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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이 없는 요즘 아빠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가장의 마음
2013-08-12 16:59:20최종 업데이트 : 2013-08-12 16:59:20 작성자 : 시민기자   안병화
요즘은 주말에 마트에 가면 아빠가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고 가거나 유모차로 끌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광경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너무나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다. 
나도 그런 아빠로 살아온 지 어느덧 7년이다. 물론, 지금이야 아이가 둘이 되어서 1대1로 마크를 하고 있지만 어쨌든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아내에게 가정적인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 미명아래 나의 주말은 오히려 평일보다 더 피곤하고 힘든 날이 된지 오래다. 

"아~주말이 더 피곤하다. 나는 도대체 언제 쉬냐?"라는 말이라도 한마디 꺼내면 그날 우리 집은 바로 불 같은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만다. 아내 역시 매일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나의 투정을 아내가 좀더 편안하게 받아주고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쉬는 날이 없는 요즘 아빠들_1
쉬는 날이 없는 요즘 아빠들_1

물론 아내가 집안에서 흘리는 땀과 수고를 왜 모르겠는가? 어쩌면 밖에 나가서 업무에만 열중할 수 있는 생활이 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집의 가장으로서 절대적으로 가정의 경제권을 책임져야 하고 조금이라고 쉬고 싶거나 일을 관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무거운 어깨를 곧추 세우곤 하는데 아내가 그런 나의 맘은 조금도 알아주지 않는 거 같아서 서운해지기 때문이다.  

아내도 말할 것이다. "그럼 나는?"하고 말이다. 기운이 빠진다. 아내 역시 그런 시간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숨이 막힌다. 
지금 어린 내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럽고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만 때로는 내 몸이 피로하면 짐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나한테 아이들이 없다면……'이라는 몹쓸 상상도 하곤 한다.

"팀장님, 요즘 영화 보신 거 뭐 있어요? 지금 '설국열차'가 장난 아니게 흥행하고 있잖아요."
주말 동안 온통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월요병을 안고 출근했는데 부하직원이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말을 건넨다. 안 그래도 나는 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내 시간을 누릴 수 없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내게 찬물을 끼얹는 얘기다. 

못내 웃으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여자친구랑 주말마다 영화 보니까 좋겠네. 그때를 한창 즐기라고~그것도 한때니 말이야."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는 내게 다가와 "어린 아이들과 매 주말 함께 노니 좋겠네. 그때를 한창 즐기라고~그것도 한때니 말이다. 조금만 크면 엄마, 아빠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 친구들끼리 놀 테니 돈이나 많이 달라고 극성이야. 물고 빨고 하면서 맘껏 안아주고 놀 수 있는 때도 평생 그 때뿐이니 지금 힘들다고 투정부리지 말고 맘껏 누리라고."라고 말할지 모른다.

실제로 얼마 전 아내 지인의 중학교 3학년 된 아들이 엄마, 아빠에게 제발 자기 옆에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자기 여자친구에게 다정한 문자를 보내고 생전 부모에게는 하지도 않던 사랑의 속삭임을 여자친구에게 마구 난리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도리어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언제든 엄마, 아빠 곁을 졸졸 쫓아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이때가 너무 부럽다면서 말이다. 

마음을 고쳐먹자고 하면서도 지금 내 체력이 달리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휴우~' 나른한 몸을 기지개 한번 펴고 우리 가족 사진을 바라본다. 어떨 때는 짐 같고, 내 인생을 저당 잡히게 만든 장본인들이라 여겨져서 그저 한숨이 푹푹 쉬어진다. 하지만, 또 돌아보면 내가 이들이 아니면 어떻게 웃을 수 있으며 내 삶에서 오는 진한 인생의 맛을 어떻게 느낄 수 있었겠는가? 그래, 고맙다. 많이. 

하지만, 가끔은 누구의 아빠, 누구의 남편, 한집안의 가장이 아닌 나로서 친구들과 만나거나 홀로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싶다. 마트를 지나는데 아이를 가슴에 안고 내 옆을 지나간 남자들이 무려 10명도 넘었다. "쯔쯔……당신들 인생도 참 고달프군." 나도 모르게 혼자 독백을 한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이번 주말은 아내에게 엄포를 놔야겠다.
"여보! 미안한데~ 나 도저히 안되겠으니까 이번 주말은 나 혼자 여행이라도 좀 다녀올게. 안 된다는 말은 사양하겠어. 그럼 안녕!" 
어쨌든 내가 살고 봐야 하니까. 무엇보다 내 가족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고 올 시간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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