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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수다로 더위 날려요
영통에서 동창들과의 유쾌한 만남
2013-08-02 11:32:42최종 업데이트 : 2013-08-02 11:32:4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산으로 들로 시원한 계곡을 찾아 떠나고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일반기업체를 비롯하여 자영업 하는 친구들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가면서 전업주부인 내가 바빠졌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는 여름방학을 시작했지만 보충수업 때문에 계속 학교에 가고 있었는데 이번 주 한주 동안 집에서 쉴 수 있는 실질적인 방학을 맞았다. 아이들이 방학하면 엄마들이 개학한다는 말이 생겨 날 정도로 엄마들이 집안에서 아이들의 식사와 간식도 챙겨주고 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바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단양에 캠핑 다녀온 월요일부터 한주가 다 지나갈 때까지 무엇 하나 챙겨준 것이 없다. 친구들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올해 여름휴가에는 지인이나 친구들이 피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해서 이래저래 만남의 횟수가 많아지고 휴가기간에 만나다보니 작은 아이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어제 영통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을 만났다. 수원을 비롯하여 인근에 살고 있었지만 자녀들의 연령대가 다르고 남편의 직업이 다르다 보니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살았다.

우린 수다로 더위 날려요_1
우린 수다로 더위 날려요_1

아침 일찍 만나서 조조 영화를 보고 중국요리도 먹었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양산에 몸을 맞기고 우르르 몰려 다녔다. 한시도 쉬지 않고 조잘대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옛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렇게 덥고 뜨거운 날에는 학교를 파하고 추암 바다로 우르르 몰려 가곤했었다. 교복을 입은 채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고 물놀이도 하고 새카맣게 바위에 붙은 홍합도 따고 발의 촉감으로 조개를 줍기도 하고 해 넘어가는 줄 모르고 놀았었다. 

한참을 놀고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야 젖은 옷을 보고 후회를 하지만 뒤늦은 후회가 되고 젖은 운동화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차림으로 버스에 올라서면 영락없이 시내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로부터 비난 섞인 걱정을 들었다. 
지역주민인 나이 지긋한 승객들은 엉덩이에 뿔난 망아지라는 눈초리로 바라보았고 버스 내릴 때까지 곱지 않는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기죽지 않고 그런 날을 접지 않은 것을 보면 혼자가 아니고 친구들이 함께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오늘 만난 친구들이 그 일원이었던 친구네 복숭아밭에 가서 부모님 몰래 서리를 함께 했고, 반찬가게 하던 엄마의 가게에서 자취하는 친구에게 날라다 주었던 그때 좋고 나쁨의 행동을 함께 모의하고 실천하던 친구들이다. 시원한 찻집에서 그동안 살아온 얘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세월은 꿈 많고 욕심 많던 소녀들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중년으로 바꿔 놓았다. 공부 안하고 엄청 말썽꾸러기였던 과수원집 딸이었던 친구는 의외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원장이 되었고 조금 불량학생에 가까웠던 친구는 네일아트를 직업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손톱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애교 주름이라고 눈가의 주름을 섹시심벌로 내세우던 친구는 결국 과학의 힘을 빌었고 예전 자연스럽고 귀엽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하게 변한 친구들이 대상이 되어 결혼에서 배우자까지 가십거리로 눈총을 보내도 기분 나쁘기는커녕 유쾌하기만 해 한다. 더불어 3년 전 교통사고로 배우자를 하늘나라도 먼저 보내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친구의 소식도 접했다.

오는 순서는 있다고 했지만 가는 순서는 없다고들 한다. 과학이 발달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오면서 수명이 늘어나 오래 살날이 걱정이라고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십년 이상 다른 삶을 살면서 같은 추억을 함께 펼쳐 보고 공감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나를 찾아 줌이 그저 고맙다. 친구들의 앞날에 행복만이 있기를 빌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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