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
2013-08-03 10:25:23최종 업데이트 : 2013-08-03 10:25:2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고 흥분되는 일이다.
아이들과는 일정이 맞질 않아 남편과 단 둘만 떠나는 여름휴가 길은, 신혼여행을 갈 때 와는 또 다른 설레임이 가득하다. 남편과 나, 두 사람 모두 경상도 지방은 낯선 곳 이라 이번 여름은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그쪽에서 가볼만한 곳을 구경하기로 하고 장소 선정을 위해 주위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작업부터 한다. 

문경과 예천이 고향인 두 동료로부터 가볼만한 장소와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추천받고, 또 평소에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을 인터넷 검색한 후 이번 휴가 일정의 윤곽을 잡았다.
가장 먼저 충북괴산의 산막이 옛길을 들렀다가 다음날 문경쪽을 보고 셋째날은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출발하기로 한 일요일은 교회에서 오전예배를 드리고 봉사활동까지 하고나니 시간은 벌써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로 접어들고 있다. 더운날 막상 집을 나서려니 귀찮은지 남편은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면 안되겠느냐고 물어온다. 

남편을 다독여서 드디어 출발. 괴산으로 접어드니 길가에 옥수수 파는 노점들이 자주 눈에 띄는데, 모두 이름이 똑같다. ' 괴산대학 찰옥수수'
나는 옥수수를 좋아하지 않지만 옥수수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한 봉지를 사서 몇 알 먹어보니 쫀득쫀득하고 찰진게 내 입에도 정말 맛있다. 

맛있는 옥수수를 먹으며 드디어 괴산 산막이 옛길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오후 5시를 향해있다.
산길을 갔다 와야 하는터라 시간이 너무 늦어 갈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입장을 통제하지 않는걸보니 충분히 다녀올수 있는 시간인 것 같아 우리도 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_1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_1

괴산호를 따라 쭉 이어지는 산길은 중간중간 이야기를 만들어 산길 오르는 사람들을 지루하지 않게하고, 강물을 바라보며 탈 수 있는 그네도 마련되어 있어서 연인끼리, 가족끼리 정담을 나누며 운치를 즐기기도 한다.
듬성듬성 사이가 뻥 뚫린 소나무 출렁다리는 살짝만 발을 굴려도 심하게 출렁거려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두 나무가 하나로 합쳐지는 연리지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멈춰서서 서로의 사랑이 영원하길 기원하는듯하고 ,1960년대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굴을 보면서는 여기서 정말 호랑이가 살았을까 하며 미소짓고, 여인이 옷을 벗고 엉덩이를 보이며 무릎을 꼬고 앉아있는 모양의 옷 벗은 미녀 참나무 앞에서는 어떤 각도로 봐야하나 한참을 기웃거리다 고개만 갸우뚱하고,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정도로 서늘하다는 얼음바람골 에서는 산을 오르느라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히며 서 있자니 정말 냉기가 온 몸으로 퍼지며 금세 땀이 식는다. 

그냥 밋밋한 산길일수도 있으련만 자연의 생김새를 이용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설명한 안내판을 설치해 놓으니 지루한줄 모르고 이야기와 경치에 빠져 산길을 오르게 된다.
늦게 도착한 덕분에 해질녘의 고즈넉함을 맘껏 누리며 자연의 냄새를 들이마시니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것만 같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소 한 마리가 지키고 서 있는 오두막이 한 채 보인다. 가까이 가니, 인절미와 막걸리를 파는 곳인데 시간이 늦어서인지 폐업을 한건지 주인은 없고 빈 막걸리통과 메뉴판과 나무로 깎아 놓은 소 한 마리 만이 빈 집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그 곳의 소는 놀고 먹는 게으른소가 아니라 물레방아와 연결된 디딜방아를 찧는, 참으로 부지런한 소다. 

지금은 멈춰버린 물레방아대신 발로 열심히 밟아서 소에게 기어코 방아찧는일을 시킨다.
조금 더 걸어가니 선착장이 나타나고 산막이옛길을 연결하여 새롭게 조성한 충청도 옛양반길이 있다. 금방 컴컴해질 것 같아 선착장에서 돌아 내려오는길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남편과 서로의 어릴적 추억들을 나누며 내려오는길에 앉은뱅이가 마시고 일어나 걸어 갔다는 약수 한 모금으로 산막이옛길의 탐방을 마치고 문경으로 향했다. 

남편과 단둘만 하는 여행의 좋은 점은 자유로움에 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할때는 미리 숙소도 예약해야 하고 먹을 것도 챙기다보면 그에 따른 살림살이가 하나 둘 늘어 여행짐인지 이삿짐인지 헷갈리게 되는데 둘만의 여행은 윤곽만 계획하고 잠자는곳, 먹는것등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마음 가는대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아내나 엄마의 역할을 모처럼 벗어나 온 몸과 마음으로 여행의 참맛을 즐길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맛에 요즘은 남편과 둘만의 시간을 갖는게 좋다. 

문경에서 유명하다는 약돌삼겹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를 정해 휴식을 취한다. 다음날 아침, 아무리 여행중일지라도 엄마의 역할은 해야 하기에 전화를 걸어 고등학생 아들의 잠을 깨워 학교에 보내고 조금뒤 아르바이트하는 딸을 깨우기 위해 또 전화기를 붙잡는다. 한번 잠들면 아무리 전화기가 울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 아이들이지만 나름대로 긴장하고 잤는지 전화벨소리에 금방 깨어 일어난다. 

아이들을 모두 깨우고 창 밖을 보니 장맛비가 문경까지 따라왔나보다. 비오는 아침, 여행지의 낯선길을 산책하는것도 낭만적일 것 같아 남편과 함께 숙소를 나선다.
숙소 앞에 흐르는 냇물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우산을 쓰고 걸으며, 예쁜꽃도 만나고, 물가에만 산다는 날렵한 검은색 물잠자리도 만나고, 누구나 아름다운 기억 한가지쯤은 간직하고 있을 징검다리도 건너보며 문경에서의 아침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고 비에 씻긴 깨끗한 문경의 아침이 우리에게 인사한다. 

드디어 문경새재로 향한다.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사람과 물류가 가장 많이 이동하는, 나라 안 의 가장 큰길이었다는 문경새재. 문경이라는 지명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 는 뜻이어서 특히 과거보러가는 선비들이 유독 문경새재길을 고집 했다고 한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문경새재를 오르기위해 미리 준비해간 등산복과 등산화로 갈아신고 마음을 단단히 다잡는다. 

먼저 문경새재 초입에 있는 옛길박물관을 들러서 문경새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옛길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보며 각자의 길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나본다.
박물관입구 정원은 아름다운 조각품들과 함께 단정한 모습으로 문경새재를 찾는이들을 반겨준다. 문경새재길은 1관문, 2관문을 지나 정상인 3관문까지 약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생각했던것보다 길이 넓고 잘 다듬어져 있어서. 조금 가파른 산책로 같았다. 

우리처럼 등산복차림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샌들에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 새재 입구에 있는 드라마세트장까지는 차량도 운행하고 있어서 그걸 타고 올라와서 드라마세트장만 보고 가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괴산 산막이길이 스토리로 엮어놓은 아기자기한 맛이라면 문경새재길은 담백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맛이다.
옛 선비들이 과거보러 오르던 그 산의 모습을 별로 건드린 것 같지 않으면서도 세심하게 관리하는 손길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새재길이다 .3관문을 향해오를수록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_3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_3
,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_4
옛 길 괴산 산막이길과 문경새재에 오르다_4

드디어 도착한 3관문 조령문을 넘으니 충청북도 괴산땅이다.
경상북도와 충청북도를 넘나들며 새재의 자연을 마음껏 포식한후, 그곳 문경새재 3관문에서만 맛볼수 있다는 산채전으로 호사를 누리고 산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일년걸을걸 이틀동안 걸었다며 힘들어하는 남편은, 그래도 아내와 함께 하는 여행이 즐겁고 행복한 모양이다. 

취향도, 정서도, 세월과 함께 바뀌는 모양인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해변가에서, 이제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곳을 찾아 떠나는 휴가로, 휴가의 참 맛을 즐기고 있다. 비록 몸은 고단하고 힘들어도 일상에서 시달리는 고단함과는 다른 달콤한 고단함으로 이번 여름휴가를 행복하게 보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