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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대화하는 게 불편할 때
소통은 공감과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2013-07-15 12:26:18최종 업데이트 : 2013-07-15 12:26:18 작성자 : 시민기자   안병화

요즘 매 주말마다 한번 이상은 아내와 다툼이 일어난다. 어제도 그랬다.
이직한 지 얼마 안된 회사에서 연말에 차를 제공해준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여보, 연말에 회사에서 차가 나오면 우리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팔고 회사차로 다녀도 괜찮겠지?"

그러자, 와이프는 대뜸 언성을 높이며 "당신이 뭐 그 회사에서 뼈를 묻을 거예요?"
"지금 그 얘길 하는 게 아니잖아. 회사에서 차가 나오면 굳이 두 대의 차를 굴리면서 비용 낭비 할 필요가 없지 않아서 하는 말인데……"
"아니, 내 말은 당신이 그 회사에서 뼈를 묻을 것도 아닌데 왜 대뜸 우리 차를 팔고 그 차로 쓰냐는 말이에요. 그럼 그 회사 관두면 다시 차를 사야 하는데 그럼 더 비용이 발생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와이프의 말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녔지만, 좀더 아껴보는 거 어떠냐는 나의 의도는 전혀 읽지 않고 '당신이 그 회사에서 얼마나 버틸 줄 알고!!'라는 비난에 기분 나빴다.
"당신은 내가 지금 그 회사를 얼마나 다닐 지가 중요해? 우리가 회사차를 받으면 얼마라도 비용을 줄이게 되니까 좋은 거 아냐? 그래서 나는 좀 아껴보자는 의미에서 말한 건데 그에 대한 칭찬은커녕 나를 무시하고 비난하는 말만 하면 내 기분이 어떻겠어?"

물론,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이유가 있었다. 내가 회사를 이직하고 나서 거의 반년 가까이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무슨 회사차를 기대하고 우리 차를 파느냐는 의미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배경보다는 내 의견에 좀더 공감을 하고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당신 그 회사 다니기 힘들다면서 지금은 괜찮아?" 하고 조근조근 물어 봐주기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말의 과정 없이 무턱대고 마치 반기를 들고 나오니 화가 울컥 치밀었다.

결국, 우리는 주말 반나절을 아무런 대화도 없이 보내고 말았다.
"아빠, 엄마 그만 싸우세요!!"
한창 언쟁을 벌이는 우리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6살 큰 아들이 중재를 나선 이후였다. 결혼하고 우리는 자주 당신 말투 좀 바꾸라는 말을 서로에게 자주 하였다. 그리고 작은 언쟁의 불씨가 서로를 대화 단절로 이끌었다. 

와이프도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잘 알지만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한 아내가 서운했던 나 역시 좀처럼 맘이 풀리지 않았다. 핸드폰을 붙잡고 카톡하며 히히덕거리는 와이프가 너무나 얄미웠다. 

그래도 잠들기 전에 풀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저녁밥상 차리는 와이프를 도우며 맥주 한 병을 꺼내 맥주잔 두 개를 꺼내 맥주를 따라서 아내에게 건넸다. 
"당신 평소에 다른 사람들과 전화통화하는 거에 반만 나한테 해봐~ 천천히 이야기 들어주면서 공감해주고 빨리 이야기를 끝내고 싶으면서도 인내하고 기다려주잖아. 근데 왜 나한테는 안 그런데?"하고 말을 꺼냈다. 
나도 이해 받고 싶고 공감 받고 싶은데 와이프가 대외적으로는 더 없이 이해력이 풍성하고 좋은 사람인데 내겐 그렇지 않다고 느껴질 때면 무척이나 가식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러는 자기는?"
와이프가 나에게 반문했다. 또 내가 원하는 대답보다 내 탓을 하는 와이프가 맘에 들지 않지만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와이프를 얼마나 이해를 하며 살려고 애썼던 것인지 말이다. 
씁쓸하게도 나는 와이프를 먼저 이해하려고 애쓴 적이 그다지 없었다. 단지, 아내가 나를 공감해주지 않으면 바로 화가 치밀었고 어떤 배경에서 이야기를 꺼냈든 그 말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확대가 너무 맘에 들지 않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 대화 불통인 적이 의외로 많다.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서 그가 어떤 이해와 공감을 받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또,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간과하며 지내는 것이다. 

아내와 대화하는 게 불편할 때_1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게 든든하고 안락한 나무가 되어주는 가족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타인은 늘 내 곁에 있지 않고 따로 만나야 하는 사람인지라 좀더 정성을 기울이고 좀더 경청하고 이해하려 애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 곁에 있는 나의 가족들이 누구보다 나에게 이해를 받고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거처럼 말이다. 

아직도 아내에게 서운한 맘이 가시지는 않았다. 내가 하는 말에 좀더 이해를 해주고 경청해주기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는 나 역시 내가 아내에게 던지는 말을 관찰하고 살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아내가 원하는 말을 하고 있는가. 

나의 귀는 내 곁의 사람들에게 열려있는지, 가슴으로 대화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시간이다. 자, 이제 급하게 대답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를 곱씹고 한 템포 느리게 대꾸를 해보자. 그럼, 내 곁에 그 사람은 완전한 이해는 아닐지라도 공감 받고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조금은 받을 수 있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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