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
하루쯤은 시원하게 지내고 싶어요
2013-08-05 13:15:49최종 업데이트 : 2013-08-05 13:15:49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시도 때도 없이 장맛비가 쏟아질때는 너무 무덥고 습해서, 비만 그치면 실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막상 비가 오지 않는 요사이 며칠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인가 싶을 정도로 더워서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휴가도 지났고 그냥 대책 없이 여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더위에 몸을 맡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생각만으로도 답답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있다.
일요일 하루만큼은 에어컨의 힘을 빌려 시원한 집에서 편하게 뒹굴면서 보고 싶은 TV를 마음껏 보는 것이다.

우리 동네가 유난히 시원한 편이라 올 여름 유난히 무덥다고 아우성들이었지만 우리집만큼은 견딜만 했었다.
선풍기를 꺼낸것도 얼마되지 않지만 꺼내놓은 선풍기도 별로 사용할일이 없었으니 오히려 작년보다 덜 더운 것 같다며 지냈는데, 여름은 여름답게 기억되고 싶은지 요 며칠 부쩍 더워진 것 같다.
집안에 있어도 끈적끈적하고 짜증스러운 더위가 식구들 모두를 지치게 한다.

세상이 편리해져서 모든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사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이러저러한 이유로 있는 물건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할때가 많은데 여름철의 필수품인 에어컨도 그 중의 하나다.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여름철 폭탄 전기요금의 주범인 에어컨을 마음껐 사용하고 지내는 집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3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3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거실 한 귀퉁이를 점령하고 있는 에어컨은 실생활에 사용하는 물건이라기 보다는 벽에 걸린 그림 액자처럼 거실 한켠을 장식하는 장식품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1년 365일 중에 에어컨을 사용하는 날은 아마 한사람의 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렇게 본분과 동떨어진 역할을 하고 있는 에어컨에게 모처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먼저 준비 작업부터 한다.

마음 편하게 뒹굴기 위해서는 집안 청소를 비롯해 식구들이 하루 먹을 양식까지 미리 준비해둬야 하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방 청소와 욕실 청소까지 깔끔하게 한 후, 빨래까지 완벽하게 해서 여름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베란다에 널어 놓으니 기분까지 상쾌하다.
땀흘린김에 운동까지 끝내고 개운하게 씻고 나니 몸과 마음은 이미 날개를 달고 천국을 향해 가는 중이다.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1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1

모처럼 식구들이 함께하는 휴일이라 맛있는 보쌈을 하기로 했는데, 에어컨 가동으로 시원해진 거실의 온도를 지키기 위해 주방쪽 베란다에 가스버너를 꺼내놓고 그곳에서 고기를 삶는다. 드디어 천국이 시작 되었다.
살갗에 느껴지는 기분좋은 서늘함과 함께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재미있는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껏 웃고 즐기는 이 시간이 바로 천국인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 가족들이 하루쯤은 전기요금 걱정 없이 시원함을 맛보아도 되지 않을까. 무념무상의 상태로 천국을 누리다보니 어느새 고기도 다 익어간다.
막 삶아낸 고기와 갓 지은 따끈한 밥으로 행복한 저녁식사를 한다. 정말 맛있다.
고기에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푸짐한 엄마 덕분에 꽤 많은 양을 삶았음에도 맛있게 먹다보니 금세 바닥이 보인다.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2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2

이렇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이스크림으로 입속을 시원하게 달래면서 이런저런 수다로 그 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나눈다.
일주일에 일요일 하루만 쉬는 남편은, 그마저도 아침 일찍 교회에 가느라 늦잠 한번 실컷 자보는게 소원이라 말하면서 거실 바닥을 큰 대자로 누워있고,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온 몸이 새까맣게 그을린 큰 딸은 바로 우리집이 천국이라면서 연신 싱글벙글 행복한 웃음꽃을 피운다.

고등학교 1학년 아들아이는 중학교때와는 달리, 야간자율학습과, 방학도 없이 학교에 가야하는 생활이 힘들텐데도 나름대로 잘 적응하며 견딜만하다고 하니 참 다행스럽다.
그래도 아직은 놀고 싶은 나이라서 잠깐씩 시간이 날때면 친구들과 놀이동산도 다녀오고 영화도 보면서 무덥고 지루한 여름을 잘 보내고 있는중이다.

이렇게 우리식구들이 행복을 누리고 있는 시간에도 둘째딸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함께 하지 못해서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이들이 크다보니 다섯식구 모두 시간맞춰서 무언가를 하는게 정말 어렵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생활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파랑새 이야기처럼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을 떠나 바닷가나 해변으로 피서를 가는 것은 그것 나름으로의 즐거움이 있고, 또 이렇게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 누리는것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고등학생인 막내 아들녀석은 방학도 없이 날마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느라 힘들었을 것이고 두 딸은 아르바이트 하느라 무더운 여름을 더위와 싸우느라 지쳤으며, 남편과 나 또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쌓인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풀어진 하루를 보내고 나니 새로운 기운이 충전된 것 같은 기분이다.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4
에어컨과 보쌈으로 누린 여름날의 호사_4

유난히 땀도 많이 흘리고 더위도 참지 못하는 나는, 너무 더워서 힘들때면 여름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름철 더운 날씨 덕분에 누릴수 있는 호사들도 있으니 세상이치라는건 어느것 하나 일방적인 것은 없는 것 같다.

일년을 시작한지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월에 접어 들어서 무더위와 싸우고 있으니 나이만큼의 속도로 세월이 흐른다는 말이 참으로 명언인 것 같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무더운 여름날을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이겨내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수 있기를 바란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