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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구회’는 무슨 연구를 하는 단체래?
2013-08-05 09:00:02최종 업데이트 : 2013-08-05 09:00:0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지난 27일 오전 10시10분, 인천공항에서 대만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은 만석이었다. 
본격 휴가철을 맞아 공항 로비는 해외여행객들의 출국수속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일찍 나오길 잘했군!' 동료들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기다린 끝에 비행기에 오르고 약 2시간 20분이 지난 후 우리의 목적지 타이베이 도원공항에 발을 디뎠다.

2013년 여름, 올해도 어김없이 떠나는 '(사)화성연구회 해외성곽비교답사'다.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후 단 한 해도 쉰 적이 없고 내용면에서 알찬 해외 성곽답사는 봄과 가을에 떠나는 국내답사와 함께 어느덧 입소문을 타면서 화성연구회(이사장· 이낙천)만의 자랑으로 자리매김했다. 여행지 공고가 나가기가 무섭게 가족단위로 신청을 해와 늘 단기간에 매진을 기록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가족단위가 강세다. 

'화성연구회'는 무슨 연구를 하는 단체래?_3
답사는 즐길거리 먹을거리 볼거리도 풍성해야 한다

난 아는 것이 없는 데요

비행기 좌석 좌우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인사를 먼저 건낼까, 하다가 그냥 꾹 참고 있는데 오른쪽에 앉아있던 분이 멋쩍은 미소를 띠며 말을 건넨다.
"저기요, 저는 그냥 남편 따라 이번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화성연구회는 무슨 연구를 하는 단체인가요.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화성연구회는 역사와 고건축, 문학을 공부한 선생님들 외에도 여러 방면 전문가들이 많지요. 그러나 저처럼 그냥 수원화성을 사랑하여 참여한 일반인들도 많답니다. 그러니 전문지식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공부가 미진하니 행여나 걱정이 된다는 일행의 말에 난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마음껏 즐기시라'고 말했다. 화성연구회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열정 하나만으로 함께하는 단체라고. 
실제로 그렇다. '연구회'라는 '겁나는' 이름과는 달리 올 초 새롭게 출범한 제5대 이낙천 이사장은 오랜 기간 문화재 복원에 참여한 전통건축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대중화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누구나 참여를 환영한다는 뜻이다.

뱀탕이라도 먹어야하는 것 아니야?

대만의 날씨는 비가 많이 내린다는 말과는 달리 해가 쨍쨍했다. 호텔과 버스를 벗어나는 순간 비가 내리듯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어휴~ 아무래도 한낮에는 호텔에서 쉬다가 아침 일찍 하고, 늦은 저녁에만 나와서 답사를 했으면 해요." 
장개석의 위업을 기리는 '민주기념당' 실내를 빠져나와 드넓은 정원을 거니는데 농진청에 근무하던 '쌀 박사님'이 한마디 하신다.
"그러게요. 이젠 여행 올 땐 보약도 필수로 챙겨야겠어요. 이건 당최 어지러워서. 타이베이 야시장엔 뱀탕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것이라도 먹어야 할까 봐요? 하하"
"무슨 말씀을. 여기에 오려고 달러 빚을 내서 왔단 말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을 계산하면 얼마인줄 아세요? 단 일초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요." 

일행들이 더워서 답사가 힘들다는 불평 아닌 불평에 나이 지긋한 이사장 사모님 한마디 하신다. '너희들 보다 늙은 나도 이렇게 씩씩하게 걷는데'라는 듯. 일순간 폭소, 일행들의 웃음소리로 주변은 왁자해졌다.

모자로 햇빛을 가리기엔 역부족. 일행들 가방에 넣고 다니던 검정 우산이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직사광선을 피하기엔 제격이다. 주위눈치 볼 것 없이 제 몸 가리기에 나섰다. 
'암~ 한걸음 한걸음을 환산해보면 얼마짜린데, 한곳이라도 더 보고 가야지.'

권력은 좋은 것이여

'화성연구회'는 무슨 연구를 하는 단체래?_2
장개석 송미령이 살았던 사림관저 정원

대만의 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 장개석 총통과 송미령 여사, 그들이 머물던 곳 '사림관저'는 입구부터 열대우림으로 들어서는 듯 착각이 일 정도로 멋진 나무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건 보통이라는 듯, 안으로 들어갈수록 건축물과 조화를 이룬 정원이 고품격 풍광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래서 사람들이 한번 권력의 맛을 보면 내려오기 힘들다고 하나 봐요. 이곳 보세요. 대단하지 않아요. 남편이 죽고 미국으로 망명길을 떠나면서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이리도 아름다운 정원 속에서 살았으니. 장미를 사랑했다는 그녀가 장미정원을 거니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18세기 청나라 상인이 지은 민가 '임안태 고택' 역시 힘의 상징을 드러낸다. 선조 임선평 때 부터 세(勢)를 넓히며 지은 정사각형 구조의 집안은 기둥하나, 창살하나, 소품하나 모두가 진귀한 보물급이다. 공력이 돋보이는 반월형 연못과 누대 등 드넓은 정원은 예술작품의 백미다. 한 지역 사회 권력의 상징을 보여주듯 160여년이 지난 후에도 고풍스런 자태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타이베이 목조건축물 진수를 보여주는 가치가 산재한 고택이네요.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임안태 고택 안보고 갔으면 후회할 뻔 했습니다. 하나하나가 정말 훌륭합니다."

'화성연구회'는 무슨 연구를 하는 단체래?_1
임안태 고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요

답사의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현지음식 탐색이다. 대부분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들의 음식이 다 맛있지만 대만 또한 가는 곳마다 특색 있는 요리들이 나온다. 아마도 중국 대륙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 때문에 다양한 음식들이 존재할 것이다.

"중국 본토 여행을 가면 특유의 향 때문에 잘 못 먹고 왔어요. 그래서 대만도 음식 맛이 없을 것 같아 밑반찬과 고추장을 가지고 왔는데...아침 호텔음식이며 현지음식이 모두 입맛에 맞네요. 안가지고 왔어도 될 것을."

해산물 요리, 북경 음식, 우리에게 익숙한 사천 요리, 그 밖의 중국 요리들이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맛도 좋다. 선컹 옛 거리며 골목길 투어하다가 만나는 현지인들의 음식 또한 피해갈 수는 없는 법, 일행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너도나도 사먹는다. 하나같이 꿀맛이다. 역시나 여행의 즐거움은 현지음식 체험이다.

스쿠터의 진가, 대만에 있네

면적에 비해 인구분포가 높다보니 사람들의 교통수단이 참 재밌다. 바로 50cc '스쿠터'다. 물론 시내 육교 아래 '시티 바이크'가 간간이 보이기도 하지만 지형적 특색 때문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거의 스쿠터로 이동한다. 길가나 상가 앞에는 스쿠터를 세워두는 공간이 완전 빼곡하다.

'화성연구회'는 무슨 연구를 하는 단체래?_4
스쿠터 천국 대만

"와~ 저 사람들 좀 봐요. 완전 대군들이 몰려오는데요. 떼거리 스쿠터가 장관이네요. 크기도 크지 않고 한 결 같이 50cc 스쿠터군요."
아침저녁 출퇴근시간에 만나는 집단 스쿠터들의 질주와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차 파킹처럼 스쿠터 파킹 선들이 하나의 볼거리다. 

답사를 마치며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천국인 대만을 4박5일 안에 섭렵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수원화성과 비교할 수 있는 성곽유적지는 물론이요,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화산지역 예류(野柳), 대만 전통 건축물의 백미 임안태 고택, 지롱항구 위 옛 포대 등 기존 스케줄 외의 답사를 하는 호사를 누리고 돌아왔다.

도심의 질서, 사람들의 편안한 인상, 공기의 청정함 등 모든 것이 대만의 강점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1천만 관광객들이 입국하는 시대에 도래했다. 우리가 대만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대략 파악이 된다. 

이런 깨달음, 모두가 이낙천 이사장님의 보이지 않는 배려 덕분이다. 늘 편안한 웃음으로 회원들을 배려하는 이낙천 이사장님의 권위는 바로 이 편안함과 배려인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화성연구회 사무처장이자 경희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김준혁 교수다. 그의 입에서 역사 강의가 시작되면 청중의 혼이 빠질 정도로 열강하여 인기를 몰고 다닌다. 
그의 역사탐방에 늘 사람들로 꽉 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시나 이번 답사 프로그램도 알차게 짜여졌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화성연구회를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회원들의 열의에 다시금 감사드린다. 올 가을엔 번개답사 '대마도 유적지 답사'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는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화성연구회, 이낙천 이사장, 김준혁 교수, 대만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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