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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사는 부부가 행복한 부부
결혼의 성패는 나의 관점에 달려있다
2013-08-12 17:43:09최종 업데이트 : 2013-08-12 17:43:09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당신은 나랑 결혼 잘 한 거 같아?"
얼마 전, 뜬금없이 아이들과 외출 갔다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 차 뒷좌석에서 아이들 눈이 해롱해롱 하기에 동네 한 바퀴를 더 돌고 차라리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나서 들어가자고 합의하고 본의 아니게 드라이브 아닌 드라이브를 하게 되면서 남편이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모르고 산골동네로 들어가서 뒤로 back하느라 진땀 흘리는 와중에 남편이 던진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잘한 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대답을 기다리는 남편을 생각해서 "이 정도면 뭐, 잘한 거 같은데? 갑자기 왜?"하며 머쓱하게 대꾸했다. 남편은 실망한 듯 재차 물어왔다.

"뭐야, 그게 땡이야? 어떤 점이 잘한 거 같은데? 제대로 말을 해야지~"
자세히 설명해보라는 남편의 질문에 급 피곤이 몰려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렇게 물어봐 준다는 것은 자신이 나에게 좋은 남편 이길 바란다는 의미도 내포되어있기에 긍정적인 마음이 들었다.

"당신은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자상하고, 생활력 강하고, 똑똑하고, 우리 가정에 늘 관심을 가지고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그게 다야?"

헉! 열심히 생각해서 말했더니 그게 다냐고 한다. 도대체 어떤 대답을 바라는 건지. 부부로 살아온 지난 6년을 돌아본다. 서로 핏대를 세우며 싸운 일도 부지기수다. 아니, 여전히 그런 날들은 존재하고 있다. 이 정도면 꽤 오래 살았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린 여전히 서로의 기준으로 상대를 누르려고 할 때가 너무나 많다. 그런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는 참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역시도 우리가 맞춰가기 위한 과정인 것을 말이다.

별일 없이 사는 부부가 행복한 부부_1
결혼이 과자 한봉지 하나 사는 것처럼 쉬운 거라면 맛없을 때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게 아닌 이상 주어진대로 맛나게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문득 과연 우리 부부는 어떤 부부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젠가 티비에서 한 남자가 '집'이 자신에게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신과 먼 존재들이며, 아내는 항상 돈타령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디에서도 자신의 고뇌와 슬픔을 토로할 수 없어서 집이 더 이상 안식처가 되지 않은 지 오래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방송을 보면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자기는 어때? 자기도 집에 감옥 같아?"하고 물었었다.

적어도 나는 내 남편이 힘들 때 가장 먼저 그 힘듦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남편이 힘듦을 토로하면 언제나 깊이 공감하고 경청하려고 애써왔다. 물론, 남편은 나에게 그런 행동을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남편이 한마디 하면 그랬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음은 그런 노력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남편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걸 보면 나와의 대화가 그에게 힐링의 하나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연애시절의 설렘이나 서로에 대한 정성과 관심은 부부로 살면서 많은 부분이 삭감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것이 때로는 마음 한 켠에 섭섭함이나 아쉬움으로 남을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 힘들 때 토닥여주고, 기쁠 때 한번 얼굴 마주하며 웃을 수 있으면 그로써 그 부부는 행복한 부부, 별일 없이 사는 평탄한 부부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카카오스토리에 괌으로 해외여행 떠난 친구 사진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럴 때는 화가 좀 난다. 남들은 다 나보다 더 좋은 남편 만나서 멋들어지게, 폼 나게 살고 있는 거 아닌가 싶고 조바심도 나고 나도 뭔가를 마구 자랑하고 싶은데 너무 평범해서 말이다. 

그렇다. 때때로 내 팔자는 왜 이 모양이냐?하는 물음으로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사는 게 인생 아닌가? 남편이 있어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아이들이 있어 나 역시 엄마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 힘들지만 감사할 수밖에. 이제 나는 이 별일 없이 사는 우리 부부 사이를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보려 한다. 너무나 온화한 시부모님을 만난 것, 언제 모여도 즐거운 남편의 형제들과 평생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레이더를 켜고 바로 간파해낼 수 있는 남편을 만난 것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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