을 자랑한다. 당연히 시원한 바람과 함께 고객을 맞이한다. 혹 불친절 바가지 주인장이 기다린다고? 오해마시라. 호객행위가 사라진지 오래고 친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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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거리의 원조인 남문 가구거리

이런대도 소비자로 보이는 사람은 없고 주인장과 직원들만 서성거리니 속상할 수밖에.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으로 대형마트가 격주로 문을 닫음으로서 이곳의 불황은 끝난 줄 알았었는데 실제론 달랐다. 물론 경기가 어려운 시기라는 탓도 있겠지만 너무 썰렁함에 아쉬움은 더했다. 

솔직히 팔달문상권처럼 좋은 쇼핑장소도 없다. 먹거리 산책이 가능한 지동· 못골· 미나리광시장이 있고, 영동· 시민백화점· 쇼핑1번지 등 팔달문시장은 의류천국이다. 이뿐이랴, 수원천변거리엔 오래전부터 조성된 그야말로 '원조 가구거리'가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인근엔 그릇가게 등 생활용품도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가 가능한 곳이 지천이다.

전통시장사람들 여름나기, 정말 힘들다!_4
전통시장사람들 여름나기, 정말 힘들다!_4

단시간의 쇼핑도 좋지만 느릿느릿 여유롭게 거리를 누비며 주인장과 흥정을 하는 정(情)쇼핑은 더더욱 즐겁다. 그것이 우리가 요즘 추구하는 '다운 시프트(down shift)'의 삶, 여유로운 생활이다. 속도전에 매몰된 우리들의 생활패턴을 이곳에서 식혀보자. 
전통시장 사람들의 어려움도 해결하고, 잃어버린 여유도 찾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함께 누려보자.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는 우리네 전통시장에서.

 

 

팔달문시장,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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